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호동의 시청률 부진은 최근 심각한 수준에 다다랐다.

강호동의 시청률 부진은 최근 심각한 수준에 다다랐다. ⓒ SBS


<오마이스타>는 스타는 물론 예능, 드라마 등 각종 프로그램에 대한 리뷰, 주장, 반론 그리고 인터뷰 등 시민기자들의 취재 기사까지도 폭넓게 싣고 있습니다. 언제든지 '노크'하세요. <오마이스타>는 시민기자들에게 항상 활짝 열려 있습니다. 편집자 말

'국민 MC' 강호동이 좀처럼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위기의 근원지는 야심차게 론칭한 SBS <일요일이 좋다-맨발의 친구들>(이하 <맨발의 친구들>)이다.

5%대의 첫 방송 시청률을 기록하며 기대 이하의 성적을 보인 이 프로그램은 방송 한 달여가 지났지만 여전히 4~5%대 시청률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문제는 이러한 부진을 더 이상 '시행착오'로만 볼 수는 없는 시점이 다가왔다는 것이다. 어쩌면 강호동의 진짜 위기는 지금부터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시청률 한 자릿수…부진의 늪에 빠진 강호동

 점차 트렌드 주변부로 밀려나고 있는 강호동의 모습은 위기론을 부채질하고 있다.

점차 트렌드 주변부로 밀려나고 있는 강호동의 모습은 위기론을 부채질하고 있다. ⓒ KBS

사실 '강호동 위기론'은 지난해 강호동이 방송에 복귀했을 때부터 일각에서 꾸준히 제기되어온 주장이다. 그러나 당시 강호동 위기론은 다소 성급한 측면이 있었다. 복귀한지 얼마 되지 않아 감을 회복하는데 시간이 필요했고, 사활을 걸고 새로운 프로그램에 도전한 것도 아니었기 때문이다. KBS 2TV <달빛 프린스>가 저조한 시청률로 막을 내릴 때까지만 해도 '한 두 번의 실패는 있을 수 있는 일'이라는 분위기가 우세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KBS 2TV <우리동네 예체능>과 <맨발의 친구들>을 동시에 론칭하고, 그야말로 '본격적인' 복귀 프로젝트가 가동된 지금까지 괄목할 만한 성과가 나오지 않는다는 것은 문제가 있다. 역시 가장 큰 문제는 시청률이다. 강호동이 진행하는 프로그램 대부분이 부진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두 자릿수 시청률을 유지하고 있는 프로그램이 단 하나도 없는 굴욕적 상황이 몇 개월간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MBC <무한도전>에 밀려 '만년 2등' 자리에 머물고 있는 SBS <스타킹>도 문제지만, 한 때 강호동에게 MBC 연예대상을 안겨다 줬을 만큼 그의 '간판 프로그램' 중 하나였던 MBC <무릎팍도사>의 부진은 심각한 수준이다. 목요일 시간대 터줏대감인 KBS 2TV <해피투게더>는 물론이거니와 SBS <자기야>에까지 밀리고 있다. 성적이 이렇다보니 시청률 저조와 게스트 섭외 난항이라는 악순환이 반복되며 좀처럼 상승 동력을 찾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새로 론칭한 신상 예능들 또한 사정은 비슷하다. 앞서 말했듯 강호동의 주말 예능 복귀 프로그램 <맨발의 친구들>은 그야말로 '죽'을 쑤고 있다. 동시간대 꼴찌로 <일요일이 좋다>의 통합 평균 시청률을 왕창 깎아먹었다. 눈에 띄는 캐릭터도, 새로운 내러티브도, 시청자들의 공감대를 이끌어 낼만한 설정도 부족한 이 프로그램은 방영 한 달 동안 시청률과 화제성 두 마리 토끼를 모두 놓치며 표류 중이다. 대대적 개편을 하지 않는 이상 과연 성공할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들 정도다.

<달빛 프린스> 후속으로 내놓은 <우리 동네 예체능>의 사정은 그나마 나은 편이다. 6~7%대 시청률을 꾸준히 기록하며 출범 이후, 동시간대 1위를 굳건히 지키고 있다. 하지만 시청률이 답보 상태에 머무르고 있어 안심하기에는 이르다. 강력한 경쟁 프로그램인 SBS <화신>이 김구라를 영입하며 전열을 가다듬는 중이라 더더욱 그렇다. 강호동으로선 '살얼음판'을 걷는 심정이 아닐 수 없다.

예능계 최전선에 있던 그는 왜?

시청률이라는 외적인 성적표도 성적표지만, 사실 강호동 위기론의 진짜 실체는 내부에 있다. 강호동이라는 MC의 브랜드 자체가 의심받고 있다는 것이다. 과거 강호동은 트렌드의 최첨단을 걷는 진행자였다. 꽁트 개그맨으로 연예계에서 두각을 나타낸 그는 버라이어티 시대에 발 빠르게 편승해 MC로서 자신만의 영역을 확고히 구축하는데 성공했다. 남들이 하지 않는 것을 먼저 시도하는 과단성은 강호동의 가장 큰 장점이었다.

<슈퍼TV 일요일은 즐거워> '공포의 쿵쿵따'로 유재석과 함께 캐릭터 쇼의 진수를 보여준 그는 이를 기반으로 <천생연분><연애시대>로 '연애 버라이어티'의 새 장을 열었고, <무릎팍도사>로 신개념의 1인 토크쇼를 창조해냈으며, <1박 2일>을 통해 리얼 버라이어티의 진수를 보여줬다. 그는 한시도 멈추지 않았고 언제나 예능계 최전선에서 시대를 영도했다. 2000년대 가장 성공한 MC를 고르라고 한다면 강호동의 이름이 빠질 수 없는 이유다.

하지만 현재의 강호동은 이와 정반대의 길을 가고 있다. <스타킹>과 <무릎팍도사>는 오랜 시간 진행해 온 프로그램이니 그렇다 치더라도, <맨발의 친구들> 또한 <1박 2일> 수준의 '익숙한 그림'만이 반복되고 있어 신선함이나 파격적인 도전정신을 느끼기엔 부족하다. <아빠! 어디가?>나 <진짜 사나이> 등이 새로운 포맷과 설정으로 시청자들을 잡아끄는데 반해 강호동의 예능들은 대체적으로 고루한 '강호동 스타일'을 반복적으로 소비하는데 그치고 있는 것이다.

지금 시청자들이 원하는 것은 스타플레이어의 원맨쇼가 아니다. 강호동이 나온다고 시청률이 보장되는 시대는 이미 지났다. 강호동이 아무리 날고 기어도 그를 둘러싸고 있는 틀 자체가 낡았다면 절대 성공할 수 없다. <1박 2일>로 야외 버라이어티의 정점을 찍었다면, <맨발의 친구들> 같은 경우는 그것을 한 차원 더 높은 수준에서 소화해 내든지 아니면 전혀 다른 캐릭터 쇼로 만들어졌어야 한다. 배경만 해외로 바꾸고 한류 스타들만 더 충원하는 '눈 가리고 아웅' 식의 안일한 기획에 속아 넘어갈 만큼 대중은 단순하지 않다.

불행히도 최근 강호동은 참신한 콘셉트를 강점으로 한 <진짜 사나이> 류의 리얼 예능과 <무한도전><런닝맨> 류의 캐릭터 중심의 버라이어티 쇼 등 예능계에서 가장 '핫'한 분야의 장르에서 제대로 된 활약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트렌드의 주변부로 밀려, 확실한 자기 색깔을 어필하는 데도 실패하고 있다. 이런 악순환이 반복되면 그의 침체기는 예상 외로 훨씬 길어질 수밖에 없다.

야외와 스튜디오, 양쪽이 모두 흔들린다

스튜디오와 야외, 두 곳에서 모두 다재다능한 MC라는 평이 무너지고 있다는 것도 짚고 넘어갈 문제다. 강호동의 전성기를 떠받친 프로그램은 <무릎팍도사>와 <1박 2일>이다. <1박 2일>이 강호동 특유의 카리스마 있는 진행과 리더십을 마음껏 발산해 보인 작품이었다면, <무릎팍도사>는 반대로 한정된 공간에서 '들어주는 MC'로서의 역량을 보여준 작품이었다. 지난 10년간 야외물과 스튜디오물을 넘나들며 확실한 성적을 낸 대표적인 예능인은 유재석과 강호동이다.

허나 현재 강호동은 야외물에서는 자신만의 스타일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고, 스튜디오물에서는 센스 있고 유려하게 포인트를 짚어내는 재주를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양 쪽 모두 기반이 흔들리면서 강호동 브랜드가 과연 유효한 것인가에 대한 물음 또한 커져만 가고 있는 것이다. 이런 식이라면 곤란하다. 한 쪽에 올인을 하든지, 아니면 심기일전을 하든지 무슨 수를 쓰더라도 현재의 분위기를 일신해야만 한다. 이건 국민 MC 강호동다운 모습이 아니다.

물론 강호동은 데뷔 이래 오늘에 이르기까지 독보적인 업적을 쌓은 훌륭한 MC다.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과거의 업적일 뿐이다. 이제는 강호동이 처한 현실을 냉정하게 판단할 때가 됐다. 복귀한 지 오랜 시간이 지났고, 새로 론칭한 프로그램이 벌써 3개나 되는 마당에 언제까지나 그를 기다려 줄 수는 없는 노릇이다.

미안하지만 지금 그에게서는 예전만큼의 활력도, 참신한 기획도, 넘치는 열정도, 뚜렷한 개성도 보이지 않는다. 허울뿐인 과거의 영광은 뒤로 하고 MC로서 새 출발을 다짐해야 할 때다.

강호동 우리동네 예체능 맨발의 친구들 스타킹 무릎팍 도사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