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월드 투어-블루 문'에 나선 씨엔블루가 10일과 11일 홍콩 아시아 월드 엑스포 아레나애서 공연을 열었다.

'2013 월드 투어-블루 문'에 나선 씨엔블루가 10일과 11일 홍콩 아시아 월드 엑스포 아레나에서 공연을 열었다. ⓒ FNC엔터테인먼트

 


|오마이스타(홍콩 현지취재) ■취재/이미나 기자|'돼지국밥을 함께 먹자'. 부산과 지리적으로 한참 떨어진 홍콩에서 난데없이 '돼지국밥'이라는 글자를 발견할 줄은 상상하지 못했다. 11일 오후(현지시간) 홍콩 아시아 월드 엑스포 아레나에서 한 여성은 분명 '돼지국밥을 함께 먹자'라는 글귀가 적힌 플랜카드를 열심히 흔들고 있었다. 그 여성의 시선이 머무는 곳에, 씨엔블루의 '부산 남자' 정용화와 이종현이 있었다.

 

씨엔블루(정용화·이종현·강민혁·이정신)가 홍콩을 찾았다. 대만·싱가포르·태국에 이어 '2013 월드투어-블루문'의 네 번째 행선지로 홍콩을 택한 이들은 "왓츠 업, 홍콩!"을 외치며 공연장에 모인 7천 팬들에게 인사를 건넸다. 시작 전부터 푸른 색 야광봉을 흔들며 공연의 시작을 기다린 팬들은 커다란 함성으로 이들을 맞았다. 

 

'밴드로서의 정체성', 이번 공연의 핵심이었다

 

앞서 기자회견에서 "밴드로서의 정체성"을 강조했던 이들은 이번 공연에서 그것이 무엇인지를 몸소 보여줬다. 씨엔블루는 처음 인사를 건넨 뒤에도 "마침내 우리가 돌아왔다, 기다려 줘서 고맙다"는 말과 "여러분 덕분에 오늘 공연이 최고인 것 같다"는 말만 했을 뿐, 뻔한 토크 무대나 개인적인 장기를 지양하고 준비한 2시간 30여 분을 총 23곡의 라이브 무대로 채웠다. 

 

세트리스트 또한 '밴드'다웠다. 총 23곡 중 절반이 넘는 노래가 정용화를 비롯한 멤버들의 자작곡이었던 것. 이날 씨엔블루는 그간 한국과 일본을 오가며 발표한 '인 마이 헤드'(In my head), '겟 어웨이'(Get away), '타투'(Tattoo), '라라라'(Lalala) 등을 기존 녹음 버전보다 좀 더 강렬한 편곡으로 선보였다. 공연장을 가득 메운 드럼과 기타, 그리고 베이스 소리는 팬들의 귀를 한 곳으로 모으기 충분했다.

 

 '2013 월드 투어-블루 문'에 나선 씨엔블루가 10일과 11일 홍콩 아시아 월드 엑스포 아레나애서 공연을 열었다. 사진은 공연 중인 멤버 정용화의 모습.

'2013 월드 투어-블루 문'에 나선 씨엔블루가 10일과 11일 홍콩 아시아 월드 엑스포 아레나에서 공연을 열었다. 사진은 공연 중인 멤버 정용화의 모습. ⓒ FNC엔터테인먼트

 '2013 월드 투어-블루 문'에 나선 씨엔블루가 10일과 11일 홍콩 아시아 월드 엑스포 아레나애서 공연을 열었다. 사진은 공연 중인 멤버 강민혁의 모습.

'2013 월드 투어-블루 문'에 나선 씨엔블루가 10일과 11일 홍콩 아시아 월드 엑스포 아레나에서 공연을 열었다. 사진은 공연 중인 멤버 강민혁의 모습. ⓒ FNC엔터테인먼트

 

화려한 안무도, 특별한 동작도 없었지만 멤버들의 무대 장악력도 돋보였다. 특히 보컬 정용화의 쇼맨십은 발군이었다. 땀이 흘러내리는 머리카락 때문에 연신 고개를 젖혀 가면서도, 정용화의 시선은 팬들에게서 떠날 줄을 몰랐다. 서툰 영어였지만 관중석 왼쪽과 오른쪽을 구분하고 노래를 따라 부르게 하거나, 파도타기를 유도하며 팬들과 함께 공연을 즐기는 모습도 보였다. 이종현과 이정신, 그리고 강민혁 역시 무대를 오가거나 자리를 지키며 힘이 넘치는 연주를 선보였다.

 

이와 함께 무대 영상과 구성도 빼놓을 수 없는 구경거리였다. 가상의 도시를 배경으로 멤버 하나하나가 이번 월드투어의 제목인 '블루 문'(푸른 달) 아래 모이고, 악기를 연주하면서 강렬한 기운이 휘몰아치는 모습을 담은 도입부 영상은 역동감이 넘쳤다. 무대 구성에 있어서도 배경에 달을 연상하게 하는 원형 전식을 설치했고, 그간 무대 후면에 위치했던 드럼 을 무대 전면으로 나오게 세트를 변형했다. 4명의 멤버 모두를 돋보이게 하기 위한 고민이 엿보이는 지점이었다.

 

격정적 팬들, 푸른 야광봉의 물결 이루다

 

당초 씨엔블루 측은 11일 하루만 공연을 하기로 계획했지만, 티켓 오픈 5분여 만에 준비한 7천석이 매진되자 황급히 10일 추가 공연을 결정했다. 이렇게 10일과 11일, 총 1만 4천여 팬들이 씨엔블루를 찾았다. 면적 10,880 스퀘어 미터, 높이 19미터의 규모를 가진 홍콩 최대 규모의 공연장이 푸른 야광봉의 물결을 이룬 것이다.

 

그만큼 반응 또한 격정적이었다. 공연 시작부터 엄청난 크기의 환호성이 터졌다. 서툰 한국말로 '용화 오빠~' 혹은 '사랑해'를 외치는 팬들의 목소리 하나하나가 공연장에 울려 퍼지기도 했다. 강렬한 비트에 맞추어 발을 구르거나 덩실덩실 춤을 추며 호응하는 이들도 있었다. 특히 씨엔블루의 히트곡들인 '직감' '외톨이야' '아임 쏘리'(I'm sorry)가 릴레이로 이어지자 이 같은 반응은 최고조에 달했다.

 

 '2013 월드 투어-블루 문'에 나선 씨엔블루가 10일과 11일 홍콩 아시아 월드 엑스포 아레나애서 공연을 열었다. 사진은 공연 중인 멤버 이종현의 모습.

'2013 월드 투어-블루 문'에 나선 씨엔블루가 10일과 11일 홍콩 아시아 월드 엑스포 아레나에서 공연을 열었다. 사진은 공연 중인 멤버 이종현의 모습. ⓒ FNC엔터테인먼트

 '2013 월드 투어-블루 문'에 나선 씨엔블루가 10일과 11일 홍콩 아시아 월드 엑스포 아레나애서 공연을 열었다. 사진은 공연 중인 멤버 이정신의 모습.

'2013 월드 투어-블루 문'에 나선 씨엔블루가 10일과 11일 홍콩 아시아 월드 엑스포 아레나에서 공연을 열었다. 사진은 공연 중인 멤버 이정신의 모습. ⓒ FNC엔터테인먼트

 

이 같은 열기는 특별 이벤트였던 이종현의 생일파티에서도 이어졌다. 노래를 부르던 정용화가 불시에 '생일 축하합니다'를 선창하자, 팬들은 이종현을 향한 생일 축하 메시지가 담긴 플랜카드를 일제히 흔들며 함께 노래를 불렀다. 묵묵히 기타를 치고 있던 이종현은 눈을 휘둥그레 떴다가, 이내 환한 웃음을 지었다. 멤버들이 준비한 케이크와 꽃다발을 받아 든 이종현은 "매우매우매우매우 행복하다"며 큰 목소리로 "감사합니다, 사랑해요!"라 외치며 기쁨을 만끽했다.

 

중국 광저우에서 공연을 보러 왔다는 Cherry Chem씨(29)는 "씨엔블루는 중국, 홍콩에서 그들만의 색깔이 있는 밴드로 확실히 각인되어 있다"며 "씨엔블루가 중국, 홍콩에서 남자 팬들이 많은 이유이기도 하다. 실제 공연장의 20퍼센트는 남자 팬들이었던 것 같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정용화를 비롯해 이종현 등 멤버들이 직접 곡을 쓰고 씨엔블루의 음악을 작곡·작사하는 점에서 씨엔블루는 단지 아이돌이 아니라 뮤지션으로서의 이미지가 강하다"며 "나 같은 경우도 드라마를 통해 정용화를 알게 되고 씨엔블루를 알게 되었지만, 밴드로서의 씨엔블루의 모습을 정말 좋아한다"고 덧붙였다.

 

역시 중국 본토에 사는 Jinn씨(26)는 중국의 SNS인 웨이보에서 만난 친구들과 함께 양일간 모두 공연을 관람했다. 그는 "2010년 홍콩에서 있었던 씨엔블루 쇼케이스 겸 팬미팅에 처음 참석한 이후 2012년 홍콩 라이브 콘서트 '블루 스톰' 공연을 이틀 연속으로 갔고, 작년 12월 서울에서 열린 씨엔블루 콘서트도 보러 갔었다"며 "씨엔블루가 공연에서 라이브 연주를 하기 때문에 매 공연이 같지 않고, 새로운 느낌이기 때문에 같은 제목으로 열린 공연도 여러 번 가게 됐다"고 설명했다.

 

 '2013 월드 투어-블루 문'에 나선 씨엔블루가 10일과 11일 홍콩 아시아 월드 엑스포 아레나애서 공연을 열었다.

'2013 월드 투어-블루 문'에 나선 씨엔블루가 10일과 11일 홍콩 아시아 월드 엑스포 아레나에서 공연을 열었다. ⓒ FNC엔터테인먼트

 '2013 월드 투어-블루 문'에 나선 씨엔블루가 10일과 11일 홍콩 아시아 월드 엑스포 아레나애서 공연을 열었다.

'2013 월드 투어-블루 문'에 나선 씨엔블루가 10일과 11일 홍콩 아시아 월드 엑스포 아레나에서 공연을 열었다. ⓒ FNC엔터테인먼트

 

처음은 드라마로, 이제는 음악으로. 홍콩에 이어 한국, 호주, 필리핀 등을 방문하며 월드 투어를 이어갈 씨엔블루는 착실히 자신들의 커리어를 쌓으며 세계 각지에 팬층을 확보하고 있었다. 덕분에 씨엔블루의 나라 한국도 큰 사랑을 받고 있다. 10일과 11일에 걸쳐 홍콩에서 열린 '2013 월드 투어-블루 문'이야말로 이를 확실하게 보여주는 것이었다. 정말, 이 기세라면 멤버들에게 돼지국밥을 함께 먹자던 그 여성이 언젠가 한국을 찾아 누구보다 맛있게 돼지국밥 한 그릇을 뚝딱 해치우리라는 상상을 해 보아도 좋지 않을까.

2013.05.13 10:11 ⓒ 2013 OhmyNews
씨엔블루 정용화 이종현 이정신 강민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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