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의 이천수가 대전 수비수 김태연을 따돌리고 슛을 시도하는 순간

인천의 이천수가 대전 수비수 김태연을 따돌리고 슛을 시도하는 순간 ⓒ 심재철


지난 3월 31일, 인천 유나이티드 FC(아래 인천유나이티드)가 일방적인 공격을 퍼붓고도 경기서 패했기에 허탈한 마음으로 동료들과 저녁을 먹으러 가는데 낯익은 얼굴을 만났다. 개막전에서 교체 선수로 잠깐 뛴 뒤에 계속 나오지 못하고 있는 인천유나이티드의 골잡이 설기현 선수였다.

"다음 경기에는 뛸 수 있나요? 골반은 괜찮아요?"

인천의 공격을 답답하게 느꼈던 우리는 설기현 선수에게 질문을 던졌지만 시원한 대답을 듣지 못하고 함께 사진만 찍었다. 아직 몸 상태가 정상이 아닌 모양이었다.

김봉길 감독이 이끌고 있는 인천유나이티드는 지난 3월 31일 오후 4시 인천축구전용경기장에서 벌어진 2013 K리그 클래식 4라운드 대전 시티즌과의 안방 경기서 주앙 파울로에게 뼈아픈 결승골을 내주며 1-2로 패했다.

2년 전 문학경기장에서 당하고도 또...

방문 팀 대전을 이끌고 인천축구전용경기장에 들어온 김인완 감독은 포백 수비 라인은 물론 다섯 명으로 구성된 미드필더들까지 최대한 뒤로 끌어내려 촘촘한 그물을 만들어 인천의 공격을 무디게 했다.

아무리 인천 유나이티드의 시즌 초반 성적이 좋은 편이라고 하지만 이처럼 두렵게 여기며 수비에 치중하는 팀을 만나다보니 인천의 필드 플레이어도, 1만103명의 홈 팬들도 낯선 경험을 한 셈이다.

 후반전, 대전 시티즌의 밀집 수비

후반전, 대전 시티즌의 밀집 수비 ⓒ 심재철


왼쪽 측면을 맡은 주장 박진옥을 중심으로 펼친 대전 시티즌의 압박 수비는 '남준재-이석현-한교원'으로 짜여진 인천의 공격형 미드필더들을 꼼짝 못하게 묶어버렸다. 그러다 보니 맨 앞에 세워둔 골잡이 디오고는 슛 기회조차 얻지 못했다.

디오고는 주장 김남일과 자주 눈빛 교환을 하면서 대전 수비 라인 뒤를 노리며 뛰어들었지만 대전 수비수들이 그냥 내버려둘 리 없었다. 부상 치료 중인 설기현의 빈 자리가 크게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대전의 김인완 감독이 감춰둔 역습 전술에서 승부의 갈림길이 생겼다. 전반전이 득점 없이 끝나는가 싶었지만 오른쪽 측면을 파고든 주앙 파울로가 슛을 시도하는 척하며 인천의 골문 앞으로 공을 밀어줬고, 이를 향해 달려들어간 미드필더 이웅희가 선취골(43분)을 터트렸다.

이에 인천의 김봉길 감독은 후반전 시작과 동시에 남준재를 빼고 '삼바 치타'라는 별명이 붙은 찌아고를 왼쪽 측면 공격형 미드필더로 내세웠다. 그 덕분에 비교적 이른 시간에 동점골을 터트릴 수 있었다.

 인천 유나이티드 수비수 안재준이 48분에 동점골을 터뜨리는 순간

인천 유나이티드 수비수 안재준이 48분에 동점골을 터뜨리는 순간 ⓒ 심재철


왼쪽 코너킥 세트 피스에서 공격에 가담한 인천의 가운데 수비수 둘의 합작품이었다. 이윤표가 이마로 공을 떨어뜨려주고 안재준이 쓰러지며 오른발 발리슛으로 그물을 흔들었다. 전남에서 두 시즌을 뛰고 친정으로 돌아온 뒤 처음 넣은 기념비적인 득점이었다.

하지만 인천의 수비 라인은 동점골을 넣고 4분 만에 무너졌다. 공을 몰고 있는 선수에만 시선이 쏠리다보니 위험 지역으로 빠져들어온 제2, 제3의 선수를 놓치는 어리석음을 드러낸 것이었다. 이 결승골(52분)의 주인공 역시 주앙 파울로였다. 오른쪽 끝줄 가까이 빠져들어간 김병석이 각도를 크게 꺾어서 공을 내줬고 반대쪽에서 달려든 주앙 파울로는 골문 오른쪽 구석으로 정확히 차 넣었다.

이렇게 1득점 1도움을 기록한 주앙 파울로는 진정한 인천의 천적이 됐다. 광주 FC에서 이름을 날리던 주앙 파울로는 2011년 7월 2일 문학경기장에서 2-2 무승부를 만드는 동점골을 터뜨린 바 있다. 인천으로서는 이번에 크게 한 방 더 얻어맞은 셈이다.

이로써 5위(2승 1무 1패, 7득점 5실점)로 내려앉은 인천 유나이티드는 히로시마 방문 경기(4월 2일 저녁, AFC 챔피언스리그)를 마치고 돌아오는 K리그 클래식 1위(3승 1무, 9득점 3실점) 포항 스틸러스와의 맞대결을 위해 6일 오후 2시에 스틸야드로 향한다.

"능력없는 프론트는 사퇴하라!"

 인천 유나이티드 서포터 미추홀 보이즈의 펼침막 시위

인천 유나이티드 서포터 미추홀 보이즈의 펼침막 시위 ⓒ 심재철


한편, 인천유나이티드의 공식 서포터 미추홀 보이즈는 경기 시작 전부터 '인천을 그만 돌려줘' '능력없는 프런트는 사퇴하라' '시민 없는 시민구단 원해?' '구단의 졸속 행정, 잃어버린 10년' 등의 펼침막을 들고 관중석에서 시위를 벌였다.

지난해 인천축구전용경기장으로 이사온 뒤 야심차게 준비했던 첫 경기에서 입장권 발매 지체 소동을 초래했으며, 올해 홈 개막전(3월 3일)에서도 종교 단체가 E석 1·2층 중앙 좌석을 선점해 일반 관중들을 밀어내는 사태가 있었음에도 구단 프론트가 책임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미추홀 보이즈에서는 '인천광역시민과 인천유나이티드를 사랑하시는 분들에게 고하는 글'을 인쇄해 관중들에게 나눠주는 등의 행동을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미추홀 보이즈는 조동암 사장을 해임하고 축구 전문가를 구단 사장에 임명하라는 것과 홍보 마케팅 팀장을 해임하라는 두 가지 요구를 강력하게 외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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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2013 K리그 클래식 4라운드 결과, 3월 31일 인천축구전용경기장

★ 인천 유나이티드 FC 1-2 대전 시티즌 [득점 : 안재준(48분,도움-이윤표) / 이웅희(43분,도움-주앙 파울로), 주앙 파울로(52분,도움-김병석)]

◎ 인천 선수들
FW : 디오고
AMF : 남준재(46분↔찌아고), 이석현, 한교원(75분↔이효균)
DMF : 구본상(53분↔이천수), 김남일
DF : 김창수, 이윤표, 안재준, 박태민
GK : 권정혁

◎ 대전 선수들
FW : 루시오(68분↔이동현)
MF : 주앙 파울로(90+2분↔지경득), 김병석, 한덕희(87분↔바바), 정석민, 이웅희
DF : 박진옥, 김종수, 김태연, 이강진
GK : 김선규

이기사는 SoulPlay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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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대인고등학교에서 교사로 일합니다. 축구 이야기, 교육 현장의 이야기를 여러분과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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