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구라는 <이야기 쇼-두드림>에 이어, 집단토크쇼 <화신>으로 본격적인 예능 활동에 나선다.

김구라는 <이야기 쇼-두드림>에 이어, 집단토크쇼 <화신>으로 본격적인 예능 활동에 나선다. ⓒ 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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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인 김구라가 KBS <이야기 쇼-두드림>에 이어 SBS <화신>까지 합류하며 지상파 복귀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최근 KBS 2TV <우리 동네 예체능>에 밀리며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화신>은 김구라를 '구원투수'로 발탁하고 포맷을 변경하는 등 전열을 가다듬는 모양새다. 이는 김구라에게도 오랜만의 집단 토크쇼 복귀라는 점에서 상당한 의미가 있는 도전이다.

아쉬운 점은 이로써 그가 MBC <라디오 스타>에 복귀하기는 사실상 힘들어졌다는 것이다. 도대체 왜 MBC는 김구라 영입을 이토록 주저하고 있는 것일까.

'화신' 택하며 요원해진 '라디오스타' 복귀

김구라에게 <라디오스타>는 방송생활을 통틀어 가장 의미 있는 작품이 아닐까 싶다. <라디오 스타>야말로 독설과 해박한 지식으로 중무장 한 김구라가 가장 신나게 뛰어놀 수 있는 터전이었기 때문이다. 상대를 가리지 않고 물어볼 것은 확실히 물어 보는 김구라의 저돌적 캐릭터는 시청자들에게 묘한 카타르시스를 안겨줬고, 이를 통해 그는 비호감의 굴레에서 벗어나 MC로서의 진행능력을 확실히 인정받을 수 있었다.

또한 김구라는 <라디오스타>가 신정환의 낙마, 갑작스런 독립 편성 등 중차대한 위기 상황을 맞을 때마다 특유의 넉살과 자신감으로 프로그램에 묵직한 안정감을 부여했다. 원년 MC로서 최선을 다해 작품을 이끌어 나가는 성실함을 보여준 것이다.

그의 노력 덕분에 <라디오스타>는 난무하는 토크쇼 가운데서도 가장 독특하면서 '핫'한 프로그램으로 거듭날 수 있었다. 지난해 김구라가 과거 위안부 비하 발언 파문으로 방송 하차를 결정했을 때, 많은 시청자들이 아쉬움을 표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6개월 뒤, 김구라가 tvN <택시>로 방송 복귀를 결정하자 대중의 관심은 그가 언제 <라디오스타>로 복귀할 것인가에 모아졌다. 그만큼 시청자들은 그의 재합류를 기정사실로 받아들이고 있었던 것이다.

 김구라에게 <라디오 스타>는 방송 생활 중 가장 의미있는 프로그램이었다.

김구라에게 <라디오 스타>는 방송 생활 중 가장 의미있는 프로그램이었다. ⓒ MBC


그러나 예상과 달리 당시 김재철 MBC 사장은 "김구라는 이사회에서 지적해 복귀시키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발표했고, 이 때문에 그의 <라디오스타> 컴백은 안타깝게 무산되고 말았다. 이 같은 결정에 대해 김구라는 "나에 대해 반감을 갖고 있는 시청자들이 분명히 있다"며 "방송사 사장으로서 이런 의견을 무시할 수 없었을 것"이라며 담담한 소회를 밝히기도 했다.

문제는 김재철이 해임되고, 김구라에 대한 지상파의 빗장이 하나 둘씩 풀려가는 이 시점에도 유독 MBC만큼은 그의 캐스팅에 소극적 태도를 견지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KBS, SBS 등이 적극적으로 김구라 영입에 나서는 것과는 상반 된 모습이다.

결국 김구라는 <라디오스타> 대신 비슷한 포맷의 집단 토크쇼인 <화신>에 출연을 결정하며 본격적인 지상파 예능 컴백의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사실상 <라디오스타> 복귀가 요원해진 것이다. 시청자들로선 아쉽기 짝이 없는 상황이지만 김구라 입장에서 보면 오랜만의 심야 토크쇼 출연제의를 아마 거절하기 힘들었을 것이다. MBC의 러브콜을 하염없이 기다리느니, 차라리 새로운 프로그램으로 하루 빨리 자리를 잡는 쪽이 전략상 유리하다는 판단을 내린 셈이다.

뒤숭숭한 MBC 분위기, 영향 미쳤나

그렇다면 도대체 왜 MBC는 김구라 영입을 주저하고 있는 것일까. 김구라에 대한 여론이 아직까지 완전히 호전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캐스팅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 표면상의 이유로 보인다. 그러나 타 지상파는 물론이고 종합편성채널, 케이블까지 김구라를 출연시키고 있는 마당에 MBC만 나홀로 김구라를 외면하고 있는 것은 어딘지 이상해 보인다. 근본적인 원인은 MBC 내부에서 찾는 것이 타당하다.

가장 큰 원인은 김재철 해임 후, 새 사장 선임을 놓고 뒤숭숭한 MBC의 분위기에서 찾을 수 있지 않을까. 김구라 복귀 같은 문제는 최종적으로 새 사장이 결정해야 하는 사안인 만큼, 2일 이사회 투표로 새 사장이 선임되고 나서야 본격적인 논의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새 사장 체제가 어느 정도 자리를 잡는 6~7월은 돼야 김구라 영입에 대한 구체적 윤곽이 잡힐 듯하다.

게다가 MBC는 아직까지 김구라 복귀에 부정적 의견을 피력했던 김채철의 영향력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현재 사장 대행을 맡고 있는 안광한 부사장은 이른바 '김재철 라인'으로 분류되는 인물이다. 4명의 새 사장 후보 중 한 명이기도 한 그는 "불법 정치파업에 적극 대응하고 사규를 어긴 사람들을 징계하는 것이 경영진의 책임이라면 반드시 그렇게 할 것"이라고 밝혀 노조의 거센 반발을 일으킨 바 있다.

일각에서는 안광한 사장대행을 두고 '김재철 시즌2' 혹은 '김재철의 아바타'라고 부르고 있을 정도라 현재의 체제에서는 김구라가 MBC로 돌아온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한 일이라고 할 수 있다. 김재철 사장이 정면에서 반대한 일을 안광한이 추진할리 없기 때문이다. 결국 새 사장이 선임되고 나서야 가타부타 결정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만약 김재철 체제를 적극 옹호하고 있는 안광한이나 김종국 대전 MBC 사장이 선임된다면 김구라의 MBC 복귀는 더욱 어려워 질 수 있다.

이러한 복잡한 이해관계 뿐 아니라 MBC가 상대적으로 타 지상파 방송보다 여유로운 입장이라는 것도 또 다른 이유로 들 수 있다. 김구라 없는 <라디오스타>는 다소 재미가 떨어지긴 했지만 꾸준히 동시간대 1위를 지키고 있고, <세바퀴> 역시 박명수를 투입함으로써 안정적으로 운영 중에 있다.

김용만의 도박 파문으로 발등에 불이 떨어졌던 KBS나, 시청률 하락으로 골머리를 앓은 SBS와 달리 굳이 김구라 영입에 목을 매달 정도로 급한 상황이 아닌 것이다. 추이를 지켜보며 김구라에게 맞는 프로그램을 신설하는 전략도 생각해 볼 수 있는 셈이다.

결국 김구라는 그토록 염원하던 <라디오스타> 복귀 가능성에서 한 발 물러났다. 기왕 이렇게 된 것 <화신>을 통해 좋은 기량을 발휘했으면 좋겠다. 과연 시청자들은 언제쯤 김구라의 모습을 MBC에서 다시 볼 수 있게 될까. 부디 MBC가 능력 있는 MC를 내버려 두지 않기를 시청자의 한 사람으로서 바라고 또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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