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기자회견 모습. 가운데가 김영빈 집행위원장이고 맨 오른쪽이 홍보미 프로그래머

지난해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기자회견 모습. 가운데가 김영빈 집행위원장이고 맨 오른쪽이 홍보미 프로그래머 ⓒ 성하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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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집행위원장 김영빈, 이하 부천영화제)가 지난해 한 프로그래머를 일방적으로 해임시켰다는 주장이 제기돼 논란이 일고 있다.

지난 9월 말 영화제에서 해임된 홍보미 전 프로그래머는 "영화제 측이 근로계약서를 작성해 주지 않았고 특별한 이유 없이 일방적으로 해고시켰다"며 영화진흥위원회(이하 영진위) 공정경쟁환경조성 특별위원회 산하 불공정행위신고센터에 신고했다. 영진위 측은 수개월에 걸쳐 이 사안을 조사한 끝에 지난 3월 부천영화제에 권고사항을 전달한 것으로 확인됐다.

영진위 측은 '프로그래머들을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명확히 인정해야 한다'며, '프로그래머들을 가급적 상용직으로 고용하되, 불가피하게 기간제 계약으로 고용할 경우에는 근무성적 평정을 공정하게 실시해 그 결과를 바탕으로 재임용 여부를 결정하라'고 부천영화제 측에 권고했다.

또한 '프로그래머들과 반드시 서면 근로계약서를 체결하고, 그 부본을 교부하며, 프로그래머들에 대한 4대 보험 가입, 연차휴가 및 퇴직금의 지급 등 근로기준법을 성실하게 준수하고 기타 비정규직에 대한 부당한 고용관행을 개선하라'고 요구했다.

영진위는 이어 "유사한 사례가 재발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 부천영화제 외에 다른 주요 국제영화제들과 부천시를 포함한 각 국제영화제를 관할하는 지방자치단체에도 상기 권고사항을 안내하는 공문을 발송했다"면서 향후 "영진위의 영화제 지원사업 평가에서 '영화제 인력운용의 합리성' 항목을 추가해 지원여부 및 지원금 산정 평가에 반영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영진위의 이 같은 결정에도 불구하고 복직 등의 조처는 어려운 것으로 보인다. 홍보미 전 프로그래머는 "영진위 권고사항은 법적인 권한이 없다"며, "영진위 쪽도 '다만 앞으로도 그런 행태가 계속 된다면 향후 지원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 정도밖엔 말을 못 한다'고 하더라"고 전했다.

김영빈 위원장 "해임 아냐…계약기간 끝나 재임용 안 한 것"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김영빈 집행위원장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김영빈 집행위원장 ⓒ 부천영화제

이에 대해 부천영화제 김영빈 집행위원장은 <오마이스타>와의 전화통화에서 "홍 프로그래머는 다년계약을 한 것이 아니기에 해임이 아닌 재임용을 안 한 것일 뿐"이라고 해명했다. 김 위원장은 "홍 프로그래머의 근무태도에 문제가 있었고, 영화제 발전을 위해 충성도 높은 유능한 사람을 쓰기 위한 것이었다"며 "영화제가 기여도가 있고 발전되는 사람을 찾는 것은 당연하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이어 "겸직금지 조항이 있는데, 홍 프로그래머가 이를 어겼다"면서 "프로그래머 채용 이후에도 영화수입업을 계속해 문제가 됐다"고 밝혔다. 그는 "영진위의 지적은 고용의 문제가 아닌 업무상 지적이었다"며 "홍 프로그래머가 경기지방노동위에 제소했으나 기각당해 상급기관인 중앙노동위에 다시 제소한 상태"라고 덧붙였다.

김 위원장은 근로계약서를 작성하지 않은 문제와 관련해서는 "영화제 측이 잘못했다"고 인정하고, "담당 직원의 실수였다"며 "시말서를 받았다"고 밝혔다. 부천영화제 사무국 관계자는 "다른 프로그래머나 직원들은 근로계약서가 다 작성돼 있다"며 "홍 프로그래머 한 사람에 대해서만 실수한 부분이 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홍 전 프로그래머는 "근로계약서가 작성되지 않은 상태에서 재계약을 안했다는 것 자체가 변명에 불과하다"며 "다른 직원들의 경우 근로계약서를 쓰지 않은 사람이 없음에도 자신만 빼먹었다는 것은 납득하기 힘든 사안"이라고 말했다.

또한 "영화 수입에 대해서는 입사 전의 일이라 면접할 때 사전양해를 받은 사안임에도 영화제 측이 말 바꾸기와 책임 떠넘기기를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근무태도가 문제가 있다고 하는데 영화제 일을 하면서 어떤 지적도 받은 적이 없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전주영화제가 프로그래머 해임 파문으로 큰 혼란을 겪은 상태에서 부천에서도 비슷한 일어난 것에 대해 영화계 인사들은 황당하다는 반응이다. 국내영화제의 한 관계자는 "부천영화제 측이 계약직이기에 재계약을 안 한 것일 뿐 문제없다고 변명할 수는 있겠지만 다시 안 볼 것도 아닌데 저런 일방적 처사는 심한 것 같다"고 말했다.

"시장이 자율성 줬더니 집행위원장에게 힘 집중"

특히 재임용 거부든 해임이든 구체적인 사유가 있어야 하는데 영화제 측이 제시하는 이유가 명확치 않다는 지적이다. 부천영화제의 한 관계자도 "구체적으로 어떤 부분을 잘못했다고 해야 하는데, 사유가 모호한 부분은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홍 전 프로그래머는 "지난 2004년 집행위원장 해임 사태 이후 정비된 것으로 보이는 부천영화제의 인사 시스템이, 마치 '어떻게 하면 책임지지 않고 쉽게 해임할 수 있나'만을 고민하고 만든 것 같다"며 "영화제 팀장과 프로그래머 등의 유임과 해임을 결정하는 인사위원회에 올려지는 인사 평가 내용이 사실상 집행위원장 1인에 달려있고, 소명할 기회나 인사 평가 내용의 사실성과 공정성을 확인할 길을 원천적으로 봉쇄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지난해 부천영화제에서 야외 행사를 즐기고 있는 김만수 부천시장

지난해 부천영화제에서 야외 행사를 즐기고 있는 김만수 부천시장 ⓒ 부천영화제


국내 영화제작사의 한 관계자는 "김만수 부천시장이 예전에 집행위원장 해임 논란이 있었던 것 등을 의식해 가급적 영화제에 간섭하지 않기 위해 나름 자율성을 준 것 같은데, 집행위원장에 힘이 집중되면서 논란이 생기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예전에 부천영화제에서 근무했던 한 스태프는 "시장이 바뀌어 간섭하지 않는다고 해서 담당 공무원들 태도까지 바뀌는 것은 아니"라며 "다만 김 위원장님이 현장 감독 출신이다 보니 일방적 스타일로 간다는 의견이 있었는데, 결국 이런 논란이 벌어지게 되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부천영화제 홍보미 프로그래머 김만수 김영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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