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월화드라마<야왕>에서 하류 역의 배우 권상우가 8일 오후 서울 논현동의 한 카페에서 오마이스타와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며 미소짓고 있다.

SBS월화드라마<야왕>에서 하류 역의 배우 권상우가 8일 오후 서울 논현동의 한 카페에서 오마이스타와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며 미소짓고 있다. ⓒ 이정민


언제부터인가 '순정남'은 배우 권상우의 전매특허가 되었다. 영화 <말죽거리 잔혹사>에서부터 드라마 <천국의 계단> <대물> 등 그의 대표작에는 사랑하는 여자를 위해서는 무엇이든 할 수 있을 것만 같은 남자 주인공이 등장했다.

최근 종영한 SBS <야왕> 역시 권상우의 이 같은 이미지를 그대로 빌려왔다. '순정남' 하류는 평생을 사랑한 여자 주다해(수애 분)를 위해 어린 시절엔 대신 돈을 훔쳤다고 나서고, 주다해가 죽인 의붓아버지의 사체를 유기해 준 데다가, 호스트바에서 일하며 그의 학비를 댔다. 그가 자신을 버리고도 진심이 담긴 사과 한 마디 건네지 않았고, 심지어 계속해 위협을 가했음에도 하류가 끝까지 사랑한 것은 주다해였다.

이 남자의 '복수극', 아니 복수극의 탈을 쓴 애정의 대서사시는 결과적으론 흥행에 성공했다. 마지막 회 시청률 25.8%(닐슨코리아 전국기준), 네 집에 한 집 꼴로 <야왕>을 봤다는 이 기록은 무시할 수 없는 수치다. 종영 후 만난 권상우는 "시청률로는 전작 <대물>을 이긴 것 같다"며 "개인적으로는 올해 미니시리즈 중에서 이 수치를 넘는 드라마가 없었으면 하는 욕심이 있다"고 말했다.

'순정남' 하류 "캐릭터 힘 빠져 아쉽긴 했지만"

하지만 "끝나고 나니 시원섭섭하다"는 권상우의 표정은 복잡했다. "많이 힘들었다"고 했다. "목요일에 집을 나가서 화요일에 들어"가고, 엔딩신 촬영을 드라마의 마지막 회가 방송되는 날 오후 9시 20분에야 마쳤을 정도로 빡빡했던 촬영 스케줄 때문만은 아니다. 오히려 권상우는 "정말 현장에 나온 기분이 들어서 그런 촬영을 하면 재미있기도 하다"고 말했다.

"제가 팬 카페에 글을 남겼던 건 스케줄 때문은 아니에요.(편집자 주-권상우는 지난달 13일 자신의 팬카페에 스트레스 등으로 인해 힘든 심경을 토로하는 글을 게재했다) 사실 드라마 중반 이후 '내가 없어도 <야왕>은 될 것 같은데?' 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제 캐릭터에 힘이 많이 빠졌죠. 앞 신에 어떤 이야기를 했는지 정보만 전달해 주고. 욕도 많이 먹었지만 시청률도 좋았기 때문에 그것 또한 관심의 표현이고 좋은 결과라고 생각하지만, 그 시청률에 비해 배우가 많이 보이진 않았던 것 같아요."


 SBS월화드라마<야왕>에서 하류 역의 배우 권상우가 8일 오후 서울 논현동의 한 카페에서 오마이스타와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며 미소짓고 있다.

권상우는 <야왕>에서 주다해 역을 맡은 배우 수애에게 흥행의 공을 돌렸다. "종방연 때도 말했는데 가장 수고가 많았던 배우였어요. 쏟아지는 이야기들에 얼마나 스트레스를 받았겠어요. 연기를 못 하는 배우였다면 욕만 먹고 시청률도 안 나왔을 거에요. 수애씨가 잘한 덕분이죠. 중반 이후에는 하류가 아니라 주다해가 극을 이끌어 갔고요. '수애라는 배우가 가진 어떤 힘이 있구나'라는 걸 느끼게 해 준 드라마 같아요." ⓒ 이정민


제작발표회 당시 "대중이 나를 잊은 것 같다"고 말했을 정도로 권상우의 걱정은 컸다. 그런데 작품을 통해 그 걱정이 가시지 않았다는 게 지금 권상우의 가장 큰 고민이란다. 특히 하류에서 차재웅으로 1인 2역을 연기하면서, 차재웅의 존재감이 사라진 것이 아쉽다고. 권상우는 "중반 지나서는 시청자 게시판에도 차재웅 이야기가 없더라"며 "하지만 이것을 작가님의 문제라고도 말할 수 없는 게, 만화 원작을 드라마로 옮기면서 원하는 그림이 나오지 않았던 것 같다"고 진단했다.

"<그 겨울, 바람이 분다>를 보면 대사가 많잖아요. 그런데 사실 대사가 많다고 외우기 힘든 건 아니거든요. 정말 이게 내 감정을 말해주는 거면 금방 외워져요. 그런데 <야왕>은 내가 안 해도 될 얘기, 상황을 설명하는 것 같은 대사만 있으니 마음에서 밀어내게 됐던 거죠. 사실 후반엔 배우들이 거의 다 그랬어요. (대본을) 한 번 더 볼 것도 안 보게 되고…. 그런 게 아쉽죠. 반응이 좋았던 만큼 시간 날 때마다 대본도 한 번씩 더 보고 그럴 법도 한데, 꼭 내가 아니어도, 성우가 와서 읽어도 되는 신이라는 생각에 아쉬웠어요."

그러면서도 권상우는 캐릭터와 결말에 대한 애정도 솔직하게 표현했다. 복수조차 결국은 주다해를 사랑하는 방법이었던 하류의 모습에 일부는 '<야왕>의 가장 큰 반전은 사랑이었다'고 말할 정도였지만, 권상우는 "하류가 좋은 집안에서, 좋은 재능을 갖고 태어나지 못한 사람이었기 때문에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그렇게 행동하는 건 충분히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변호했다.

"24회 대본을 받았을 때 엔딩신을 보고 '그래도 이 신으로 위안 받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사람들은 더 큰 복수를 원했지만, 이건 사랑 이야기였어요. '하류가 가장 행복했을 땐 은별과 다해와 있을 때였다'는 여운을 남기고 끝나서 마음은 따뜻했어요. 하지만 어떤 식으로든 두 사람의 애증이 녹아나주길 바랐는데 중반 이후엔 하류와 주다해가 마주칠 일도 없었죠. (웃음) 좀 만나서 이야기도 하고, 밉지만 사랑의 감정이 남아있다는 걸 보여줬어야 했는데…. 그런 건 아쉬워요."

 SBS월화드라마<야왕>에서 하류 역의 배우 권상우가 8일 오후 서울 논현동의 한 카페에서 오마이스타와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권상우는 아내 손태영에 대해서도 깊은 애정을 드러냈다. "제가 한참 바쁠 때 드라마(<최고다 이순신>)를 시작해서 못 봤어요. 서로 일에 대해선 터치를 안하는 편이라 다 챙겨보진 못했지만, 주변에서 예쁘게 나온다고 하니까 좋네요. (웃음) 와이프가 일 욕심이 많은 편은 아니지만 몇 년동안 육아에만 전념해 와서 미안하기도 해요. 이젠 룩희도 잘 놀고 하니까 지금처럼 일을 해도 괜찮을 것 같아요. <최고다 이순신> 카메오 출연요? 아직 거기서 제안이 안 와서. (웃음) 제가 먼저 하겠다고 하는 것도 웃기잖아요." ⓒ 이정민


'순정남' 권상우 "아들에게 자랑스러운 아빠 되고 싶다"

이제 권상우는 잠시 '배우'에서 한 가정의 '가장'으로 돌아간다.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아들 룩희와 놀아주는 일이 시급하단다. 아빠의 바쁜 촬영 스케줄 탓에 룩희는 화요일만 되면 유치원에 '아빠 온다'고 자랑까지 했다고. 권상우는 휴대폰으로 룩희와 함께 찍은 사진을 보여주며 미소를 감추지 못했다. 사진 속 룩희는 어느새 훌쩍 자란 모습으로 양 손으로 턱을 괴고 카메라를 응시하고 있었다.

"요즘엔 와이프(배우 손태영)가 일을 하니까 저 혼자 룩희를 등하교시키고 있어요. 유치원에서 한 시간 거리로 이사를 가서, 그것도 일이더라고요. 쉬어도 아침 8시엔 무조건 일어나야 돼요. 또 요즘엔 컸다고 집에 돌아오는 길에 꼭 백화점엘 가자고 해요. 엄마 몰래 초콜릿 사 달라고. (웃음) 별 건 아니지만 저에겐 소소한 그런 게 중요해요. 참, 이루마씨 딸도 같은 유치원에 다니는데 만날 때마다 애들끼리 '우리 어디 가서 아이스크림 먹고 갈까?' 그래요. 돈은 우리가 내는데, 지들이. (웃음) 말을 너무 잘 한다니까요."

집에 돌아와서도 룩희와 놀아주는 건 당분간 권상우의 몫이다. 그의 아내인 배우 손태영이 요즘 KBS 2TV <최고다 이순신>을 촬영하느라 여념이 없기 때문이다. 권상우는 "거실 끝에서 반대편 방문을 찍고 돌아오는 달리기를 몇 번 하고, 싸움놀이를 세 판 정도 하고, 숨바꼭질도 두 번 정도 하면 시간이 간다"며 빙그레 웃었다. 요즘 룩희가 어떤 만화를 좋아하는지 척척 이름을 대는 그의 모습은 영락없는 '아들 바보'다.

 SBS월화드라마<야왕>에서 하류 역의 배우 권상우가 8일 오후 서울 논현동의 한 카페에서 오마이스타와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이날 권상우는 둘째 계획도 가감없이 털어놨다. "계획은 늘 있어요. (웃음) 내년에 태어나면 좋다더라고요. 룩희가 혼자 노는 걸 보면 안쓰럽기도 하고, 둘은 있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고요. 제가 선택할 수 있는 건 아니지만 둘째는 딸이었으면 좋겠는데 왠지 아들일 것 같은 기분도 들어요." ⓒ 이정민


그가 배우로서 목표를 갖는 것도 아들에게 자랑스러운 아버지가 되기 위해서다. 권상우는 "룩희가 자기 친구들이 볼 수 있는 좋은 작품을 하고 있는 나를 보면 얼마나 듬직하고 좋겠나"라며 "아버지가 일찍 돌아가셔서 그런지 그런 기억이 없어서, 룩희에게는 아버지에 대한 자랑스러운 기억을 많이 줬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고 힘주어 말했다.

"아이와 결혼에 대한 고민 같은 건 하나도 없어요. 늘 지금만 같았으면 좋겠고요. 그런데 배우로서 제가 어디까지 와있으며 어떻게 해야 할 지는 고민이죠. 살면서 지금이 가장 고민인 것 같아요. 아이도 커 가니까. 룩희도 10년 뒤면 제가 뭘 했는지 다 알잖아요. 그때까진 아버지로서 열심히 일을 해서, 그래도 아들에게 어디 가서 부끄럽지 않은 배우 아빠라는 얘길 듣고 싶어요."

권상우 야왕 수애 손태영 최고다 이순신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