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67회 종합선수권 대회>에서 레 미제라블 연기를 펼치는 김연아.

<제 67회 종합선수권 대회>에서 레 미제라블 연기를 펼치는 김연아. ⓒ 곽진성


지난 10일 국제빙상경기연맹(ISU) 2013 4대륙선수권 대회에서 일본의 아사다 마오(23·일본)가 총점 205.45점을 기록하며 우승을 차지했다. 점수만을 놓고 보면 김연아(23·대한민국)가 지난 6일 제67회 전국남녀피겨스케이팅 종합선수권대회에서 기록한 210.77점에 근접한 점수다. 

다수의 일본 언론은 4대륙선수권대회 결과를 바탕으로 기대치를 높이고 있다. 김연아와 아사다 마오의 점수를 단순 비교하며 '라이벌 2R'가 시작됐다고 보도하고 있다. 일본언론의 주장처럼 아사다 마오의 현 기량은 정말 김연아의 라이벌 수준일까? 이제부터 그 궁금증을 풀어보자.

김연아의 승리, 'Again 2010 동계올림픽'이 예상되는 이유

 김연아의 레 미제라블

김연아의 레 미제라블 ⓒ 곽진성


2010 밴쿠버 동계올림픽에서 대한민국의 김연아와 일본의 아사다 마오는 최고의 기량으로 격돌했다. 김연아는 3Lz-3T(당시 10.00점), 아사다 마오는 3A-2T(당시 9.50점)를 바탕으로 치열한 경쟁을 벌였다. 결과는 김연아 선수의 23점차 대승이었다.

피겨스케이팅에서 23점이란 점수 차는 아사다 마오가 특기인 트리플 악셀(3A)(당시 기초점 8.3점)을 덤으로 2번 더 뛴다 해도 극복할 수 없는 격차였다. 올림픽 후, 두 선수가 라이벌이라는 소리가 '게 눈 감추듯' 사라진 이유다.

그런데 2013년 일본 언론은 다시금 김연아와 아사다 마오의 라이벌 구도를 만들고 있다. 국내 일부 언론과 피겨 블로거들도 이런 기류에 편승하는 모양새다. 하지만 기자가 본 올시즌 아사다마오의 3회전 점프 기량은 올림픽에 비해 하향세가 뚜렷했다.

아사다 마오는 현재 모든 3회전 점프에 공통적으로 '회전수 부족'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그 원인은 예년에 비해 떨어진 '스피드와 파워'로 인해, 점프 비거리와 높이가 나오지 않는 문제와 연관되어 있다. 또 3A와 3Lz의 경우에는 잘못된 에지 사용 문제까지 겹쳐 있다.

현재, 아사다 마오의 3A 점프의 경우 테이크 오프 과정에서 과도하게 왼발 아웃에지를 틀어(프리 로테이션) 점프 규모가 작고, 점프 후 축이 기울어지는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3Lz의 경우에는 잘못된 점프 도입자세로 롱에지(e) 판정을 받으며 번번히 감점을 받고 있다. 왼발 아웃에지(스케이트 블레이드 바깥쪽) 대신 인에지로 뛰고 있기 때문이다. 아사다 마오는 <2013 4대륙선수권대회>에서 이런 문제점을 고스란히 노출했다.

그렇다면 김연아의 경우는 어떨까? NRW트로피, 제67회종합선수권을 통해 지켜본 김연아의 점프 기량은 2010 올림픽과 비교해 큰 변화가 없다.

 교과서 점프란 이런 것. 왼쪽이 얕은 왼발 인엣지로 뛰는 트리플 플립, 오른쪽이 깊은 아웃엣지로 뛰는 트리플 러츠이다. 차이가 명확하다.

교과서 점프란 이런 것. 왼쪽이 얕은 왼발 인엣지로 뛰는 트리플 플립, 오른쪽이 깊은 아웃엣지로 뛰는 트리플 러츠이다. 차이가 명확하다. ⓒ 곽진성


정확한 왼발 아웃에지의 3Lz, 왼발 얕은 인에지의 3F를 비롯해 3S와 연결 점프인 3T까지 비거리, 높이, 회전자세 모두 높은 GOE를 받기에 부족함이 없다. 회전수도 넉넉했다. 김연아가 NRW트로피와 종합선수권대회의 점프 기량이 여전히 세계 최고라 말할 수 있는 이유다.

이런 안정된 자세를 바탕으로 김연아는 현 피겨 점프 기술 중 가장 점수가 높은 3Lz-3T까지 완벽하게 수행해 내고 있다. 많은 피겨 관계자들은 김연아를 점프를 세계 제일로 꼽는 데 주저하지 않는다. 기자 역시 같은 생각이다. 김연아를 '점프의 정석'이라고 말하는 것은 비유적 의미가 아니다. 세계선수권 대회가 Again 2010 동계올림픽 같이 일방적 게임이 될 것이라 예측하는 이유다.

[분석] 아사다 마오의 3A, 4대륙 대회에서나 통할 점프인 이유

기자는, '2013 시즌' 아사다 마오의 점프 기량이 '2010 올림픽 시절'보다 하락했다고 보고 있다. 그런데 기사를 읽는 독자들 중 혹여 의아함이 갖는 분들이 있을지 모르겠다. 4대륙선수권대회에서 아사다 마오의 쇼트 3A가 가산점(1.57점)을 받으며 인정됐기 때문이다.

가산점이 1.57점 넘게 붙었다는 것은 상당히 높은 수준의 점프를 뛰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래서일까? ISU 4대륙선수권대회에서 아사다 마오가 시도해 인정받은 3A는 국내 피겨 팬들 사이에 '3A 인정 범위에 관한 논쟁으로까지 번졌다.

그렇다면 정말 아사다 마오의 3A는 훌륭한 점프였을까? 한 달 후 열리는 2013 ISU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인정받을 만한 점프일까?

이 문제에 대한 답을 찾으려면 우선 악셀 점프의 기본 원리에 대해서 알아야 한다. 악셀 점프는 다른 점프(5종)와 달리 유일하게 앞 방향으로 활주하며 뛰는 점프이다. 왼발 아웃에지(스케이트 블레이드의 바깥쪽)를 밀면서 도약하고 회전 후 오른발 아웃에지로 착지하는 것이 특징인 점프다.

그런데 여기서 상식적으로 알아야 할 게 있다. 왼발 아웃에지를 밀며 도약하는 위치는 선수마다 제각각이지만, 보통 활주 방향에서 90도 이내(4분의 1각)에서 이뤄져야 좋은 점프를 뛸 수 있다. 왼발 아웃에지가 테이크 오프과정에서 진행 방향 90도를 넘길 경우, 왼 무릎이 틀어져서 힘의 방향을 앞으로 받기가 힘든 자세가 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아사다 마오의 3A는 진행방향에서 아웃에지를 과도하게 틀며 뛰는 점프 형태이다. 그동안 치팅 점프(속임수 점프) 논란이 끊이지 않은 것도 이런 이유였다. 더 큰 문제는 최근 아사다 마오의 트리플 악셀은 이전보다도 더욱 잘못된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것이다.

3A의 문제점을 올바르게 교정을 하지 못하고, 나쁜 형태의 점프를 시도하고 있는 경향이 뚜렷하다. 이전 아사다 마오 3A는 테이크 오프 과정을 길게 끌어 상체를 뒤로 뉘임과 동시에, 왼발 아웃에지를 프리로테이션으로 90-100도 가까이 튼 후 뛰어오르는 형태였다. 그런데 <4대륙선수권대회>쇼트에서 시도한 3A의 경우 자세가 조금 변형됐다.

이는 예년에 비해 3A 활주 스피드가 떨어진 문제를, 테이크 오프 과정에서 급격한 아웃에지의 방향전환(100도 방향)으로 만회하려 한 듯 보인다. 하지만 그로인해 어깨가 골반보다 먼저 돌아가는 경향이 생겼다.

이런 형태의 점프는 '정상적인 3A'보다 회전은 빨리 돌입 할 수 있지만 약한 들어가기(entrance)이 되어 점프의 비거리와 높이를 제대로 얻지 못한다. 어깨가 골반보다 먼저 회전 방향으로 돌아간 경향은, 보통 점프 축을 기울게 만들어 점프 랜딩을 불안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이전보다 불안해진 3A 자세, 회전 수 부족문제 계속 따를 것 

이날 아사다 마오의 3A는 랜딩에는 성공했지만 회전수는 부족했고, 점프 높이는 낮았고, 비거리 역시 짧았다. 랜딩 자세 역시 불안했다. 만약 스페셜리스트가 엄격했다면 언더, 판단에 따라 다운그레이드까지 줄 수 있는 '3A' 점프로 보였다

그런데 4대륙 선수권대회 쇼트 프로그램에서 아사다 마오의 트리플 악셀은 회전수를 인정받고 1.57점의 높은 가산점을 받았다. 어떻게 이런 판정이 가능할까. 이는 '4대륙 대회'가 동계올림픽이나 세계선수권대회보다 상대적으로 평가가 관대하기 때문으로 본다.

이 대회를 중계한 국내 방송사 해설위원은 '쇼트 프로그램 3A의 경우도 4대륙 대회니깐 통한다'는 취지의 발언을 방송에서 했다. 기자 역시 같은 생각이다. 관련 통계를 통해 보면 좀 더 이해가 쉬울 것이다.

아사다 마오는 2008년부터 2013년까지 출전 대회에서 약 47번의 3A를 시도했다. 그중 0.1점 이상의 가산점을 받은 경우는 16여 회에 불과했다. 성공이라 할 수 있는 트리플 악셀 점프 성공률이 겨우 30% 중반대(34%) 머문 것이다

가산점 1점 이상을 받은 경우는 단 7차례에 불과했다. 일본 자국대회(2008 NHK배, 2009세계국가대항)을 빼고 3A(Goe 1점 이상)에 성공한 경우는 5차례였다. 이 5차례 중, 3차례의 성공이 4대륙 선수권(2008,2011,2013년 *일본대회 1회 포함)에서 나왔다.

여타 대회와 비교해, 4대륙 선수권 대회에서 아사다 마오의 테이크 오프 자세와 스피드, 점프, 점프 축, 랜딩의 질이 크게 달라지지 않았음을 감안할 때, 아사다 마오의 3A는 통계 그대로 '4대륙선수권 대회'에서(만) 유독 높은 가산점을 받고, 회전수를 인정 받은 판정 경향이 짙었다.

피겨관계자들 사이에서 '4대륙 대회에서만 통하는 3A'라는 말이 자연스레 나오는 이유다. 4대륙선수권 우승 직후, 아사다 마오는 자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연습에서 트리플 악셀 성공률을 50%, 60%대'라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아사다 마오(2008-2012)의 이전 3A 실전 성공 통계가 약 30% 중반대 수준임을 감안할 때, 다소 고개가 갸웃해지는 말이다. 올시즌 아사다 마오의 3A는 아웃에지를 미는 각은 여전한데, 테이크 오프 타이밍을 예년보다 빨리 가져가 회전력에 의존하는 불안한 점프가 되고 있기 때문이다.

분명, 잘못 뛰는 형태이고, 비거리와 높이가 나오지 않아 이전 점프보다 제대로 랜딩하기가 어려울 것이라 생각된다. 그렇기에 성공률 50%라는 아사다 마오의 말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기는 어렵다고 생각한다. 약 20~30% 내외의 성공률(회전수 부족 감안)을 보이지 않을까 예상해본다. 추측컨대, 아사다 마오가 3A 악셀 완성률이 30% 정도라고 말한 것에는 이런 밑바탕이 있지 않을까?

변수는 점프 기초점, 가산점 팩터 변경, 이에 맞춘 김연아의 해법은? 

 레 미제라블 연기를 펼치는 김연아 선수

레 미제라블 연기를 펼치는 김연아 선수 ⓒ 곽진성


아사다 마오가 2007년부터 2012년까지 ISU 세계 선수권 대회에서 시도한 3A는 총 8번이었다. 그중 성공은 2차례였다. 약 25%의 성공률이다. 3A가 인정을 받은 것은 2009년 3A+2T와 점프를 통해 0.60점의 가산점을 얻은 것과 2010년 3A를 통해 0.60을 얻은 2차례였다. 나머지 3번의 3A는 넘어졌고, 6번은 -GOE 또는 1회전 처리가 됐다.

2013 ISU 세계선수권에서 아사다 마오가 현재와 같은 트리플 악셀(3A)을 선보인다면, 설사 랜딩 하더라도 제대로 3A를 인정받기 어려울 것이라 판단한다. 국내대회, 여타 국제대회 보다 엄격한 ISU 세계선수권 심사 경향으로 볼 때 아사다 마오의 올 시즌 3A 점프는 랜딩 하더라도, 언더나 다운그레이, 혹은 가산점에서 감점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물론, ISU 2013 세계 피겨 선수권대회에서 몇 가지 변수는 있다. 올림픽 이후, 김연아의 점프 기량 차이는 더욱 벌어졌는데 룰 변경으로 인해 기초 점수에 변화가 생겼기 때문이다. 2010 동계 올림픽 이후, 점프 기초점과 점프 가산점 팩터가 조정된 것이다.

기존 8.3(3A)> 6.0(3Lz)> 5.5(3F)> 5.0(3Lo)> 4.5(3S)> 4.0점(3T)였던 점프 점수 체계가 8.5(3A)> 6.0(3Lz)> 5.3(3F) > 5.1(3Lo)> 4.2(3S)> 4.1점(3T)으로 변화 했다.

이는 고난이도 기술을 위한다는 취지의 룰 변경인데, 실상 가장 큰 수혜자는 여자싱글에서 유일하게 3A를 구사하고 주 무기로 3Lo을 구사하는 아사다 마오가 된 것이 사실이다. GOE도 3A의 경우만 팩터 100% 반영(최대 3점)이고, 나머지 3회전 점프는 팩터 70%로 조정되어 최대 2.1점이 된 것 역시, 아사다 마오가 반길 일이다.

이로인해 2013시즌 프로그램 기초 점프 기술 점수 총합은 김연아에 비해 아사다 마오가 대략 10점 넘게 앞서 있는 상황이다. 또 점프 중간점을 인정해 주는 제도 역시, 점프 실패 확률이 높은 선수에 유리하기에, 회전수 문제에 시달리는 마오에게 상대적으로 유리하다고 분석된다.

하지만 현 기량을 놓고 봤을 때, 10점 정도의 점프 기초점 차이는 김연아가 쉽게 극복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김연아가 정확한 기술 구사를 바탕으로 각 점프마다 평균 1.0점~2.0점의 가산점(GOE)을 받을 수 있는데 반해, 아사다 마오는 비거리와 높이가 충분치 않아 3회전 점프에서 언더나 다운 그레이드 받을 위험이 크기 때문이다.

특히 아사다 마오의 트리플 러츠(3Lz) 점프에서 롱에지(e)로 인한 감점이 예상된다. 이는 '성공률'차원의 실수가 아니라, 점프 자세가 잘못 됐기 때문에 교정하기 쉽지 않을 것으로 본다. 이를 방증하듯, 2012년부터 아사다 마오는 거의 대부분의 3Lz에서 'e'로 인한 감점을 받았다.

다른 3회전 점프 역시 비거리와 높이를 감안하면, 설사 점프에 랜딩 하더라도 <ISU 2013 세계선수권 대회>에서 0.5점 이상의 GOE를 받을 수 있는 경우는 많지 않을 것으로 본다. 김연아가 점프 기술 점수만으로도 충분히 아사다 마오를 누를 수 있다고 보는 이유다.

 스핀 연기를 하는 김연아, 세계선수권을 앞두고 스텝과 스핀, 그리고 전체적인 프로그램 완성도를 높일 것으로 예상된다.

스핀 연기를 하는 김연아, 세계선수권을 앞두고 스텝과 스핀, 그리고 전체적인 프로그램 완성도를 높일 것으로 예상된다. ⓒ 곽진성


그런데 미국의 동계 스포츠 칼럼니스트 제키 웡은 뜻밖의 전망을 내놨다. 김연아와 아사다 마오간의 기초점 차이로 인해 '김연아가 트리플 루프(Lo)를 시도할 것'으로 내다본 것이다. 하지만 이에 대한 기자의 생각은 다르다. 현재 김연아가 구사하는 3회전 점프 중, 3Lo(5.1점)보다 점수 구성이 떨어지는 것은 3S(4.2점)와 연결 점프로 뛰는 3T(4.1점)다.

현재 3S와 3T의 경우, 김연아가 실전에서 완벽하게 뛰고 있고, 또 그를 바탕으로 높은 Goe를 받고 있다. 그런 상황에서 다른 3회전 점프들보다 랜딩 성공률이 떨어지는 것으로 알려진 3Lo를 굳이 시도할 필요는 없다.

그보다 필요한 것은 스텝 레벨 4를 확실히 받는 구성과 스핀, 그리고 전체적인 프로그램 완성도를 높여 고득점을 획득하는 방법이다. 남은 기간 김연아와 신혜숙 코치, 류종현 코치가 이런 부분을 신경 써서 빈틈없는 경기력을 선보일 것이라 기대한다.

2013년 1월 '종합선수권 대회'를 통해 본 김연아의 기량은 2010 올림픽 때의 100%에 근접했다고 생각한다. 이제 남은 것은 1%를 위한 자기 자신과의 싸움이다. 한 달 앞으로 다가온 세계선수권, 막바지 연습을 통해 100도씨의 끓는점에 도달하기 기대한다.


☞ 관점이 있는 스포츠 뉴스, '오마이스포츠' 페이스북 바로가기

김연아 아사다 마오
댓글
이 기사의 좋은기사 원고료 141,000
응원글보기 원고료로 응원하기

잊지말아요. 내일은 어제보다 나을 거라는 믿음. 그래서 저널리스트는 오늘과 함께 뜁니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