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무한도전>(이하 '무도')을 보면서 들었던 궁금증은 크게 두 가지였다. 하나는 '어떻게 저런 생각을?' 그리고 다음은 '저런 생각을 TV 브라운관에 녹여내는 과정'이었다. 날 것 그대로의 이야기, 우연하게도 '날 것'을 접할 기회를 회사 지하 상가에서 얻었다.

저녁에 맥주 마시러 가끔 이용하던 매장 입구에서 '무도' 멤버들의 사인을 목격했다. 게다가 그 아래 사진은 최근 많은 화제를 불러일으킨 8주년 특집 '무한상사 이야기'의 하이라이트 장면이었다. 직장인들의 애환을 담았던 '무도판 레미제라블'을 여기서 찍었어? 반가움, 동시에 매장 안으로 '쳐들어갔다'. 지난 3일, 노동완(33·남, 브로일 하우스 매니저)씨에게 이야기를 청했다.

역시 유재석, 정준하씨 매너도 인상적

 회사 지하 식당가에서 '무도' 멤버들의 사인을 목격했다. 알고보니 8주년 특집 '무한상사 이야기' 하이라이트 장면의 촬영 장소였다

회사 지하 식당가에서 '무도' 멤버들의 사인을 목격했다. 알고보니 8주년 특집 '무한상사 이야기' 하이라이트 장면의 촬영 장소였다 ⓒ 이정환


아니나다를까, 노 매니저는 <무도> 애청자로 분류될 만 했다. "이제까지 절반 이상은 본 것 같다"고 했고, "이슈가 되면 다운로드를 통해서라도 꼭 챙겨본다"고 했다. 기본적으로 <무도>에 호의적인 입장이란 게 (취재원으로서) 걸렸지만, 한편으로는 그래서 또 촬영 현장의 이해도가 깊을 수 있었다. 게다가 그는 과거 공연에 자주 출연한 경력이 있다고 했다. 나름 '예능감'의 소유자였다.

그의 목격담은 일단 흥미로웠다. 영화 <레미제라블>의 삽입곡 '원데이 모어'가 '무도화'된 4분, 게다가 무대 모습 등과 교차 편집된 그 4분을 위해 제작진은 약 2시간 30분을 촬영했다고 전했다. 새벽 6시부터 시작된 그 촬영에 분량이 없었던 유재석도 나타나 끝까지 현장을 지켰다고 했다. 노 매니저 등에게는 "저희 때문에 잠도 못 주무시고 죄송하다"는 말을 잊지 않았다고 했다. 정준하의 매너도 인상적이었다고 했다.

'디테일'도 살아있었다. <무도> 멤버들이 '소품'으로 나온 안주 어느 부위를 먹었는지, 정형돈이 "둘 중 아무나 나가, 오래도 해먹었네"라며 "나는 쌍둥이 아빠"를 노래하는 동안 박명수가 무엇을 했는지도 '증언'했다. 수 십 차례 반복된 촬영으로 비지땀을 흘리는 카메라맨에게 김태호 PD가 얼마나 '독하게' 굴었는지(^^), 그 모습을 보고 멤버들이 뭐라고 했는지도 생생하게 전했다.

하지만 그의 '목격담'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그럼에도 즐거운 촬영 현장'이었다. '힘듦'을 '재미'로 나누는 그 현장 자체가 "<무도>의 힘이 아닌가 싶었다"고 했다. "'본방'보다 오히려 더 재미있었다"고 한 그 촬영 현장을 목격한 것은 4월 5일, 금요일이었다고 한다.

2시간 30분 '무한 반복' 촬영, 그런데...

 <무한도전> 8주년 특집 '무한상사 이야기'의 한 장면. 멤버들이 틈틈이 "카메라에 잡히지 않는 뒷부분을 먹었다"는 '증언'이 나왔다(ㅎ)

<무한도전> 8주년 특집 '무한상사 이야기'의 한 장면. 멤버들이 틈틈이 "카메라에 잡히지 않는 뒷부분을 먹었다"는 '증언'이 나왔다(ㅎ) ⓒ MBC


- 촬영은 언제 진행됐나?
4월 5일(금) 새벽 6시부터 촬영을 시작해서 8시 30분 정도에 끝났다. 당초 금요일 자정부터 촬영하기로 했었는데, 앞의 촬영이 길어지면서 늦어졌다고 한다. 덕분에 기다리다가 밤 꼬박 샜다(웃음)."

- 방송 4분 분량이던데, 2시간 30분이나 걸리던가?
"NG는 많이 안 났다. 그런데 카메라가 모두 10대 왔는데, 그 카메라 위치들을 다 바꿔가며 찍더라. 그러니까 곡 시작부터 끝날 때까지는 그냥 간다. 그걸 한 20∼30번을 반복한 것 같다. 촬영 막바지에는 내가 그 노래를 다 따라 부를 정도였다. 휴식 시간은 한 20분? 보면서 '진짜 연예인들 힘들구나', '밤 꼴딱 새고 잠도 못 자고 와서 저러고 촬영하고, 참 힘들구나', 그런 생각이 들었다."

- 촬영 중 인상적이었던 모습은?
"곡 한 번 촬영하고, 재정비를 위한 틈이 있었다. 한 1분 30초 정도? 그때 스태프와 연기자들이 굉장히 잘 놀더라. 촬영 후 다른 프로그램 촬영 가야하는 스태프에게 "나는 이거 끝나면 집에 가는데, 넌 또 <무한걸스> 촬영 간다며? 돈 많이 벌어 좋겠다"는 이런 식 농담에 스태프들도 다 함께 웃더라. 연기자들도 스태프 역시 힘든 걸 알지 않겠는가. 그렇다고 처지려고 하기 보다, 웃으면서 놀면서 촬영을 함께 즐기는 모습이 참 인상적이었다."

- 연기자와 스태프가 실제로도 친하더라?
"굉장히. 작가, 카메라맨, 모든 스태프가 그냥 재석이형, 준하형, 명수형 이렇게 부르더라. 특히 막내급들까지 그렇게 한다는 것, 사전에 서로 이해가 없었으면 힘든 일 아니겠나. 그런 모습을 보면서 굉장히 잘 지내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연기자와 스태프가 뭉쳐서 그렇게 즐겁게 촬영하는 모습이 <무도>의 힘 아닌가 싶었다.

또 '꾸민다' 싶은 모습이 없었다. 어떤 콘셉트에 따른 연기라기보다는, 실제로 술 마시러 와서 웃고 떠드는 모습이 찍힌다고 할까. 어떤, 억지로 하는 연기로 보이지 않았다. 방송에서 정형돈씨가 '나는 쌍둥이 아빠'라며 노래 부르는 장면 있지 않나. 그때 화면에 안 나오는 박명수씨는 옆에서 정형돈씨 보라고 표정 막 이상하게 하면서 장난하고, 스태프들은 또 그걸 보고 웃고. 내가 맡은 연기는 최대한 열심히 하면서도, 함께 즐기며 촬영하는 분위기가 인상적이었다. "

'다시 가자'는 김태호 PD에게 <무도> 멤버들은?

 <무한도전> 8주년 특집 '무한상사 이야기'에 장소 협찬을 한 브로일 하우스의 노동완 매니저는 "촬영 분량이 없었음에도 유재석씨가 새벽 6시부터 시작된 촬영 현장에 나타나 끝까지 함께 있었다"며 "사인이나 기념 촬영에도 편하게 응해주는 등 굉장히 매너가 좋았다"고 전했다

<무한도전> 8주년 특집 '무한상사 이야기'에 장소 협찬을 한 브로일 하우스의 노동완 매니저는 "촬영 분량이 없었음에도 유재석씨가 새벽 6시부터 시작된 촬영 현장에 나타나 끝까지 함께 있었다"며 "사인이나 기념 촬영에도 편하게 응해주는 등 굉장히 매너가 좋았다"고 전했다 ⓒ 노동완님 제공


- 누가 봐도 힘들 것 같은 상황인데 재미있게 풀어간다?
"그랬다. 몸은 매우 피곤한 상황이 분명했다. 멤버들이 촬영 열심히 하다가도, 자기 파트 끝나면 고개 숙이고 있는 적이 많았으니까. 그럼에도 즐기면서 촬영하는 분위기, TV를 통해서는 접할 수 없었던 직업인으로서의 프로의식, 또 프로그램에 대한 프로의식을 많이 느꼈다. 사실 잠도 못 자고 피곤할 텐데 서로 웃으면서 뭐 할 기운이 있겠나. 그러니까 농담 이런 부분도, 서로 힘내자 그런 것이었던 것 같다. 대단하구나, 8년 가는 이유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 김태호 PD는 어떻던가.
"수 십 번 반복 촬영에 카메라맨들은 얼마나 힘들었겠나. 특히 무게가 몇 십 킬로그램 정도 나간다는 카메라를 양 어깨에 메고 왔다갔다하며 촬영하는 분이 있었는데, 두 번 정도 촬영하고 매우 힘들어했다. 김태호 PD는 다시 가자고 하고, 그랬더니 멤버들이 '왜 그러냐'고, '애도 좀 생각하라'고, '이렇게 땀 흘리는 거 안 보이냐'고, '다른 컷 갔다가 해도 되지 않냐'고 하더라. 그런 얘기도 친구처럼 매우 편하게 말이다. PD와 <무도> 멤버들이 거리감 없이 지내는 것처럼 보이지 않나. 솔직히 방송용 설정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그게 아니더라. 친구처럼 촬영하고, (방송 모습과) 똑같더라."

- 유재석씨 촬영분이 없었다. 혹시 유재석씨도 왔나.
"처음에는 멤버 여섯 명만 오는 줄 알았다. 그런데 유재석씨가 촬영 분이 없음에도, 와서 녹화하는 거 끝까지 다 보고 가더라. 그리고 저희 때문에 잠도 못 주무시고 죄송하다고 했다. 사인이나 기념 촬영도 '그럼요'하면서 다 편하게 응해주더라. 노홍철씨나 다른 멤버도 그랬지만, 유난히 신경 써 준 멤버는 역시 유재석씨, 정준하씨도 촬영 끝나고 '고생 많이 했다'고 얘기해주고, 굉장히 매너 좋았다. 하하씨는 몸살로 몸 상태가 안 좋았었는데...그래도 안주 맛있다고 써주셔서 고맙다(웃음)."

"'본방'보다 촬영 현장이 더 재미있어"

 지난 달 27일 MBC에서 방영된 <무한도전> 8주년 특집 '무한상사 이야기'의 한 장면

지난 달 27일 MBC에서 방영된 <무한도전> 8주년 특집 '무한상사 이야기'의 한 장면 ⓒ MBC


- 촬영 모습 목격자로서 '본방'을 본 소감은?
"촬영 모습에 비해서는 오히려 딱딱하다고 할까. 물론 내가 생각을 못했던 무대 촬영 등이 함께 편집돼서 그럴 지도 모른다. 그래도 촬영 현장이 더 재미있었던 것 같다."

- 끝으로 하고 싶은 말은?
"일단 다른 프로그램도 아니고 <무한도전> 아닌가. 내가 일하는 가게에서 <무한도전> 촬영했다고 하면 주변 첫 반응이 '진짜? 어때?'였다. 사실 <무한도전>, 어느 매장이든 다 촬영하고 싶을 프로그램 아닌가. 여건이 안 되거나 섭외가 힘들어 못하는 건데, 우리는 MBC 측에서 먼저 연락이 왔다. 그래서 더욱 뿌듯하다. 죽을 때까지, 평생 못 잊을 것 같다."

무한도전 김태호 유재석 정준하 레미제라블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