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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허리를 다쳐 누워계신 어머니
 허리를 다쳐 누워계신 어머니
ⓒ 김동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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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9일 허리를 다쳐 척추 전문 병원에 입원하셨던 어머니가 혈액 검사를 받았는데 간수치 정상치보다 10배 이상 높았습니다. 의사는 초음파를 찍어봐야 한다고 했습니다. 초음파를 찍었습니다. 간은 별 문제가 없는 데 담낭과 담관에 문제가 있다면서 CT 촬영을 권했습니다. 그리고 폐에 이상 소견이 있어 폐까지 찍어야 한다고 했습니다. 이미 허리를 다쳐 X-레이와 MRI까지 다 찍었는 데 초음파, CT를 또 찍었습니다. 눈치 빠른 어머니는 걱정이 된 모양입니다.

"왜 자꾸 사진을 찍노?"
"허리를 다쳤잖아요."

"허리를 다쳤다고 사진을 이렇게 많이 찍나."
"선생님이 찍으라고 하니 찍어야 해요."
"허리가 너무 아픈데, 자꾸 찍으라고 하니."

다음 날 CT 촬영 결과 나왔습니다. 담낭과 담관에 이상 소견이 있다는 말을 들은 후라 최종 판증을 받기 위해 의사를 만나러 가는 시간은 참으로 길었습니다. 어머니 입원 병실은 6층이었고, 의사 진료실은 3층이었습니다. 혼자 계단을 내려가는데 정말 내려가고 싶은 마음이 없었습니다.

"다행히 담낭과 담관 그리고 췌장은 이상이 없습니다. 그런데 폐에 문제가 있습니다."
"폐에 이상이 있다고요?"
"예. 폐암입니다."
"예?"
"영상의학과 선생이 폐암 진단을 내렸습니다."
"…."

 폐암 의심 소견을 받은 지난 열흘은 지옥같은 세월이었습니다.
 폐암 의심 소견을 받은 지난 열흘은 지옥같은 세월이었습니다.
ⓒ 김동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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쇠망치로 뒷머리를 맞은 느낌이었습니다. 담당 의사는 지난 2008년 입원 당시 폐 사진과 이번에 찍은 폐 사진을 비교하면서 폐암이라고 설명했습니다. 폐암 소견이 나와 허리 시술도 바로 들어가지 못하고, 어머니는 이틀 동안 끙끙 앓았습니다. 어머니와 함께했던 병원 생활을 <오마이뉴스>에 기사로도 썼습니다(관련기사 : 4박 5일 병원 생활...병원은 갈 곳이 아닙니다). 어머니는 병원 생활을 하면서 밥을 먹지 않겠다며 집에 빨리 가자고 얼마나 타박을 했는지 모릅니다. 정말, 병원 생활은 할 일이 아님을 5일 동안 경험했습니다.

하지만 그 병원 생활은 아무것도 아니었습니다. 폐암이라는 말을 들은 후 밥 맛이 없었습니다. 가족들에게 일일이 연락할 때 어머니가 폐암이라는 말을 꺼내는 것은 차마 할 수가 없었습니다. 동생에게 모든 것을 다 미루었습니다. 결국, 동생이 다른 형제들에게 어머니 폐암 소식을 알렸습니다. 지난 주 토요일 자녀들이 다 모였습니다.

연세(여든둘)가 많으니 수술은 힘들다, 어머니 체력이 약하니까 항암치료도 힘들다는 말이 나왔습니다. 그래도 어머니를 그냥 보낼 수 없으니 가족이 온 힘을 다하기로 했습니다. 폐암 관련 자료를 찾아봤습니다. 국립암센터도 방문했습니다. 좋은 음식이 무엇인지, 얼마나 고통스러운지, 진단은 어떻게 받는지. 열흘은 지옥 같은 삶이었습니다.

어머니가 살아온 삶은 참으로 기구했습니다. 언젠가 <오마이뉴스>에 썼지만, 두 번 상처를 한 아버지를 만났습니다. 어머니도 두 번이나 남편을 먼저 보낸 분입니다. 아버지에게 오니 큰어머니가 낳은 아이들이 4명이었습니다. 어머니도 먼저 간 남편 사이에 딸 하나를 두었습니다. 그리고 아버지를 만나 넷을 낳았습니다. 이렇게 아홉을 길렀습니다. 이런 삶을 사신 분이기에 더 건강한 모습으로 오래 오래 사셔야 하는 데 폐암이라니. 견딜 수 없을 정도로 마음이 아팠습니다.

폐암 의심 소견서를 받아 들고, 어제(9일) 대학병원으로 갔습니다. 어머니는 지난주에 병원 갔는데 왜 또 병원을 가야 하느냐고 계속 물었습니다.

"또 왜 병원 가노."
"어머니 오래 오래 살도록 이번에 몸이 이상이 없는지 사진 한 번 찍어려고."
"자꾸 돈 든다. 아프면 죽으면 되지."
"정말 죽고 싶으세요?"

"아니. 돈이 든다 아이가."
"돈이 들어도 어머니가 건강하셔야죠."


최종 확진을 받기 위해 기다리는 시간은 칡흙같은 긴 터널을 지나는 기분이었습니다. 입안은 말랐습니다. 최악을 생각했습니다. 최선을 생각하다가 최악이 되면 낙담하겠지만, 최악을 생각하다가 최선이 되면 기쁨 자체이기 때문입니다. 동생과 함께 갔는데 동생이 혼자 들어가겠다고 했습니다. 혹시 어머니가 함께 의사 설명을 듣다가 어머니가 폐암이라는 사실을 알게 될까봐 그랬습니다. 드디어 어머니 성함을 불렀습니다. 약 10분 동생이 나왔습니다. 얼굴이 밝았습니다. 그리고 손으로 'X' 표시를 했습니다.

"아니란다."
"정말?"
"응."
"그런데 왜 '○○병원'에서는 폐암이라고 진단했어?"
"나이가 들면 폐가 조금씩 쪼그라드는데 CT상 악성으로 보일 수 있대."
"정말."
"사실 엄마는 기침도 안 하고, 숨도 잘 쉬고, 가슴에 통증도 없잖아."
"그래. 지금 생각하니 그 병원에서 너무 쉽게 진단을 내린 것 같다."
"의사가 사진을 보면서 (어이가 없는지) 웃더라."
"하나님 고맙습니다.!"

 자신이 폐암을 진단을 받았다는 사실을 전혀 몰랐던 어머니. 하지만 폐암이 아닙니다. 오래오래 건강하게 사세요
 자신이 폐암을 진단을 받았다는 사실을 전혀 몰랐던 어머니. 하지만 폐암이 아닙니다. 오래오래 건강하게 사세요
ⓒ 김동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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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가 허리를 다쳐 병원에 갔었습니다. 그 병원에는 호흡기 내과 전문의가 없었습니다. 영상의학과 전문의가 영상만으로 너무 쉽게 폐암 진단 소견을 낸 것입니다. 폐암이라는 말을 듣는 가족들 마음을 조금이라도 생각했다면 그렇게 쉽게 단정하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암을 암이 아니라고 진단하는 것도 문제지만, 암이 아닌데도 암이라고 진단하는 것 역시 신중해야 합니다.

CT를 찍을 준비를 하는 동안 어머니는 점심을 드시지 않았습니다. 어머니는 배가 고프다며 밥보다는 '빵'이 먹고 싶다고 하셨습니다. 피자와 치킨도 참 좋아하십니다. 아무튼 의사 입에서 나온 "폐암입니다"라는 말 한 마디에 지난 열흘 동안 지옥에 살다가 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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