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11월 27일, 인천 유나이티드와의 챔피언결정전 1차전에서 해트트릭을 기록한 이천수 선수(당시 울산)

2005년 11월 27일, 인천 유나이티드와의 챔피언결정전 1차전에서 해트트릭을 기록한 이천수 선수(당시 울산) ⓒ 심재철


상대 팀이라면 대부분 불편한 기억을 갖고 있겠지만 인천 유나이티드 FC 팬들에게 울산이라는 팀은 그 불편한 기억이 더 특별하다. 다큐멘터리 영화 '비상'이 만들어질 정도로 시민구단의 K리그 도전 두 번째 시즌만에 전후기 통합 순위 1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는데, 2005년 K리그 챔피언 결정전에서 울산을 만나 할말 없는 완패를 당하며 아쉽게 준우승에 머물렀기 때문이다.

특히 2005년 11월 27일 인천문학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챔피언 결정전 1차전, 울산의 공격을 이끌었던 이천수 선수에 대한 두려움은 보통 이상의 것이었다. 그 경기에서 이천수는 해트트릭도 모자라 마차도의 골까지 도왔으니 5-1의 완승을 혼자서 다 만들어낸 것이나 다름없었다. 그런데 그 이천수가 이번에는 인천 유나이티드의 유니폼을 입고 울산 호랑이굴에 들어갔다. 이른바 '이천수 더비 매치'가 묘한 기분으로 이루어진 셈이다.

김봉길 감독이 이끌고 있는 인천 유나이티드 FC는 28일 낮 2시 울산문수월드컵경기장에서 벌어진 2013 K리그 클래식 9라운드 울산 현대 호랑이와의 방문 경기에서 두 골씩 주고받는 명승부를 펼치며 2-2로 비겼다. 이로써 인천은 이번 라운드 경기 일정이 없는 수원 블루윙즈(8경기 16점, 5승 1무 2패, 14득점 9실점)를 골 득실차로 밀어내고 K리그 클래식 2위(9경기 16점, 4승 4무 1패, 16득점 10실점)까지 올라섰다.

키다리 골잡이 김신욱의 '철퇴 두 방'

울산은 최근에 호랑이굴에서 열린 두 경기동안 득점 없이 1무 1패만을 기록하여 안방 팬들에게 얼굴을 제대로 들지 못했다. 그리고 인천과의 이 경기 전반전도 밋밋한 흐름이었다. 김신욱과 한상운이 공격을 이끌었지만 인천의 가운데 수비수 '안재준-이윤표'의 저항이 보통 이상이었다.

하지만 조금씩 무더워지는 울산의 봄날씨는 후반전에 수비 집중력을 끌어올리기에 어려움이 있었다. 그 빈 틈을 골잡이 김신욱이 제대로 파고 들어 재미를 톡톡히 봤다. 경기 시작과 동시에 팔꿈치를 잘못 쓰는 바람에 김동진 주심으로부터 노란딱지를 받아 위축될 것으로 예상했던 김신욱은 후반전에 인천 수비수 이윤표를 따돌리며 두 골을 몰아넣었다.

61분, 한상운이 왼발로 감아 올린 오른쪽 코너킥 세트 피스 상황에서 이윤표를 뿌리친 김신욱이 혼자서 여유 있게 솟구쳐 이마로 선취골을 터뜨린 것이다. 지난 해 AFC(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우승 팀에게서 느껴지는 철퇴 축구 바로 그것이었다.

김신욱은 그로부터 10분 뒤에도 다시 한 골을 달아나는 오른발 아웃사이드 슛을 성공시켰다. 오른쪽에서 낮게 넘어온 공이 인천 수비수 발에 맞고 방향이 바뀌는 것에 매우 침착하게 대응하는 동작이 훌륭했다. 그러나 방문 팀 인천 선수들도 결코 헛되이 물러서지 않고 꼬박꼬박 한 골씩 따라붙는 명승부를 만들어냈다.

 인천 유나이티드 FC 공격형 미드필더 이천수 선수

인천 유나이티드 FC 공격형 미드필더 이천수 선수 ⓒ 심재철


인천 MF '이천수', 두 경기 연속 도움 기록

인천 유나이티드의 놀라운 따라잡기 드라마를 엮어낸 주인공은 역시 이천수였다. 2002년부터 2007년까지 울산의 유니폼을 입고 딱 100경기를 뛴 이천수는 지난 20일 인천축구전용경기장에서 벌어진 전북 모터스와의 8라운드 안방 경기에서 71분에 교체로 들어와 이효균의 역전 결승골(88분)을 돕는 맹활약을 펼친 바 있다.

이번에는 김봉길 감독의 믿음을 바탕으로 복귀 후 두 번째로 인천의 스타팅 멤버로 나섰고, 왼쪽 측면과 오른쪽 측면을 오가며 인천의 공격을 날카롭게 이끌어주었다. 울산 골잡이 김신욱의 득점으로 끌려가던 경기는 이천수의 발끝에서 크게 달라졌다. 그야말로 '이천수 더비 매치'를 인증하는 동점골 도움 기록이었다.

인천은 실점 후 미드필드 라인을 끌어올리며 호랑이굴을 본격적으로 흔들어댔다. 그 덕분에 단 5분만에 멋진 동점골을 얻은 것이었다. 이천수의 오른발 끝에서 올라간 띄워주기는 자로 잰 듯 찌아고의 이마를 빛냈다. 전반전에 인천 미드필더 구본상의 중거리슛을 멋지게 막아냈던 안방 문지기 김승규도 어쩔 수 없이 왼쪽 기둥을 때리고 들어가는 완벽한 골이었다.

특히 찌아고의 첫 번째 동점골은 인천 유나이티드 김봉길 감독의 놀라운 안목이 돋보이는 골이었다. 측면에서 새로운 국면을 만들어내고자 들여보낸 찌아고가 1분만에 골을 터뜨렸기 때문이다. 그것은 교체 투입 후 두 번째 볼 터치였기에 더 놀라웠다.

찌아고는 이 첫 번째 동점골 활약도 모자라 1-2로 패색이 짙던 84분에 문상윤의 두 번째 동점골까지 도왔다. 확실하게 의도한 찔러주기는 아니었지만 특유의 유연하고도 빠른 드리블이 이끌어낸 행운의 도움 기록이었다. 문상윤도 김봉길 감독이 77분에 들여보낸 교체 선수였으니 인천 팬들이 지어준 '봉길 매직'이라는 수식어가 분명히 입증되는 순간이었다.

이렇게 호랑이굴에서 승점 1점을 따내고 빠져나온 인천 유나이티드는 비교적 험난했던 4월 일정을 무패(2승 3무, 9득점 5실점)로 끝냈다. 특히 이번 시즌 다섯 번의 방문 경기에서 단 한 경기도 패하지 않는 놀라운 기록(3승 2무, 12득점 7실점)을 만들어냈기에 최상위권 다툼도 충분히 노리고 있다.

이제 인천 유나이티드는 어린이날 낮 2시에 수원 블루윙즈와의 진정한 2위 싸움을 위해 빅 버드로 쳐들어간다. 4승 3무 2패(14득점 8실점)의 성적으로 4위 자리에 머물러 있는 울산도 같은 날 3시에 제주 유나이티드와의 방문 경기를 펼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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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2013 K리그 클래식 9라운드 결과. 28일 낮 2시 울산문수월드컵경기장

★ 울산 현대 2-2 인천 유나이티드 FC [득점 : 김신욱(61분,도움-한상운), 김신욱(71분) / 찌아고(66분,도움-이천수), 문상윤(84분,도움-찌아고)]

◎ 울산 선수들
FW : 김신욱, 한상운
MF : 김승용(88분↔조인형), 최보경(64분↔김성환), 마스다, 고창현(56분↔박용지)
DF : 이완, 김치곤, 강민수, 이용
GK : 김승규

◎ 인천 선수들
FW : 디오고(62분↔이효균)
AMF : 이천수, 이석현(77분↔문상윤), 한교원(65분↔찌아고)
DMF : 구본상, 김남일
DF : 김창훈, 이윤표, 안재준, 박태민
GK : 권정혁

◇ K리그 클래식 현재 순위
1 포항 스틸러스 9경기 19점 5승 4무 16득점 6실점 +10
2 인천 Utd 9경기 16점 4승 4무 1패 16득점 10실점 +6
3 수원 블루윙즈 8경기 16점 5승 1무 2패 14득점 9실점 +5
4 울산 현대 9경기 15점 4승 3무 2패 14득점 8실점 +6
5 전북 현대 9경기 14점 4승 2무 3패 14득점 12실점 +2
6 제주 Utd 8경기 12점 3승 3무 2패 10득점 6실점 +4
7 부산 아이파크 9경기 13점 3승 4무 2패 10득점 8실점 +2
8 성남 일화 9경기 12점 3승 3무 3패 8득점 10실점 -2
9 경남FC 7경기 9점 1승 6무 7득점 6실점 +1
10 전남 드래곤즈 9경기 8점 1승 5무 3패 8득점 9실점 -1
11 FC서울 8경기 7점 1승 4무 3패 14득점 13실점 +1
12 대전 시티즌 9경기 6점 1승 3무 5패 8득점 20실점 -12
13 대구FC 9경기 4점 4무 5패 5득점 16실점 -11
14 강원FC 8경기 4점 4무 4패 4득점 15실점 -11

이기사는 SoulPlay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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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대인고등학교에서 교사로 일합니다. 축구 이야기, 교육 현장의 이야기를 여러분과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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