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썰전' 녹화 중인 김구라, 이철희, 강용석(사진 출처 '썰전' 공식 홈페이지) 썰전의 첫 번째 코너인 시사 토크 '썰전'

▲ '썰전' 녹화 중인 김구라, 이철희, 강용석(사진 출처 '썰전' 공식 홈페이지) 썰전의 첫 번째 코너인 시사 토크 '썰전' ⓒ jtbc


<오마이스타>는 스타는 물론 예능, 드라마 등 각종 프로그램에 대한 리뷰, 주장, 반론 그리고 인터뷰 등 시민기자들의 취재 기사까지도 폭넓게 싣고 있습니다. 언제든지 '노크'하세요. <오마이스타>는 시민기자들에게 항상 활짝 열려 있습니다. 편집자 말

지난 선거에서 야당을 찍었으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 남편은 강용석 전 의원을 무척이나 싫어한다. 그가 나오기만 해도 채널이 돌아가는 건 당연지사이다. 그런 분위기에서 종합편성프로그램 JTBC <썰전>의 본방을 사수하기 위해서는 채널권을 둘러싼 소심한 투쟁이 필요할 지경이었다.

그런 남편이 <썰전>을 함께 보며 호쾌하게 웃어제꼈다. 김구라의 말처럼, <개그콘서트>보다 재밌다. 그뿐만이 아니다. 야당의 편에서 보면, 김구라 표현대로 '일베(인터넷 커뮤니티 '일간베스트 저장소') 사람들이나 좋아할' 강용석이지만, 그런 그의 편향된 입장도 일방통행이 아닌 나름 균형 잡힌 시각을 추구하는 <썰전>에선 꽤 쓸모가 있다. 김구라의 이른바 '디스'도 볼 만하고.

 지난 11일 방송된 JTBC <썰전>의 한 장면.

지난 11일 방송된 JTBC <썰전>의 한 장면. ⓒ JTBC


막연한 적대감 거두고 소통 시작한 양극단 

<썰전>의 변화를 지켜보는 건, 우리나라 정치판의 소통 가능성을 꿈꿔보는 일 같다. 한때는 야당의 저격수 노릇을 하거나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서 활동을 했을 정도로 정치권에 몸담았던 여야의 인물이 자그마한 삼각 탁자를 앞에 두고 마주보는 모습 자체가 처음엔 생경했다. 거기다, 초기만 해도 상대방을 알기 보다는 자신의 노선이 앞섰던 서로 다른 입장의 두 사람은 사사건건 대립의 날을 세웠었다.

그러데 회를 거듭하면서 그 날카롭던 대립의 날이 무뎌져 가고 있다. 심지어 지난 회에 이어, 이번 회처럼 장관 후보자 청문회 사안에 대해서는 서로 '왜 내가 할 말을 먼저 하냐'고 아옹다옹할 정도로 '이구동성'이다. 여전히 '안철수'만 나오면 강용석의 말은 괜히 곤두서있고, 여당의 모든 사안에 이철희 소장은 냉소적이지만, 막연한 불신과 배제는 한결 줄어들었다.

강준만의 표현대로, 우리나라 정치인들이 소통을 내걸면서고 사실은 편 가르기와 자기 편 만들기에 급급한 상황에서, 서로 입장이 다른 정치권 사람들이 여러 가지 다른 사안에서 도란도란 조율을 해가며 논의를 만들어가는 모습 그 자체만으로도 그다지 나쁘지 않다. 물론 여기에는, 그들이 서로 무턱대고 견제할 때마다 '거 왜 그래~'하며 두루뭉수리 넘겨준 김구라의 역할이 지대하다.

 종편채널 JTBC에서 선보이고 있는 예능비평 프로 <썰전>.

종편채널 JTBC에서 선보이고 있는 예능비평 프로 <썰전>. ⓒ jtbc


덕분에 서로 다른 정파적 입장의 두 사람이 막연한 적대감을 넘어서자, <썰전>에 등장한 사안들에 대해 보다 본질적인 논의가 가능해졌다. 이리저리 재어보는 자기 입장이 아니라 실제 그 사안, 사건이 차지하는 위치, 혹은 세간의 통념으로는 짚어보지 못할 측면들이 <썰전>을 통해 본격적으로 다루어지기 시작한 것이다.

예컨대 그저 웃긴 개그 같던 윤진숙 해양수산부 장관 후보자 청문회 상황을 두고 막연한 무지가 아니라 해수부의 광범위한 영역과 달리 특정 분야 전문가에 연구직 출신이라는 한계 때문에 우려가 된다는 점을 짚어줌으로써, 사안을 이성적으로 생각해 볼 지점을 만들어 준다.

또한 증폭되고 있는 남북한의 갈등에 대해, 정확한 통계에 근거한 실질적 군사력 비교에 얹어, 사실은 그 이면에 남북한 혹은 미국의 집권 세력 혹은 군부 세력이 얻어가고 있는 이득이 있다고 짚어준 면은 그 어느 신문보다도 날카로운 해석이었다.

그에 따라 전문가입네 하면서 사실은 정파적 입장에 따라 상대편 누군가를 까기 위한 논리를 전개하기에 급급한 종편 정치 프로그램과는 스스로 차별성을 갖게 됐다. 저격수란 일회용 소모품으로 쓰였던 강용석조차 여전히 편향되긴 하지만, 잡다한 상식으로 무마가 되는 시사평론가로서 갱생할 여지를 얻어가고.

이렇게 <썰전>의 '썰전'이란 코너가 점점 자리를 잡아가고 있는 반면에, '예능심판자'는 여전히 어수선하다. 이슈가 되는 주제를 다룬다는 화제성과 다양한 사안을 시청자 의견을 앙케이트화 하여 수치로 내미는 것 외에, 참여자들의 독설이 과연 제대로 된 독설인가에 대해서는 아직 의문부호 그대로이다.

여기서 재밌는 건, 회를 거듭할수록, '썰전'의 두 출연자 이철희-강용석이 긴장을 풀고 심각한 사안에 조차 허허실실 여유롭게 대처하는 반면, '예능심판자'의 출연자들은 우후죽순 자기 목소리를 내세우기에 급급하다는 것이다. 물론 여기엔 두 명의 출연자와 네 명의 출연자라는 비율의 차이와, 시간에 비해 너무 많은 안건을 다루는 본원적 한계가 있겠다.

하지만 제아무리 예능 비평 프로그램이라지만 그저 편하게 이야기할 사안조차도 높고 경직된 목소리로 '나 전문가입네'라는 듯 딱딱하게 전달하는 자세들은 앞선 '썰전'을 모니터링하며 개선해 보길 바란다. 현재 강용석·이윤석·허지웅·박지윤 네 명 출연자의 성향과 포지션은 그다지 나쁘지 않지만, 중구난방이 되지 않기 위해서는 교통정리가 필요해 보인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개인블로그(5252-jh.tystory.com)에 중복 게재되었습니다
썰전 김구라 강용석 이철희 종편
댓글
이 기사의 좋은기사 원고료 2,000
응원글보기 원고료로 응원하기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