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뽀로로 극장판: 슈퍼썰매 대모험>, <눈의 여왕>, <몬스터 주식회사3D>, <명탐정 코난 : 은빛 날개의 마술사> 등 어린이용 애니메이션이 강세를 보였던 2013년 1,2월 박스오피스다. 게다가 2013년 첫 천만 관객 기록이 유력한 <7번방의 선물>도 온 가족 연령대가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휴머니즘'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반면 2월 넷째 주 개봉작을 살펴보면 청소년은 볼 수 없는 영화들이 대다수다. 그것도 '19금'이 아닌 '26금'이라 불릴 정도로 피비린내 나는 국내산 영화들이 <신세계>, <분노의 윤리학> 등 무려 2편이나 포진되어 있다. 가히 '나쁜 놈들의 전성시대'로 불려도 무방할 정도로, 그 어느 때보다 치열한 성인 잔혹극 대결이 예상되는 늦겨울. 과연 관객들의 선택은 어디로 향할까.

 영화 <신세계> 스틸사진

영화 <신세계> 스틸사진 ⓒ 사나이 픽쳐스


<신세계>, 전쟁터에서 살아남아야 하는 인간의 피비린내 나는 고군분투기 

기업형 범죄조직 골드문의 삼인자 정청(황정민 분)의 심복 이자성(이정재 분)은 8년 전 경찰이 심어놓은 스파이다. 골드문 회장이 교통사고로 사망한 이후, 정청과 이중구(박성웅 분)의 후계 구도 대결이 본격화되면서, 경찰청 수사 기획과 강과장(최민식)은 후계자 결정에 직접 개입하는 '신세계' 작전을 설계한다.

작전의 성공만 생각하는 강과장은 계속 이자성의 숨통을 조이고, 행여나 자신의 신분이 노출될까 불안한 자성은 언제 자신을 배신할 줄 모르는 경찰과 자신을 정말로 '브라더'로 대하는 정청 사이에서 깊은 갈등에 빠진다.

범죄조직에 이중 스파이로 잠입한 경찰이 자신의 정체성을 두고 혼란에 빠지는 설정은 영화 <무간도> 시리즈와 흡사하다. 하지만 <신세계>는 언제 자신이 몸담은 조직에 버려질지 몰라 전전긍긍하는 자성의 불안한 내면에 초점을 맞춘다.

<신세계>의 특징이 있다면 주요 인물들 사이에 선악 구도가 명확하지 않다는 것이다. 살아남기라는 명분 아래 방금 전 동지들에게도 회칼을 들이대는 골드문 사람들은 물론, 국가의 정의 구현을 위해 자신의 수족이 되어준 부하들까지 버릴 수 있는 강과장도 그리 의로운 캐릭터는 아니다.

자성, 정청, 강과장 모두 자신들이 가고 싶었던 '신세계'는 각각 달랐지만, 결국 어떻게 해서든지 살아남고 싶다는 궁극적인 목표는 같았다. 다소 잔혹한 폭력 장면에도 불구, 살기 위해서 독하게 굴어야 한다는 정청의 대사는 전쟁터 같은 현실에서 치열하게 살아남아야 하는 현대인에게 의미심장한 메시지를 남긴다.  2월 21일 개봉.

관람 키워드: 끝까지 예측 불허 탄탄 시나리오. 세관 출신 반달에서 경찰로 출세한 최민식, 의리로 똘똘 뭉친 브라더 황정민, 수트가 잘 어울리는 이정재와 보기만 해도 무서운 박성웅 살아있네! 하지만 마음 단단히 먹고 극장 문에 들어가시길! 임산부, 노약자, 심신 미약자, 나이 속인 청소년 절대 관람불가. 

 영화 <분노의 윤리학> 포스터

영화 <분노의 윤리학> 포스터 ⓒ 티피에스 컴퍼니


<분노의 윤리학> 가치판단을 잃어버린 세태를 향한 통렬한 풍자 

미모의 여대생이 살해됐다. 유력한 용의자로 그녀와 불륜 관계를 유지하던 대학교수 수택(곽도원 분)이 지목된다. 하지만 여대생을 살해한 이는 수택이 아닌 그녀의 전 남자친구 현수(김태훈 분)다. 거기에다가 여대생 옆집에 살며 그녀의 일거수일투족을 도청한 교통경찰 정훈(이제훈 분)과 여대생에게 5천만 원을 빌려준 사채업자 명록(조진웅 분)이 가세한다. 여기에 남편 수택의 살인보다 불륜을 더 용서할 수 없다는 선화가 등장하는 순간 극은 예측불허 미궁 속으로 흘러간다.

영화 <분노의 윤리학>에서 죽은 여대생들과 연관된 사람들은 하나같이 여대생에게 씻을 수 없는 원죄를 지었다. 여대생 죽음과 연관되기 전까지, 그들은 누구보다 점잖고 선량한 평범한 시민이었다. 그러나 그들은 여대생 살인사건을 계기로, 여대생에게 몹쓸 짓을 한 남성과 차례대로 대면한 순간, 자신의 내면에 숨어있던 '분노'를 강하게 표출한다. 그리고 상대가 여대생에게 한 범죄 행위는 경멸하면서, 정작 자신이 했던 행위는 합리화시키기 급급하다.

도청, 살인, 간음, 사채, 결백. 제3자가 봤을 때 이들은 우열을 가릴 수 없을 정도로 분명 나쁜 놈이다. 같은 악인들끼리 서로의 잘못을 탓하며 피까지 난사하며 치열하게 싸우는 이들의 모습은 황당, 무서움을 넘어 웃음을 자아낸다. 하지만 'X 묻은 개 겨 나무란다.' 식으로 서로 심판하겠다고 나선 이들이 만들어 낸 분노의 연쇄 고리는 옳고 그름의 판단 기준이 모호해지고, 자기 합리화만 급급한 세태를 통렬히 풍자한다. 악인들에 대한 최종 판단은 어디까지나 관객들 몫이다. 2월 21일 개봉.

관람 키워드: 재기 발랄한 스토리 전개와 개성 강한 나쁜 놈들 캐릭터 열전. 연기파 배우들의 불꽃 튀는 대결은 덤. <신세계>와 마찬가지로 마음 단단히 먹고 들어 가야 하는 충격 결말. 

신세계 분노의 윤리학 이정재 황정민 이제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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