tvN <SNL 코리아>

tvN ⓒ CJ E&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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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방송가에 '의외'들이 눈에 띈다.

하나는 시작부터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끌었던 SBS <장옥정, 사랑에 살다>. 바로 대한민국 최고 미인이라 불리는 김태희가 캐스팅됐기 때문. 하지만 10회를 넘긴 지금도 시청률은 여전히 한자리 수에 머무르고 있다.

또 다른 '의외'는 JTBC 시사예능 토크쇼 <썰전>. 김구라가 MC로 섭외되면서 언론에 오르내리긴 했지만, 지금처럼 큰 인기를 예상한 사람은 얼마 되지 않았다. 최근 자체 최고 시청률(2.5%, 닐슨코리아 전국유료방송가구기준)을 경신했고, 인터넷 검색 순위로만 보면 웬만한 지상파 시사교양 프로그램도 확실히 따돌렸다. 결과는 정반대이지만, <장옥정, 사랑에 살다>도 <썰전>도 생각지 못한 '의외'였다.

초호화 캐스팅 '섭외의 신' 인정하지만, 그러면 뭐해?

 지난 18일 방송된 <SNL 코리아>에 출연한 진중권

지난 18일 방송된 에 출연한 진중권 ⓒ CJ E&M


<장옥정, 사랑에 살다>와 <썰전>의 의외성을 한 방에 무너뜨린 프로그램이 있었다. 바로 지난 18일 방송된 tvN <SNL 코리아>가 그 주인공. 가장 '핫'했던 것은 단연 세계적인 팝스타 제이슨 므라즈의 출연. 뿐만 아니다. '진중건의 토론 배틀'에 진짜 진중권이 나온다는 소식에 늦은 밤 눈을 비비며 텔레비전 앞에 앉은 시청자도 꽤 많았을 것이다.

그 외에도 MBC <진짜 사나이>에서 어수룩한 '구멍병사'로 큰 인기를 끌고 있는 샘 해밍턴, 전 새누리당 이준석 비대위원, 가수 윤하, 방송인 홍석천 등이 이날 <SNL 코리아>에 출연했다. 초호화 캐스팅에 굵직굵직한 풍자거리들도 쌓여있던 터라 시청자의 기대는 높아져만 갔다.

진중권이 낸시랭을 흉내 내는 '파격'을 선보였다. 이는 다른 데서는 절대 볼 수 없는, 아마 다시 볼 수 없는 장면이 될지 모르겠다. 파란 눈의 샘 해밍턴이 '~요'로 말을 끝내는 한국 군인에게 '다, 나, 까'로 말을 끝내야 한다고 다그칠 땐 폭소가 터져 나왔다. 이처럼 다양한 크루(고정출연자)와 게스트의 열연에도 불구하고, 이날 <SNL 코리아>는 "이번 시즌에는 사회적인 이슈를 많이 풍자해서 시사풍자가 뭔지 보여드리고 싶다"던 안상휘 CP(책임 프로듀서)의 초심이 사라진 듯 보이는 방송이었다.

 지난 18일 방송된 <SNL 코리아>에 출연한 제이슨 므라즈

지난 18일 방송된 에 출연한 제이슨 므라즈 ⓒ CJ E&M


제이슨 므라즈는 노래만 부르게 세워두고, 그의 옆에 서있는 크루에게서 웃음을 끌어내려 했다. 그는 평소 재미있는 사람으로 알려져 있다. 2006년 제이슨 므라즈가 EBS <스페이스 공감>에 출연했을 때, 그는 카메라를 보고 입술을 내밀기도하고, 우스꽝스러운 모습으로 허밍을 하기도 했다. 하지만 <SNL 코리아>에서는 그의 유머러스한 모습을 끌어내지 못했다.

또 하나 기대가 컸던 건 진중권과 이준석의 만남이었다. 안상휘 CP도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정치적 성향이 대조되는 두 사람이 함께 나와서 인간적으로 하나가 될 수 있다는 걸 보여줌으로써 작은 치유의 장을 만들고 싶었다"고 밝힌바 있다. 하지만 이번 방송에서는 두 사람이 만나는 것도, 재치 있는 입담도 볼 수 없었다.

다양하고 재미있는 이야기를 만들어낼 수 있는 크루들이 차고 넘치게 출연했고, 의외의 모습에서 웃음을 주는 장면들이 분명 있었다. 그러나 이들 개개인의 특성을 최대한 활용하지 못했다. 이준석이 한 거라곤 '한혜진과 기성용 결혼에 관한 새누리당의 입장' 등 표피적인 웃음거리에만 국한됐다.

작은 코너들도 시청자를 실망시켰다. '글로벌 텔레토비'는 이슈를 재현하는데 그쳤고, '노팅힐' '결혼전야' 등은 억지웃음만 유발할 뿐 예전처럼 무릎을 치게 만드는 재치나 통찰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결과적으로 이번 <SNL 코리아>는 재미와 풍자를 모두 놓쳤다.

<SNL 코리아>는 2011년 시즌1을 시작해 시즌4까지 이어져 오고 있다. 매번이 파격이었고 논란을 몰고 다녔다. 공중파에서 금기시 되던 '동성애'를 유머코드로 가져다썼고, 아이들이 좋아하는 캐릭터인 텔레토비로 '여의도 텔레토비'라는 정치코너도 만들었는데, 정치인들도 언급할 정도로 화제가 됐다.

<SNL 코리아>는 다른 곳에서 보기 어려운 톡톡 튀는 아이디어, 허를 찌르는 풍자로 시청자들을 즐겁게 했다. 이번 편은 아쉬운 점이 많았지만 시즌 1부터 보여줬던 그때 그 즐거움을 떠올리며, 또 다른 '최고의 의외성'을 기다려본다.

SNL 제임스 므라즈 진중권 TVN 이준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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