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TBC <썰전>의 출연진 (왼쪽부터) 이철희, 김구라, 강용석

JTBC <썰전>의 출연진 (왼쪽부터) 이철희, 김구라, 강용석 ⓒ JTBC


<오마이스타>는 스타는 물론 예능, 드라마 등 각종 프로그램에 대한 리뷰, 주장, 반론 그리고 인터뷰 등 시민기자들의 취재 기사까지도 폭넓게 싣고 있습니다. 언제든지 '노크'하세요. <오마이스타>는 시민기자들에게 항상 활짝 열려 있습니다. 편집자 말

'국민예능'이라 할만 했다. MBC <무한도전> 이야기다.

지난 주 정리해고 등 직장인의 애환을 다룬 '무한상사'편에 이어 젊은 세대의 역사인식에 경종을 울린 'TV 특강' 편은 13.4%(닐슨코리아 전국기준)의 시청률 기록했다. 정리해고, 한국사를 예능에 다룰 생각을 어떻게 했을까? 재미도 감동도 놓치지 않은 <무한도전>은 예능 그 이상이었다.

예능이냐 시사교양이냐…'썰전'의 매력은?

ⓒ JTBC


예능 프로그램인 <무한도전>이 시사교양에서나 다룰 법안 '정리해고', '한국사'를 가지고 예능과 시사교양 두 장르를 자유자재로 넘나드는 걸 보면서 JTBC <썰전>이 생각났다. <썰전>은 시사교양 프로그램으로 분류되어 있는데, 예능만큼 때로는 예능보다 더 재미있다.

MC 김구라의 입담은 두말할 것 없고, 전직 국회의원인 강용석 변호사는 자신의 숨기고 싶은 과거인 아나운서 성희롱 발언도 웃음으로 녹여냈다. 점잖게만 보이던 이철희 정치평론가의 야당 개그까지, 예능에선 흉내 낼 수 없는 웃음코드가 곳곳에서 터졌다. 시청률도 상승세다. 지난 2일 방송에서는 시청률 2.5%(닐슨코리아, 전국유료방송가구기준)를 기록하며 자체 최고기록을 경신했다.

재미만 있는 것이 아니다. 유익하기까지 하다. 한 주간 가장 뜨거웠던 시사이슈를 알려준다. 이철희와 강용석의 논쟁을 통해 시청자는 새로운 시선을 발견할 수도 있고, 진보와 극우라고 평가되는 두 사람의 토론에서 오는 긴장감도 덤으로 얻을 수 있다. 전직 정치인이나 정치 평론가이기 때문에 할 수 있는 실명을 거론하는 뉴스의 뒷이야기 등은 다른 데서 듣지 못한 신선함이 있다. 또한 쉽게 풀어주는 시사현안은 시청자로 하여금 무엇인가를 얻어간다는 느낌을 들게 한다.

'독한 혀' '하드코어' 수식, 아직은 부족해

지난 9일 방송된 <썰전>에서는 '김희정 의원의 핸드폰 청탁사건' '빵회장, 라면왕, 남양유업으로 본 갑을관계' '세계최초 한국 SAT 시험 취소'를 다뤘다. 교육문제, 부정부패나 도덕문제 등 시민들의 눈을 사로잡을 만한 주제를 골랐다.

특히 '김희정 의원의 핸드폰 청탁사건'은 다른 시사 프로에선 듣지 못했던 뒷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청탁을 무조건 무시하기 힘든 정치계의 이야기라든가, 청탁을 유연하게 거절하는 방법 등 현실적인 정치 문제에 대한 이야기도 새로웠다.

'빵회장 사건'의 대상 회사와 거래취소까지 한 것은 온 국민이 지나치게 감정적으로 대응했다는 지적도 좋았다. 각 사안의 흐름에 대해 쉽고 재밌게 소개했고, 사안에 관한 다양한 시선도 보여줬다. 하지만 <썰전>의 전반적인 문제는 여기서 드러난다. 다양한 시선, 흐름 소개 그 이상 나가지 않는다.

ⓒ JTBC


이철희와 강용석이 발언할 때 잠깐잠깐 중요한 비판이 들어가긴 하지만, <썰전>이 내세우고 있는 '독한 혀', '하드코어 뉴스깨기'라고 하기엔 부족한 감이 있다. 특히 '남양유업'사태를 다룰 때는 수박 겉핥기에 불과했다. 만약 30분에 불과한 짧은 방송 시간이 문제라면 중요한 사안의 경우 아이템을 2개 정도로 줄이는 유연함도 필요하다.

갑을관계는 다룰만한 내용이 꽤 많았다. 최근에 발생한 롯데백화점 매니저 자살사건, 삼성 불산 누출사건, 현대제철 노동자 5명 사망사건 등 더 큼직한 갑을 관계가 내제된, '독한 혀'라면 반드시 집고 넘어가야 할 사건이 많았다. 하지만 남양유업, 라면왕 등의 사건만 살짝 건드리고 지나가는 걸 보면, '독한 혀'가 되려면 한참 멀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종편의 한계를 뛰어넘을 '한 방' 터뜨려야

<썰전>을 기획한 여운혁 CP는 기자간담회에서 종합편성채널에서도 <무한도전> 같은 프로그램이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무한도전>이 국민예능으로 발돋움 할 수 있었던 건 새로운 소재나 신선한 아이템들로 큰 '한 방'을 지속적으로 터뜨려줬기 때문이다. 이번 'TV 특강' '무한상사'편이 다른 예능이 다루려하지 않는 소재를 다룬 것처럼.

<썰전>도 이를 참고해야 한다. 경쟁상대인 지상파 방송사가 다루지 않는, 혹은 다른 종편 채널이 숨기려고 하는 뉴스를 터뜨려줘야 한다. 특히 '정치비평'을 다루는 <썰전>에서는 더욱 과감한 행보를 보일 필요가 있다.

처음 JTBC에서 정치비평을 한다고 했을 때, 많은 사람들이 종편의 한계를 이야기하며 그 가능성을 낮춰봤을 수 있다. 정말 종편에서 <무한도전> 같은 프로그램을 만들고 싶다면, <썰전>에서 과감하게 승부수를 던져볼 필요가 있다. 좀 더 날카로워지고, 좀 더 독해진다면 <썰전>이 시사교양계의 <무한도전>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예측해본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단비뉴스 블로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썰전 김구라 강용석 이철희 JTBC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