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종편의 부진에는 외부적 요인 뿐 아니라 내부적 문제점이 복잡하게 얽혀있다.

최근 종편의 부진에는 외부적 요인 뿐 아니라 내부적 문제점이 복잡하게 얽혀있다. ⓒ 종편4개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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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편성채널(이하 '종편')이 여전히 고전 중이다. 기대를 모았던 JTBC <궁중 잔혹사-꽃들의 전쟁>(이하 '궁중 잔혹사')이 방송 두 달 째에 접어들었음에도 불구하고 시청률 3~4%를 벗어나지 못하면서 전체적으로 김이 빠진 모양새다. 개국 1년 반이 가까워지고 있는 이 시점에 종편은 과연 어떤 상황에 처해 있는 것일까.

대선과 김수현이 살린 '종편', 그 이후

작년 한 해, 종편은 대선 특수를 누리면서 괄목할만한 성장세를 이끌어냈다. 대선 보도에 소극적이었던 지상파에 비해 자극적인 아이템과 재빠른 취재를 앞세워 시청자들의 시선을 잡아 끈 것이다. 대선 기간 내내 종편은 다양한 이슈를 공론화 하며 여론을 선도했고, 수많은 정치 평론가들을 섭외해 가감 없는 평가를 쏟아냈다. 말 그대로 대선에 '올인'하는 전략을 구사한 것이다.

물론 부작용은 적지 않았다. 언론연대의 조사 결과, 대선 당시 종편 4사의 보도(시사) 프로그램의 편성 비율은 55%~65%에 달했다. '종합편성채널'이라는 이름을 무색하게 할 만큼 치우쳤던 것. 또한, 여권 편향적인 방송을 여러 차례 내보내며 언론의 정치 중립성을 의심 받았다. 여기에 출연 인사들의 막말 논란, 자살 소동자 생중계, 왜곡된 보도에 대한 지적 등 여러 가지 문제점이 터져 나오면서 진보 진영을 중심으로 '종편이 이성을 잃었다'는 비판이 나오기도 했다.

그러나 종편의 '대선 올인 전략'은 결과만 놓고 보자면 매우 성공적이었다. 0.4% 언저리에 머물던 평균 시청률이 대선 기간 동안 1%를 넘어선 것은 물론이거니와, 채널 인지도를 큰 폭으로 끌어 올리고 고정 시청자 층을 확보하는 등 부수적 효과 또한 확실히 챙겼기 때문이다. 이는 엄청난 적자에 허덕이던 종편으로선 상당히 고무적인 성적표였다. 지상파에 밀려 미미했던 존재감이 대선 기간을 거치면서 되살아나기 시작한 것이다.

놀라운 것은 대선 특수가 끝난 뒤에도 종편의 승승장구는 계속됐단 사실이다. 종편 최초로 두 자릿수 시청률을 기록한 김수현 작가의 가족극 JTBC <무자식 상팔자>는 종편의 1등 공신이었다. 이 작품은 지상파를 제치고 동시간대 드라마 시청률 1위를 차지하며 '콘텐츠만 좋으면 종편도 성공할 수 있다'는 희망을 남겼다. 일각에서는 <모래시계>로 전국구 채널이 된 SBS의 예를 들며, <무자식 상팔자>를 '종편의 모래시계'로 평가하기도 했다.

그런데 대선과 김수현 드라마로 잘 나가던 종편이 최근 휘청거리고 있다. 대선과 같은 폭발적 이슈를 잃어버린 시사보도 프로그램이 전체적으로 시청자들의 관심 밖으로 밀려난 가운데, 야심차게 론칭한 드라마와 예능 또한 시원치 않은 성적을 내고 있기 때문이다. 이를 만회하기 위해 오는 4.24 재보선과 북핵 문제를 반전의 카드로 꺼내들었지만 분위기 전환을 하기에는 역부족인 듯 보인다. 한 풀 꺾인 상승세를 회복할만한 방법을 좀처럼 쉽게 찾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종편의 부실한 콘텐츠, '제자리걸음'의 이유

종편의 상승세가 꺾인 데는 여러 가지 이유가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위에서 거론한 것처럼 대중의 관심을 잡아끌만한 정치적 이슈의 실종이라는 외부적 요인에다가 종편 자체가 가지고 있는 내부적 문제점이 복잡하게 얽혀있는 모양새다. 문제는 이를 해결할 방법이 명확히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종편의 미래를 낙관하기 어려운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이 중에서도 부실한 콘텐츠는 종편의 가장 큰 문제점이다. 드라마·예능·시사보도 등 장르를 불문하고 눈에 띄는 작품이 거의 없다. 종편 4개사가 제 살 깎아먹기 경쟁을 하면서 비슷비슷한 포맷의 프로그램을 만들어 내고 있기 때문이다. 신선한 시도도, 확실한 차별화도 발견하기 힘든 종편의 제작행태는 그들의 발전을 두고두고 저해하는 요소다.

특히 인포테인먼트형(정보의 전달에 오락을 함께 제공하는 프로그램) 집단 토크쇼의 남발은 도를 넘어서도 한참 넘어섰다. JTBC <닥터의 승부><신의 한수>, MBN <동치미><황금알><엄지의 제왕>, 채널A <웰컴 투 시월드>, TV조선 <속사정><모녀기타><아내는 모른다> 등은 얼핏 봐서는 한 프로그램이라고 해도 모를 정도로 비슷한 포맷을 공유하고 있다.

심지어 제작진·MC·고정 패널까지도 비슷하다. 방송의 질적 발전과 다양성 확보라는 종편의 설립 취지는 온데 간데 사라진지 오래다. 시청률 올리기에 급급한 방송사의 추태만이 남아 있을 뿐이다.

중구난방 편성 전략 또한 문제 삼을 만하다. 최근 채널A는 간판 프로그램인 <박종진의 쾌도난마>의 방송 시간대를 오후 4시 50분에서 8시 20분대로 이동했다가 시청률이 반 토막 나는 수모를 겪고 있다. 50~70대 고정 시청자들의 시청 패턴을 주도면밀하게 분석하지 못한 데서 비롯된 결과다. 프라임 시간대라고 해서 무작정 시청률이 잘 나오는 것이 아님을 명심해야 한다.

JTBC 역시 마찬가지다. 대성공을 거둔 가족극 <무자식 상팔자>의 후속작을 사극 <궁중 잔혹사>로 편성한 것은 뜬금없었다. 어렵사리 마련한 고정 시청 층을 제 손으로 허문 것은 물론이고, 가족극 시간대로 충분한 경쟁력을 갖출 수 있는 기회도 스스로 날려 버렸다. 편성이라는 것은 모름지기 일관성이 있어야 한다. 특히 주말드라마 같은 경우는 비슷한 장르가 꾸준히 이어지는 것이 가장 좋다. 이런 측면에서 JTBC의 이번 선택은 패착 중의 패착이었다.

현상 유지에 급급해 과감한 투자를 하지 못하고 있는 것도 불행한 일이다. JTBC를 제외한 나머지 종편 3사는 수익성 악화를 이유로 드라마 제작을 포기한지 오래고, 그나마 방송되고 있는 작품들도 값싼 제작비의 시사 보도 프로그램 쪽으로 크게 기울어져 있다. 게다가 편성표의 대부분은 재방송으로 가득 차 있다. 언제까지 대선 같은 빅 이슈만 기다리면서 허송세월을 할 것인지 묻고 싶어진다.

종편 4개사 중 유일하게 드라마를 제작하고 있는 JTBC도 사정이 다르지는 않다. JTBC는 최근 시청률 저조를 이유로 윤제문 주연의 드라마 <세계의 끝>을 12회로 조기종영하기로 결정했다. 당초 계획 된 20회에서 무려 8회나 단축한 것이다. 작품의 완성도와 상관없이 내려진 사측의 일방적인 결정에 시청자들은 깊은 실망감을 표시하고 있다.

이렇게 조급하게 결정할 요량이었다면 왜 세트 제작비로만 무려 20억 원을 투자했는지 의문이다. 지금 종편에게 필요한 것은 당장의 수익이 아니라 시청자들의 믿음과 신뢰다. 이런 식의 파행적 운영이 계속되는 한 시청자들의 환심을 사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일이라고 봐야 한다.

지난해 적자만 2750억 원…기로에 선 종편

이렇듯 대선과 김수현이 만들어 준 '절호의 기회'를 날려 버린 것은 종편 그 스스로였다. 그동안 지적되어 온 상도덕을 저버린 표절 논란, 신선한 도전과 차별화 된 소재가 없는 제작, 당장의 수익만을 좇는 근시안적 경영, 계획성 없는 편성 전략과 재방송으로 가득 찬 편성표 등 산적해 있는 문제점을 단 한 가지도 극복하는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대선 특수'에 취해 과도한 자신감을 가졌고, 김수현 드라마로 너무 일찍 샴페인을 터뜨린 것이 오히려 독이 되어 버린 것이다.

혁신도, 반성도 없는 방송에 시청자들이 채널을 고정하기란 쉽지 않다. 시청률이라는 것은 그리 거저 얻는 것이 아니다. 특히 '미디어법 날치기'를 통해 태생적인 문제점을 갖고 태어난 비정상적 방송사라면 더더욱 그렇다. 뼈를 깎는 자기 성찰을 해도 모자란 마당에 지지부진한 제자리걸음만 계속하고 있으니 실적이 나아질리 만무하다. '종편의 모래시계' 10개가 있어도, 체질 개선이 선행되지 않는 한 종편의 미래는 밝지 않다.

지난 13일 CBS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에 출연한 민주당 윤관석 의원은 "종편 4개사의 지난해 적자가 2760억원"이라고 지적하며 "자본금 총 1조5천억으로 시작해 2011년에도 470억 가량 적자를 냈고 적자 규모가 더 커지고 있어 미래가 불투명하다"는 평을 내렸다. 윤 의원의 말처럼 이런 상황이 계속 되면 투자가 줄고, 시청률이 안 오르고, 광고가 안 붙는 악순환만이 반복될 뿐이다. 이제라도 확실하게 변하든지, 아니면 이쯤에서 그만두든지 양단간에 결정을 내려야 할 시점이 됐다.

종합편성채널 종편 무자식 상팔자 김수현 세계의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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