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야구 살아있네" 한국의 호주전 승리를 알리는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공식 홈페이지

▲ "한국 야구 살아있네" 한국의 호주전 승리를 알리는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공식 홈페이지 ⓒ WBC


한국이 호주를 꺾고 벼랑 끝에서 탈출했다.

한국 야구대표팀은 4일 대만 타이중 인터컨티넨탈구장에서 열린 2013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1라운드 B조 2차전에서 타선과 마운드의 고른 활약으로 호주에 6-0으로 완승을 거뒀다.

이틀 전 네덜란드와의 1차전에서 0-5로 패하며 탈락 위기에 놓였던 한국은 이날 호주를 꺾고 1승 1무를 기록하며 대만과의 3차전 결과에 따라 일본 도쿄에서 열리는 본선 2라운드 진출 가능성을 되살렸다.

네덜란드전과 달리 이날 경기는 모든 것이 순조로웠다. 타선은 1회초부터 3점을 올리며 주도권을 잡았고, 마운드는 빈틈없는 계투로 호주 타선을 무득점으로 막아냈다.

이승엽, 잠자는 한국 타선 깨웠다

네덜란드전에서 무기력했던 타선을 깨운 것은 역시 국제무대에서 강한 '국민타자' 이승엽이었다. 이승엽은 네덜란드전에서 상대가 왼손 투수를 선발로 내세우자 선발 명단에서 빠졌고 대타로 출전했다.

하지만 류중일 감독은 호주도 왼손 투수가 선발로 나왔음에도 이날 이승엽을 선발 명단에 넣고 중심 타선인 3번 타자로 배치하는 승부수를 던져 대성공을 거뒀다.

이승엽은 1회 초 주자 1루 찬스에서 타석에 들어서 상대 투수 라이언 설의 공이 가운데로 몰리자 우측 담장을 맞추는 2루타를 터뜨리며 이번 대회 한국의 첫 장타를 기록했다.

1루 주자 정근우가 아쉽게 3루에서 멈췄지만 이승엽의 장타로 공격에 물꼬를 튼 한국은 계속된 주자 2·3루 찬스에서 김현수가 좌익수 앞에 떨어지는 2타점 적시타를 터뜨리며 기선을 제압하는 데 성공했다.

이승엽은 2회 초에도 우전 2루타를 터뜨리며 2루 주자 이용규를 여유 있게 홈으로 불러들여 타점까지 기록했다. 마지막 9회 초 좌전 안타를 터뜨린 이승엽은 경기 내내 좋은 타격 감각을 유지하며 한국 타선을 이끌었다.

일본 무대에서 자존심 회복을 위해 2009년 대회에 불참했던 이승엽은 7년 만에 다시 돌아온 WBC 무대에서 이날 5타수 3안타 1타점으로 활약하며 여전히 녹슬지 않은 실력을 과시했다.

송승준, 무실점 호투... '승리 디딤돌'

마운드에서는 송승준이 든든하게 버텼다. 선발투수로 등판한 송승준은 4이닝 동안 69개의 공을 던지며 호주 타선을 2피안타 무실점으로 완벽하게 막아내며 자신의 역할을 다했다.

하지만 과정은 쉽지 않았다. 이날 송승준은 심판의 모호한 스트라이크존에 적응하느라 애를 먹었다. 상대 타자도 스트라이크로 판단했던 공마저 심판은 손을 들어주지 않아 송승준은 몇 차례나 아쉬운 표정을 지었다.

1회 말에는 보크 판정을 받기도 했다. 송승준이 마운드에서 세트포지션에 들어간 뒤 왼손을 움직였다는 것이었다. 류중일 감독이 곧바로 항의했지만 판정은 번복되지 않았다. 

그러나 송승준은 흔들리지 않았고 후속 타자를 삼진으로 돌려세우며 위기에서 벗어났다. 공을 던질수록 묵직한 직구와 날카로운 포크볼이 살아나면서 탈삼진도 5개나 잡아냈다.

또한 불펜에서는 네덜란드전에서 부진했던 노경은이 6회 구원 등판해 안정된 투구로 1⅓이닝을 2피안타 무실점으로 막아냈다. 사사구는 없었고 탈삼진 2개를 잡아내며 네덜란드전의 부진을 깨끗하게 만회했다.

위기는 끝나지 않았다... 대만전 대승 거둬야

하지만 아직 위기가 완전히 끝난 것은 아니다. 5일 열리는 대만과의 경기에서 승리를 거둔 뒤 호주가 네덜란드의 발목을 잡아줘야만 한국의 2라운드 진출이 최종 확정된다.

물론 2연패를 당한 B조 최약체 호주가 네덜란드에 승리할 확률은 높지 않다. 그렇다면 대만에 큰 점수 차로 대승을 거두는 길밖에 없다. 한국이 여전히 긴장을 늦출 수 없는 이유다.

만약 한국이 대만을 꺾고, 네덜란드도 호주에 승리한다면 한국·대만·네덜란드 3개 팀이 모두 2승 1패로 동률을 이루게 된다. 그렇다면 TQB(Team Quality Balance) 수치로 최종 순위를 결정한다.

TQB는 (득점/공격이닝)-(실점/수비이닝) 공식으로 계산하는데 최대한 많은 점수를 내고, 적게 실점해야 유리하다. 이 공식에 따르면 한국은 대만에 최소 6-0 이상으로 승리해야 자력으로 2라운드 진출을 바라볼 수 있다.

가장 먼저 2연승을 거뒀고 홈 관중의 응원까지 받고 있는 대만은 만만치 않은 상대다. 하지만 1·2차전에서 활약했던 왕첸밍·판웨이룬 등 간판 투수들이 한국과의 3차전에 나올 수 없다는 것이 약점이다.

물론 한국도 과제가 남아있다. 여전히 침묵을 지키고 있는 일부 타자들이 살아나야만 대량 득점이 가능하다. 한국이 과연 대만전에서 극적인 2라운드 진출에 성공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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