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공정사회>에서 남편 역의 배우 배성우가 12일 오후 서울 안국동의 한 카페에서 오마이스타와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영화<공정사회>에서 남편 역의 배우 배성우가 12일 오후 서울 안국동의 한 카페에서 오마이스타와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이정민


단막극, 각종 영화와 드라마에서 맛깔난 연기를 보여주고 있는 배성우가 이번엔 <공정사회>로 돌아왔다. 크지 않은 역할이라도 작품마다 분명한 존재감을 심어준 배성우는 이번 영화에서 주인공 그녀(장영남 분)에게 한없이 냉정한 치과의사 남편으로 분했다.

5000만원이라는 초저예산에 9회 차 촬영. 사실 어지간한 중단편 영화에 걸맞은 여건이지만, <공정사회>는 장편 영화다. 그리고 결과물은 상상 이상이다. '제법 그럴싸한 작품'인 정도가 아니라 부산영화제를 비롯해 벨로이트영화제, 어바인국제영화제 등 세계 영화제에서도 인정을 받는 작품이 된 것이다.

"감독님과 친분도 있었고, 내용 전개도 빠르더라고요. 그리고 영화 소재(아동 성폭행)가 예민하잖아요. 작품 자체가 욕을 먹고 안 먹고를 떠나 일단 조심스럽게 다뤄야 할 부분이었죠. 대본을 보는데 시원하게 복수한다는 설정보다, 그 소재를 함부로 다룬 거 같지 않아서 좋았어요. 영화적 재미도 나름 고려한 것으로 보였고요."

영화는 2003년 성폭행을 당한 한 아이의 엄마가 경찰 당국의 무관심 속에서 직접 범인을 검거했다는 실화를 바탕으로 했다. 철저히 엄마의 시선으로 씻을 수 없는 아이의 상처를 대신 복수한다는 내용이었다. 

"일단 화끈하죠. 액션이 화끈하다는 게 아니라 갈등 해결 방법이 그렇다는 거예요. 사건의 정리 방식이 <김복남 살인사건의 전말>과 비슷한 것 같아요. 관객들의 화를 쌓이게 하다가 그 이상의 방법으로 카타르시스를 주는 거죠. 일반적인 장르영화나 상업영화에선 스트레스를 준 만큼만 풀어주는데, 이건 아주 더 풀어주더라고요(웃음)."

꿈 좇던 젊은 시절, 연기와 춤을 좇게 됐다

 영화<공정사회>에서 남편 역의 배우 배성우가 12일 오후 서울 안국동의 한 카페에서 오마이스타와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며 미소짓고 있다.

ⓒ 이정민


 영화<공정사회>에서 남편 역의 배우 배성우가 12일 오후 서울 안국동의 한 카페에서 오마이스타와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영화<공정사회>에서 남편 역의 배우 배성우가 12일 오후 서울 안국동의 한 카페에서 오마이스타와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이정민


이전에 출연했던 <김복남 살인사건의 전말>(이하 '김복남') 이야기가 나와서 말이지만 배성우는 살짝 억울한(?) 배우다. 악역을 맡은 작품은 그 작품이 유일한데, 대중은 그를 마치 악역의 대명사처럼 기억하고 있는 것이다.

"많은 분들이 그 캐릭터를 기억하시더라고요. 그만큼 임팩트가 강했나 봐요. 주로 웃긴 캐릭터를 많이 했는데도 <김복남> 때 모습을 아시더라고요. 이거 더 열심히 뛰어야겠습니다!(웃음)"

뚜렷한 인생 계획도 중요하지만 종종 운명의 힘이 더 강하게 지배하는 경우가 있다. 배성우가 연기의 길로 접어든 것도 같은 이치였을까. 배성우는 고등학생 시절 막연하게 꿈에 대해 생각하다가 교회에서 연극 공연과 중창을 할 때 가장 행복했던 자신을 발견하고 배우가 되기로 결심했다. 이과 학생이었던 그를 두고 학교 담임 선생님은 극구 반대했지만, 결국 원하는 연극영화과에 지원을 했다. 결과는 낙방이었다.

"원서를 쓰고 나니까 연기에 더 관심이 생기더라고요. 그러다 오디션을 봐서 뮤지컬을 시작했어요. 1993년에 공연한 <레미제라블>이었죠. 공연 포스터를 붙이러 다니다가 이름 없는 단역에서 죄수로, 그리고 혁명가 청년으로 역할도 바뀌어 갔어요.  

군대를 다녀온 후엔 보컬 레슨도 받았어요. 노래를 좀 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드니, 몸이 근질거리는 거예요. 그래서 재즈 댄스를 3년 했죠. 한국에선 재즈 댄스 분야에 남자 무용수가 적더라고요. 제가 몸은 좀 빈약하지만 배우라서 표현력이 좋았는지 전미래 재즈무용단에 들어가게 됐어요. 당시 국내 최초의 재즈단이었죠."

정답은 결국 연기, "연기할 때가 가장 재밌었다"

 영화<공정사회>에서 남편 역의 배우 배성우가 12일 오후 서울 안국동의 한 카페에서 오마이스타와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영화<공정사회>에서 남편 역의 배우 배성우가 12일 오후 서울 안국동의 한 카페에서 오마이스타와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이정민


연기와 춤, 그리고 노래까지 섭렵하며 배성우는 왕성한 활동을 했다. 감성을 표현하는 수단이라면 가리지 않고 배우고자 했지만, 결국 연기를 할 때 가장 행복해하는 자신을 발견했다. 친한 지인의 권유로 다시 한 번 대학 연극영화과의 문을 두드린 것도 비슷한 시기였다.

"지금은 서울예대로 이름이 바뀌었는데 당시 제가 지원할 무렵엔 잠깐 동안 내신 점수와 실기로만 입학이 가능했어요. 그때 저처럼 나이가 좀 있는 배우들이 대거 그 학교에 입학했죠.

결국엔 연기가 제일 재밌더라고요. 무언가를 하다 보면 꼭 막히는 지점이 있잖아요. 그걸 슬럼프라고 한다면 노래나 춤은 슬럼프가 찾아올 때마다 힘들고 지루해졌어요. 사실 그걸 넘기면 껑충 뛰는데 말이죠. 반면 연기는 그럴수록 오기가 생기더라고요. 나중엔 희열까지 느꼈어요. '이 순간만 넘기면 또 내가 성장하겠구나!'라는 생각이 들면서요."

그렇게 연기에 최적화된 자신을 재발견한 배성우는 지금껏 꾸준히 작품 활동을 해오고 있다. 비슷한 연기경력을 가진 동료나 선배 배우들에 비해 분명 속도는 늦어 보인다. 김민기 연출가의 연극으로 유명한 <지하철 1호선>의 핵심 멤버를 떠올려 보면 알 수 있다. 배우 김윤석·설경구·조승우 등이 이젠 걸출한 스타가 돼 활동 중이지 않나. 배성우 역시 그 연극을 꾸려온 핵심 멤버다.

"물론 부러운 부분과 서운한 부분도 있겠죠. 사실 대중의 인정을 받는 다는 건 결국 소통을 했다는 얘기기도 하니까요. 일견 그런 게 부럽기도 하지만 그들의 존재가 연기할 때 자극제가 되기도 해요. 제 스스로는 스트레스가 없습니다. 즐거워하면서 해나가는 거예요!"

* 인터뷰 2편('공정사회' 배성우 "동생 배성재 아나운서 팬 됐다")으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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