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언맨> 영화 포스터

▲ <아이언맨> 영화 포스터 ⓒ 소니픽쳐스 릴리징 월트디즈니 스튜디오스 코리아


'어벤저스'작전에 합류하여 지구를 위험에서 구했던 '아이언맨' 토니 스타크(로버트 다우니 주니어 분). 진입하는 적들을 막고자 목숨을 걸고 윔홀로 들어갔던 기억은 죽음에 대한 트라우마로 그의 내면에 깊이 자리 잡았다. 강박은 두려움으로 이어지면서 그를 수트 개발에 집착하게 한다.

혼란스러운 상황 속에 테러리스트 집단의 보스 만다린(벤 킹슬리 분)은 토니 스타크의 저택을 무차별적으로 공격하는 사건이 벌어진다. 가까스로 살아남은 그에게 남겨진 것이라곤 고장 난 아이언맨 슈트 한 벌 뿐인 최악의 상황. 토니 스타크는 영웅 '아이언맨'과 인간 '토니 스타크' 사이의 해답을 찾기 위해 다시금 일어선다.

<아이언맨 3> 영화 스틸

▲ <아이언맨 3> 영화 스틸 ⓒ 소니픽쳐스 릴리징 월트디즈니 스튜디오스 코리아


<어벤져스> 이후 마블의 선택

2008년 봄, <아이언맨>을 통해 마블 캐릭터를 직접 선보인 마블 스튜디오는 이후 <인크레더블 헐크>(2008) <아이언맨 2>(2010) <토르>(2011) <퍼스트 어벤저>(2011) 까지 숨 가쁘게 내달렸다. 마블 슈퍼히어로들의 거침없는 파상 공세의 결과로, 2012년에 올스타전 격이었던 <어벤져스>가 박스오피스를 완벽하게 정복하는 성과를 거두었다.

마블 스튜디오가 <어벤져스>로 거둔 성공은 앞서 선보였던 다른 슈퍼히어로 영화였던 <배트맨> 시리즈, <스파이더맨> 시리즈, <엑스맨> 시리즈의 성취와는 다른 의미가 있다. 다른 작품들이 슈퍼히어로란 소재를 할리우드의 최고의 주류 문화로 끌어올리는 결과를 낳았다면, <어벤져스>는 슈퍼히어로들끼리 작품을 넘어서 만날 수 있음을 증명했다.

<어벤져스>로 대단한 성적을 거두었지만, 그 다음은 어떻게 나아갈 것인가에 대하여 마블은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 이전의 작품들은 모두 <어벤져스>로 도착하기 위한 예정된 여정이란 성격이 짙었다.

그러나 <아이언맨 3>은 단순히 <어벤져스 2>를 만들기 위한 영화인지, 아니면 각각의 영화들이 지닌 고유성을 유지하는 방향으로 진행할지에 대한 이정표가 될 영화다. 흡사 모든 시작점을 제시해야 했던 <아이언맨>과 유사하다. 인물의 재정의가 필요하다고 마블은 결론 내렸을까? <아이언맨 3>는 온전한 토니 스타크만의 이야기로 진행하고자 그를 '추락'시켰다.

<아이언맨 3> 영화 스틸

▲ <아이언맨 3> 영화 스틸 ⓒ 소니픽쳐스 릴리징 월트디즈니 스튜디오스 코리아


추락의 서사를 사용하여 부활을 시도한다

근래 슈퍼 히어로 영화에서 추락을 이용한 서사는 빈번하게 다루어졌다. <스파이더맨 2>에서 스파이더맨(토비 맥과이어 분)은 영웅이 해야하는 선택의 중압감을 이기지 못하고, <다크나이트 라이즈>에서 배트맨(크리스찬 베일 분)은 베인에게 패하며 지하 감옥으로, <007 스카이폴>에서 제임스 본드(다니엘 크레이그 분)은 믿었던 M의 결정으로 총을 맞고 호수로 추락한 바 있다. 이들은 추락한 지점에서 다시 올라오며 자신을 넘어선다. <아이언맨 3>에선 만다린의 공격으로 토니 스타크가 추락한다.

이전에 토니 스타크는 게릴라군에 납치당하면서 자신이 만든 무기들이 얼마나 많은 사람을 죽음으로 몰아넣는지를 반성했고(아이언맨 1), '아이언맨'이란 영웅의 의무를 지각했던 경험도 있다(아이언맨 2). 다른 슈퍼히어로와의 관계를 통해 유대를 배우기도 했다(어벤져스). 그렇다면 추락으로 토니 스타크가 배우는 것은 무엇일까?

토니 스타크는 거의 정신병에 가까울 정도로 뉴욕에 겪었던 윔홀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항상 유쾌하게 농담을 던지며 자신만만했던 토니 스타크였으나, <아이언맨 3>에서 그는 <어벤져스>에서 만났던 강력한 적들 탓에 공포에 시달리는 모습은 보인다. 자신과 연인을 그들로부터 지키겠다는 강박은 수많은 아이언맨 수트를 개발하는 집착으로 표현된다.

'수트가 나의 전부다'라고 말하는 토니 스타크. 반면에 그의 연인 페퍼 포츠(기네스 팰트로 분)은 '수트는 현실을 잊는 탈출구'라고 비판한다. 토니 스타크는 자신에게 씌웠던 가면인 아이언맨이 모든 것을 지켜줄 것이라 믿었으나, 수트는 모든 것을 해결하는 마법의 열쇠가 아니었다. 모든 것을 잃고 추락한 토니 스타크는 "내가 아이언맨인가, 수트가 아이언맨인가?"라는 자기 정체성의 문제 앞에서 수트가 아닌 자기 자신의 능력을 믿어야 한다는 결론에 도달한다. 트라우마를 극복한 토니 스타크는 수트를 벗어나며 "나는 아이언맨이다"고 선언한다.

<아이언맨 3> 영화 스틸

▲ <아이언맨 3> 영화 스틸 ⓒ 소니픽쳐스 릴리징 월트디즈니 스튜디오스 코리아


무기를 비판하는 시각이 담긴 <아이언맨 3>

아쉽게도 <아이언맨 3>에서 추락을 거치며 던지는 토니 스타크와 아이언맨 사이의 정체성에 대한 질문은 깊지 못하다. 토니 스타크가 겪는 웜홀에 대한 트라우마에 깊이 공감하기도 어렵고, 만다린이나 알드리치 킬리언(가이 피어스 분)의 공격을 통해 토니 스타크란 인물이 재기하는 과정도 매끄럽지 못하다. 마지막에 토니 스타크의 가슴에 달린 아크 원자로에 대한 전개도 1, 2편을 떠올려본다면 개연성이 부족하다.

그러나 <아이언맨 3>이 날카롭지는 않더라도 나름대로 비판적인 시각을 견지한 면은 의미를 둘 만하다. 아이언맨 수트가 최첨단의 무기를 상징한다면, 알드리치 킬리언의 프로젝트 '익스트리머스'는 유전자 조작을 의미한다.

V2 미사일을 만들었던 독일의 폰 브라운 박사는 자신의 발명품이 우주가 아닌 런던으로 날아가는 모습을 보고 "그것의 성공은 완벽한데 엉뚱한 행성에 떨어졌다"고 말했다. <아이언맨 3>은 이것을 그대로 인용하며 미국 행정부와 테러리스트의 손에 들어가 공포의 무기로 돌변하는 아이언맨 수트를 통해 과학이 악용을 만났을 때 어떤 결과를 초래할지 비판한다.

기계의 신체를 강조했던 1980년대의 대표적인 SF 영화 <로보캅>을 많은 이는 기억할 것이다. 21세기에 등장한 <아이언맨> 시리즈는 <로보캅>과 유사한 면모를 띄고 있다. 자유의지의 차이는 있으나 기계로 자신을 감싸고 있으며, 그 때문에 정체성이 혼란스럽다. 또한, 일정하게 공권력을 대신 수행한다.

<로보캅>은 로보캅을 통해 공권력까지 장악하는 거대한 자본을 경고했던 것처럼, <아이언맨 3>은 아이언맨으로 미국이 가지고 있는 최첨단 무기, 나아가서는 미국만이 아닌 인류가 만든 '무기'에 대해 지적한다. 슈퍼히어로 영화라는 현대의 신화물에서 찾을 수 있는 시각적 재미 외에 다른 의미는 이런 것이 아닐까? 비록 얕은 수준이라 해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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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당 24프레임의 마음으로 영화를 사랑하는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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