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성형했어요" "의학의 힘을 빌렸어요" "예뻐지려고 노력 좀 했죠"

연예인의 성형 고백은 언제부턴가 TV에서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는 것 중 하나가 되었다. 과거에는 성형 사실을 숨기는 데 급급했지만, 요즘은 이 또한 일종의 '자기관리'로 인식된다.

그렇다고 모든 연예인이 성형을 고백하는 것은 아니다. 각종 시술법이 발달하면서 시술의 힘으로 '감쪽같이' 달라지기도 한다. 평소처럼 활발히 활동하던 연예인의 얼굴이 분명 달라졌는데 정확히 어디인지 짚지 못하는 것은 이 때문이다.

지방흡입은 '수술'일까, '시술'일까? 

'수술'은 피부나 몸의 일부를 의료기구로 자르거나 도려내는 행위를 뜻한다. 반면 성형외과에서 말하는 '시술'이란 칼을 이용하지 않는 것을 의미한다. 예컨대, 주사기를 이용해 필러를 넣는 등의 행위는 시술의 범주에 해당한다. 구조 자체를 변형하느냐, 모양만 변형하느냐에 따라서도 수술과 시술을 구분할 수 있으며, 일상생활로 복귀하는 데 얼마큼의 시간이 걸리느냐 또한 수술과 시술의 차이라고 볼 수 있다.

지클리닉 맹우제 원장은 "성형외과에서 하느냐 아니냐에 따라 수술과 시술을 나눌 수도 있지만, 경계가 명확하지 않은데다 교집합도 있어서 정의를 내리기는 어렵다"면서 "실을 이용한 리프팅이나 코, 쌍꺼풀, 지방흡입, 지방이식 등이 교집합에 해당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청춘성형외과 강화신 원장은 "수술은 예약을 잡고 휴가 내고 받아야 하는데다 회복 기간도 필요하지만, 시술은 수술보다 빨리 회복된다"면서 "결과야 수술이 좀 더 탁월하지만 이 때문에 시술을 택하는 이들도 많다"고 전했다.

<오마이스타>가 만난 두 명의 의사는 "성형에 대한 인식이 개방적으로 바뀌었다"면서 "수술, 시술이라는 것보다 미용적인 관점으로 접근하는 것 같다"고 입을 모았다. 한동안은 누가 봐도 "나 성형했어요"라고 말하는 것처럼 과장된 수술 혹은 시술이 유행했다면, 이제는 한 듯 안 한 듯 자연스럽게 예뻐지는 것을 선호한다고. 강 원장은 "위험을 감수하고라도 예뻐져야겠다는 욕구가 과거보다 강해진 것 같다"면서 "성형에 대한 관점이 달라진 부분에는 연예인들이 많이 기여한 것 같다"고 밝혔다.


카복시 때문에 프로포폴을? "의사의 도덕적 판단 중요"

최근 배우 박시연과 이승연, 장미인애, 현영 등이 프로포폴 상습 투약 혐의로 검찰에 기소됐다. 약식 기소된 현영을 제외하면 박시연과 이승연, 장미인애에 대한 재판은 진행 중이다. 지난 1차 공판에서 의료 목적의 프로포폴 투약임을 강조한 이들의 변호인은 지방 분해를 위한 카복시 시술에 상당한 고통이 수반돼 관행적으로 프로포폴을 사용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카복시 시술을 경험한 이들은 "그 정도까지의 고통은 아니다"고 말한다.

이에 대해 맹 원장은 "통증에 대한 역치는 사람마다 다르다. 또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단계를 많이 높이면 고통이 그만큼 클 수밖에 없다"면서 "그런 경우라면 프로포폴 같은 마취제를 사용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단순히 시술 종류에 따라 사용 여부를 규정할 수는 없다는 것. 다만 맹 원장은 "시술 전, 환자의 목적을 따졌을 때 프로포폴이 하나의 수단으로서 필요하다면 괜찮지만 수단과 목적이 뒤바뀌었다면 아닌 것"이라면서 "의사의 도덕적인 판단에 맡길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프로포폴은 의식만 마비시키는 수면마취제다. 이 상태가 유지되는 시간이 짧아서 부작용이 생길 가능성이 그만큼 적다. 부작용 안내서에도 중독과 관련된 내용이 없었는데 쾌락적인 느낌이 생긴다는 것이 알려지면서 본질이 왜곡됐다. 병원 또한 수입 창출을 위해 이를 눈감았다. 이 사건에 관련된 일부 의사들의 문제도 크다고 생각한다."


수술과 시술, 어떤 점을 주의해야 할까?

TV에, 인터넷에 정보가 넘치면서 병원을 찾는 이들도 수술법 등에 대해 잘 알고 오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의사들은 "정확한 지식보다 광고성으로 왜곡된 지식이 더 많다"고 했다. 전문가로서 올바른 정보를 선별해서 설명하려고 노력하지만, 치료보다는 본인의 만족이 목적이기 때문에 '여기서 이거 안 해주면 다른 데 가지 뭐'라는 식의 반응을 불러오기도 한다고.

강 원장은 "각자의 얼굴에 맞는 수술 혹은 시술이 다 다른데, 브랜드 파워를 가진 일부 대형 병원은 환자를 찍어내는 시스템이다"면서 "성형에 대한 관심이 높고, 다들 많이 안다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어 강 원장은 "한 방을 노리면 그만큼 함정이 많다"면서 "부작용 없이 자연스러운 얼굴을 원한다면 '과유불급'이라는 말처럼 욕심을 버리고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맹우제 원장은 수술과 시술을 대하는 개개인의 자세 외에도 매체 등의 신중한 보도를 강조했다. 맹 원장은 "방송에서 왜곡되어 표현되는 부분이 되게 많다"면서 "정보를 전달하는 데 있어서 '이것 하나면 다 된다'는 식의 섣부른 일반화는 위험하다. 전부가 아닌 것을 전부인 것처럼 다루지는 말아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