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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박2일><인간의 조건><나 혼자 산다><진짜 사나이><무한도전> 이들 프로그램의 공통점은? 맞다. 바로 남자들만의 예능이다.

<런닝맨>과 새로 시작하는 강호동의 예능 <맨발의 친구들>은 여성 멤버가 있긴 하지만 프로그램 내내 종횡무진 달려야 산다던가, 외국에 나가 무일푼으로 그 나라 사람처럼 생활해야 하는 형식은 기본적인 흐름에 있어서는 남성적이다.

남자들이 '죽기 전에 해야 할 101가지'를 내세웠던 <남자의 자격>이 101가지의 미션을 다하지 못하고 역사의 한 장이 되어 사라진 것을 아쉬워 한 게 엊그제 같은데, 오히려 이 프로그램에서 다하지 못한 군대 체험하기, 혼자 생활하기 등의 미션들은 여러 프로그램의 주제가 되어 각개약진 중이다. 남자들의 예능이 분화하고 있다.

남자의 자격 남자의 자격에 출연하는 일곱 멤버들

지난 4월 7일 종영한 <해피선데이-남자의 자격> ⓒ KBS


미션과 복불복에 목매던 남자들의 예능

종영한 <남자의 자격>도 그렇고, 건재한 <무한도전>도 그렇고, 프로그램의 관건은 어떤 미션이 주어지는가에 달려 있다.

한때 <남자의 자격>이 합창 미션을 통해 멤버들의 수장 이경규가 연예대상을 다시 거머쥘 수 있었던 것처럼, 미션에 따라 프로그램의 부침이 오고간다. 실제 <남자의 자격>이라는 무궁무진한 가능성을 지닌 프로그램의 종영을 앞당긴 것도, '화무십일홍(열흘 붉은 꽃은 없다)'이라고 유효기간이 지나 합창 미션에 연연한 탓이 크다.

<무한도전>도 마찬가지다. 기본적으로 <무한도전>이란 프로그램에 대해 절대적 충성을 다하는 두터운 팬 층을 지니고 있지만, 미션에 따라, '무한도전답다'든지 '너무 매니악하다'는 등으로 평이 엇갈리며 시청률이 좌지우지 된다. 크게 보아서 <1박2일>도 장소에 따라 <체험 삶의 현장>급의 체험을 하기도 하고, 맛집 투어가 되기도 하며, 복불복의 살벌한 배틀 현장이 되기도 한다.

이처럼 1세대 예능의 묘미는 멤버들과 함께 프로그램 틀 안에서 무한변주를 해내는 것이었다. 또한 그러기 위해서는, '미션'을 위한 '미션' 그 자체가 중요시되었다.

 MBC <나 혼자 산다> '나 혼자 여행' 편에서 데프콘은 평소 염원하던 제주도 맛집 투어를 떠났다.

MBC <나 혼자 산다> '나 혼자 여행' 편에서 데프콘은 평소 염원하던 제주도 맛집 투어를 떠났다. ⓒ MBC


미션을 통한 성찰에 주목하는 차세대 예능

하지만 새롭게 등장하고 있는 <인간의 조건><나 혼자 산다><진짜 사나이>는 마치 앞선 프로그램의 '미션 수행'을 주요 형식으로 삼는 분명한 한계를 지니고 시작한다. 이미 미션을 주력으로 한 예능들이 자리를 잡거나, 그 인기를 다하고 사라져가는 시점에서 일종의 고육지책이랄까. 하지만 분명한 선을 긋고 시작한 예능들은 오히려 그로 이내 색다른 묘미를 자아내며 순항 중이다.

<인간의 조건>은 '~없이 살기'라는 부정적 상황을 근거로 한다. 하지만 세 번째 미션(파일럿 프로그램까지 합하면 네 번째) 돈 없이 살기를 통해 멤버들은 그 어느 때보다도 자신의 삶에 대해 성찰하고, 자신의 직업 그리고 현대 사회를 이루는 돈이란 것에 대해 고민해 보는 중이다. 미션은 부정적이되, 그 부정을 통해 늘 얻어가는 건 '삶의 긍정'이랄까.

<나 혼자 산다> 역시 마찬가지다. 남자들이 혼자 사는 모습을 그대로 담아내는 이 리얼리티 프로그램은 현대 사회의 부정적 산물인 '혼자 살기'를 그저 인간으로서 살아가는 모습의 하나로 긍정한다. 때로는 외롭고 쓸쓸하지만, 이미 거기에 길들여진 모습도 나쁘지 않다는 걸 보여준다.

 MBC <일밤>의 2부 새 코너 '리얼 입대 프로젝트-진짜 사나이'가 지난 14일 첫 방송을 시작했다.

MBC <일밤>의 2부 새 코너 '리얼 입대 프로젝트-진짜 사나이'가 지난 14일 첫 방송을 시작했다. ⓒ MBC


이제 막 시작한 <진짜 사나이>는 더더욱 역설적이다. 남자들이 가장 꿈꾸기 싫은 바로 그 군대 다시 가기 미션이라니! 이 프로그램이 tvN에서 성황리에 방영되고 있는 <푸른거탑>의 리얼리티 버전이라는 것에는 변명할 여지가 없겠다. 하지만 시트콤과 리얼리티는 또 다른 질감을 자아낼 것이니, 단 2회 방영만으로도 화제성은 충분했다.

이처럼 차세대 남자들의 예능은 우리 사회에서 부정적으로 생각되는 상황들을 미션의 시작으로 정했다. <진짜 사나이>의 효과는 아직 진단하기 이르지만, <인간의 조건>과 <나 혼자 산다>는 그 부정적 상황을 통해 오히려 '힐링'을 추구한다.

이를테면, <나 혼자 산다>는 '혼자 살지만 나쁘지 않다'라던가, '혼자 살아도 이렇게 잘 지낼 수 있다'는 걸 보여주며, 고독에 몸부림치는 현대인들을 위로한다. <인간의 조건>은 더욱 성찰적이다. 당신이 목매어 사는 자동차, 돈 등이 당신에게 어떤 의미인가를 멤버들의 체험을 통해 되묻곤 한다. 그리고 그런 것들에 너무 연연하지 않아도 삶의 의미를 찾을 수 있다며 대안적 삶까지 슬쩍 곁들인다.

이렇게 새롭게 등장한 예능들의 주제가 '힐링'이다보니, 과거 예능들처럼 숨 가쁘게 시간 안에 달성해야 할, 때로는 서로를 속고 속이며 도달해야 할 목표는 없다. 오히려 이미 나 혼자 사는 삶의 제한성, 혹은 '~없이 살기'라는 큰 틀 안에서 멤버별·미션별 다양성이 담보된다. 덕분에 데프콘은 빨간 무개차를 타고 달리며 맘껏 제주도의 '먹방(먹는 방송)'을 보여줄 수 있고, 김준호·박성호 vs. 양상국·허경환의 돈을 벌기 위한 다른 선택을 마주치게 되는 것이다.

'~없이 살기'라는 주제를 가지고 몇 주나 버틸까 싶었지만, 매번 색다른 빛깔로 멤버들의 체험은 우리에게 또 다른 삶의 질문을 던진다.

그런데 꼭 남자들만의 예능이어야만 할까? 세상은 점점 더 여성이 우위를 차지해 간다고 하지만, 여전히 직장 내에서 직원의 비율과 승진 기회에는 보이지 않는 '유리 천장(여성의 고위직 승진을 막는 조직 내의 보이지 않는 장벽을 이르는 말)'이 존재하는 것처럼, 예능에서의 남초 현상은 여전히 두드러진다.

물론 <인간의 조건>처럼 한 집에 머무르는 한계적 상황에서 여성 멤버의 존재가 부담스러울 수도 있겠다. 하지만 <나 혼자 산다>는 좀 다르게 생각해 볼 수도 있지 않을까? 파업 기간이라는 변칙적 상황에서 편성된 <무한걸스>의 처참한 시청률과, <남자의 자격>과 성격은 다르지만 그 뒤를 이어 여성 예능임을 내건 <맘마미아>가 관심을 끌지 못하고 있는 건 갈 길이 먼 여성 예능의 현주소를 보여주고 있는 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꼭 '남성'들의 예능이 남성을 이해하는 건 아닐 수도 있겠다. 이젠 '군대가기'라는 미션까지 주말 황금 시간대로 끌고 들어오는 것을 보면, 오히려 예능을 통한 남성의 '이해'라기보다는 남성의 '소비'에 가깝단 생각이 드니까.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개인블로그(5252-jh.tystory.com)에 중복 게재되었습니다
인간의 조건 나 혼자 산다 진짜 사나이 남자의 자격 무한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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