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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월 31일 서울역 고가도로에서 분신자살한 이아무개씨 관련 <조선닷컴> 기사 제목
 12월 31일 서울역 고가도로에서 분신자살한 이아무개씨 관련 <조선닷컴> 기사 제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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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사람들이 2013년 마지막 해넘어를 보면서 2014년은 희망이 넘치는 새해가 되기를 바라는 시간, 서울역 고가도로 위에서 한 40대 남성이 "박근혜 퇴진" "특검 실시" 따위 펼침막을 내걸고 자신의 몸을 불살랐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박근혜 퇴진"과 "특검실시"보다는 '빚때문'이라는 보도가 나오기 시작했다. <조선일보>는 뒷날인 1일 인터넷판 <조선닷컴>에 <서울역 분신 사망男, 박근혜비판 유서썼지만, 실은 개인빚에 보험까지...문성근 "명복을">기사를 보도했다. <조선닷컴>이 이 같은 기사 제목을 단 것은 경찰발이다.

경찰 관계자는 "이씨가 일주일 전 가입한 보험의 수급자를 동생 명의로 바꿨으며, 휘발유통, 벽돌형 톱밥, 압축연료 등을 미리 준비하는 등 치밀한 사전 준비를 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특히 경찰은 유족들로부터 "최근 이씨가 빚 독촉으로 많이 힘들어했다"는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1일 <조선닷컴> '서울역 분신 사망男, 박근혜비판 유서썼지만, 실은 개인빚에 보험까지...문성근 "명복을"'

<조선일보>도 2일자 12면 <'서울역 분신' 40대男 숨져> 제목 기사에서 "경찰은 이씨가 철도노조를 비롯한 노조나 특정 단체에 가입해 활동한 적이 없고, 빚 독촉에 시달렸다는 일부 가족의 진술 등에 근거, 이씨가 경제적 문제로 일을 저질렀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고 보도했다. 물론 "그러나 이날 이씨 형의 참고인 조사에 동석한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소속 박주민 변호사는 '유서에 빚에 대한 내용은 없었고 박근혜 정부 실정에 대한 비판이 주를 이뤘다'고 말했다"고 전해 인터넷판과는 논조가 달랐다.

그런데 2일 오후 이씨 유서가 공개됐다. 공개된 유서를 보면 빚같은 신변문제는 없다.

안녕하십니까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안부도 묻기 힘든 상황입니다. 박근혜 정부는 총칼없이 이룬 자유 민주주의를 말하며 자유 민주주의를 전복한 쿠데타 정부입니다. 원칙을 지킨다는 박근혜 대통령은 그 원칙의 잣대를 왜 자신에게는 들이대지 않는 것입니다. 많은 국민의 지지에도 불구하고 이루어진 공권력의 대선개입은 고의든 미필적 고의든 개인적 일탈이든 책임져야 할 분은 박근혜 대통령입니다.

이상득, 최시중처럼 눈물 찔끔 흘리며 하늘을 우러러 한점 부끄러움이 없다던 그 양심이 박근혜 대통령의 원칙이 아니길 바랍니다. 여러분 보이지 않으나 체감하는 공포와 결핍을 제가 가져가도록 허락해주십시오 모든 두려움을 불태우겠습니다. 안녕히 계십시오. 두려움은 제가 가져가겠습니다. 일어나십시오.-<오마이뉴스> "두려움 안고 가겠다"...분신 이씨 '친필유서' 공개

참으로 어처구니가 없다. 아무리 독해 능력이 떨어져도 어떻게 이 유서에서 빚문제를 읽어낼 수 있는지 이해할 수가 없다. 내용 하나 하나가 박근혜정권을 비판하고 있다. 특히 박근혜 정부를 "자유민주주의를 전복한 쿠데타 정부"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그리고 박근혜 대통령이 책임을 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씨 분신을 빚때문으로 몰아가려고한 경찰과 <조선닷컴>을 보면서 문득 생각난 사건이 하나 있다. '강기훈 유서대필 사건'이다. 1991년 봄 대학가는 대학생들이 몸을 불사르는 일이 계속되었다. 그해 5월 8일 김기설 전국민족민주운동연합 사회국 부장이 유서를 남기고 서강대에서 분신자살했다. 그런데 유서를 쓴 사람이 김기설씨가 아니라 함께 일했던 강기훈씨로 노태우 정권은 몰아갔다. 죽음까지 이용한다는 거센 비판을 받았다.

하지만  지난 달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유서를 쓴 사람이 김기설 씨 본인으로 보인다는 의견을 냈다.(2012.12.12. <오마이뉴스> 국과수 '김기설 유서, 강기훈 대필 아님' 결론낸 듯) 아직 사법부 최종 판결은 나지 않았지만, 유서가 김기설 씨 것으로 최종 판결이 나면 노태우 정권이 분신정국을 뒤집기 위해 죄없는 사람을 죽음까지 악용하는 파렴치범으로 몰아간 사건으로 기록될 것이다.

이씨는 2013년 마지막날 해넘이 때 자신을 불사르며 박근혜정권을 비판하는 유서를 남겼다. 경찰은 이를 제대로 알리지 않고, 오하려 빚 문제때문으로 사실을 오도했다. 경찰과 <조선닷컴>은 사과해야 한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오블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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