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아이언맨3>.

영화 <아이언맨3>. ⓒ 소니픽쳐스 릴리징 월트디즈니 스튜디오스 코리아


<오마이스타>는 스타는 물론 예능, 드라마 등 각종 프로그램에 대한 리뷰, 주장, 반론 그리고 인터뷰 등 시민기자들의 취재 기사까지도 폭넓게 싣고 있습니다. 언제든지 '노크'하세요. <오마이스타>는 시민기자들에게 항상 활짝 열려 있습니다. 편집자 말

<아이언맨3>가 대한민국에서 영웅물의 역사를 새로 썼다. 지난 11일, 영화 개봉 17일 만에 누적관객 700만(705만 3014명)을 넘긴 데 이어, 다음날인 12일에는 <어벤젼스>가 갖고 있던 영웅물 영화 관객 수 1위(707만 4867명)의 기록을 깼다. <아이언맨3>는 12일 하루 동안 38만 9,895명을 동원하며 누적 관객 수 744만 2908명을 기록했다.

영화의 상승세는 파죽지세다. 대기록 도전도 가시화 됐다. 외화 사상 두 번째로 1천만 누적 관객 수 도전은 몰론, 영화 <아바타>가 갖고 있는 외화 제1의 관객 수(1335만 명) 도전에도 나설 기세다.

하지만 이런 국내에서 <아이언맨3>의 성공을 바라보는 국내 평단의 시선에는 불편함이 엿보인다. 유례없는 영웅물 흥행 성공에 대한 반감일까. 일부에서는 <아이언맨3>가 '막대한 자본에 힘입은 미국발 물량공세' 영화로 바라보는 정서를 내보이고 있다. 하지만 <아이언맨3>의 성공이 단지 이런 숫자놀음 때문일까?

이 영화의 성공 요인은 다른 곳에 있다. 미국식 애국심에 대한 유쾌한 비틀기(워머신이라고 불리던 수트에 새로 붙여진 이름 '아이언맨 패트리어트'), 시리즈의 적을 반미국가나 이슬람 테러 단체 인물로 삼지 않은 파격이 바로 그것이었다. 기존 할리우드 영화의 코드를 벗어난 참신한 생각은 <아이언맨3>가 미국을 넘어 세계 영화의 영웅으로 부상한 이유이기도 하다.

미국 할리우드 영웅물의 패턴을 벗어난 '파격'

 영화 <아이언맨3>의 토니 스타크

영화 <아이언맨3>의 토니 스타크 ⓒ 소니픽쳐스 릴리징 월트디즈니 스튜디오스 코리아


"진보를 위험하다고 떠드는 멍청이들은, 심장에 파편이 박힌 채로 살아가지 않지"

<아이언맨3>에서 토니 스타크(로버트 다우니 주니어)의 외마디 불꽃같은 대사는 이 영화가 지향하는 바를 분명히 보여준다. 그간 할리우드 액션물의 상징과도 같던 가치관(애국심, 정의)들이 영화에서 거의 엿보이지 않는다.

토니 스타크는 애국심, 정의감과는 동떨어져 있는 인물이다. 미국 정부가 아이언맨 수트에 패트리어트라는 이름을 붙이자 비웃는 것은 물론, 최첨단 무기 산업 자체에 염증을 느끼는 애국심 결핍 문제아(?)에 가깝다. 성격 또한 괴팍하다. 불안 증세에 종일 아이언맨 수트를 입고 있는 모습은 기존 할리우드 영웅들과는 거리가 멀다.

그런데 <아이언맨3>는 주인공만 특이한 게 아니었다. 주인공이 맞서 싸워야하는 적 역시 예상 밖이었다. 그간의 할리우드 영웅물을 떠올려보면, 적은 대부분 미국 밖에 있었다. 반미국가, 테러단체, 운석, 괴물, 심지어 외계인까지 있었다. 그들과 싸워 승리하는 것이 미국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의 주요 패턴이었다.

그런데 <아이언맨3> 이 당돌한 영화는 주인공 토니 스타크가 맞서 싸우는 적을 외부가 아닌 내부로 설정했다. 아이언맨이 맞서 싸우는 진짜 적은 외부의 테러 단체가 아니라, 내부에서 이를 이용하는 세력이라는 것이다. 알드리치 킬리언(가이 피어스 분)과 AIM, 이에 동조한 집단이 바로 그들이었다.

이들은 힘이 셌다. 미디어, 거대자본, 군인, 여기에 부통령까지 가세한 권력은 막강했고, 최첨단 과학기술을 이용한 무기는 아이언맨 수트를 박살낼 정도로 강력했다. <아이언맨3>의 적은 이전 시리즈보다 훨씬 교묘해졌고, 강해져 있었다.

<아이언맨3>는 만화 원작의 초능력자(만다린) 캐릭터를 비틀어, 현실을 반영했다. 영화의 끝판왕은 초능력자처럼 보였던 만다린이나, 기운 센 천한장사들이 아니었다. 그들은 미국에서 이미지를 조작해 전쟁을 조장하고, 최첨단 과학을 이용한 테러로 권력을 움켜진 세력의 하청업체에 불과했다.

문득, 미국의 이라크전이 떠오르는 것은 왜일까. 영화 속, 미국 대통령이 흑인이 아닌, 백인에 노란머리인 것도 흥미롭다. 신기한 일이다. 할리우드 영웅물 영화를 통해, 현실을 한번 돌아볼 수 있으니 말이다. <아이언맨3>가 범상치 않은 이유다.

미국 영웅은 어떻게 세계를 휩쓴 영웅이 되었나

 <아이언맨3>

<아이언맨3> ⓒ 소니픽쳐스 릴리징 월트디즈니 스튜디오스 코리아


<아이언맨3>의 토니 스타크에게 '전 세계의 영웅'이라는 칭호가 아깝지 않은 것은 그의 행동이 보편적 인간애에 기초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아이언맨3>에서 그를 영웅으로 만든 것은 애국심도 영웅심도, 의무도 아니었다.

"이건 정치 따위와는 상관없어, 내 개인적인 복수일 뿐이다. 너와 나 사이에는 펜타곤 따위는 없어. 너와 나, 단 둘뿐이지!"

토니 스타크가 <아이언맨3>에서 영웅이 되어가는 과정에는 주변 사람에 대한 사랑과 관심이 있었다. 자신의 전 경호원 해피 호건(존 파브로 분)이 테러에 의해 혼수상태에 빠지자, 자신의 집주소를 TV에서 언급하며, 테러단체에 자신 있으면 찾아오라는 모습이 그랬다.

아이언맨 수트를 입지 않은 토니 스타크는 의미그대로 중년 갑부에 불과했음에도, 용기 있게 자신의 주거지를 밝혔다. 물론 이런 토니 스타크의 용기는 참사를 부른다. 자신의 으리으리한 집이 적의 공격으로 산산이 부서져 내린 것, 하지만 여기서도 토니 스타크의 인간애가 빛난다.

위기상황에서, 자신보보다 먼저 페퍼포츠(기네스 펠트로 분)에게 아이언맨 수트를 입혀 탈출시킨 것이다. 그로인해 토니 스타크는 영화 속에서 절체절명의 위기를 맞지만, 그의 퍼스트 레이디 정신은 영웅으로 손색이 없었다.

흥미로운 것은, <아이언맨3>에서 토니 스타크를 영웅으로 만드는 것은 한낱 수트 조각이 아니라는 것이다. 영화 속에서 수트 수는 더욱 늘어났고, 기능은 발전했지만 이상하게 수트를 입은 토니 스타크는 비행기에서 떨어지는 사람들을 구출한 것 외에는  그다지 인상적인 활약을 하지 못한다. 

이에 반해 아이언맨 수트를 입지 않은 토니 스타크의 말과 행동은 적이 계획 자체를 무산시키는 결정적 역할을 해낸다. 수없이 터지는 첨단 무기, 인간을 괴물로 만드는 최첨단 과학, 여기에 온갖 음모와 야망사이에서 토니 스타크의 인간애가 유난히 빛났다.

토니 스타크에게서 느껴지는 인간적인 고뇌 그리고 과학이 아닌 몸으로 세상을 변화시키는 모습에서 <아이언맨3>로 대변되는 할리우드의 변화를 감지한다. <아이언맨3>에서 영웅은 인간 토니 스타크 자체인 것이다. <아이언맨3>의 흥행은 바로 영화의 변신에 대한 찬사가 아닐까.

아이언맨3 토니 스타크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 수트 영웅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잊지말아요. 내일은 어제보다 나을 거라는 믿음. 그래서 저널리스트는 오늘과 함께 뜁니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