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새 수목드라마 <그 겨울, 바람이 분다>(이하 <그 겨울>, 극본 노희경·연출 김규태)는 제작 소식이 알려졌을 때부터 화제를 불러 왔다. <거짓말> <굿바이 솔로> <그들이 사는 세상> 등을 집필한 노희경 작가의 복귀작에, 조인성·송혜교 등 그간 브라운관에서 만날 수 없었던 배우들이 이 작품을 선택했다는 점에서도 이목이 집중됐다.

또 하나, <그 겨울>을 둘러싼 궁금증이 커졌던 이유는 이 작품이 2002년 일본에서 방송된 드라마 <사랑따윈 필요없어, 여름>을 원안으로 했다는 데 있었다. 앞서 이를 바탕으로 한국에서 <사랑따윈 필요없어>(2006)이라는 영화도 제작된 바 있어, <그 겨울>이 공개되기까지 많은 추측이 뒤따르기도 했다.

노희경 작가 "다 아는 이야기라면 나서지 않았을 것"

 31일 오후 서울 한남동의 한 극장에서 열린 SBS드라마스페셜 <그겨울 바람이 분다>제작발표회에서 노희경 작가가 작품을 소개하고 있다.

31일 오후 서울 한남동의 한 극장에서 열린 SBS드라마스페셜 <그겨울 바람이 분다>제작발표회에서 노희경 작가가 작품을 소개하고 있다. ⓒ 이정민


31일 서울 용산구 한남동 블루스퀘어에서 열린 제작발표회에서 노희경 작가와 조인성은 원작에 대한 자신들의 생각을 전했다. 이를 통해 확실하게 알 수 있었던 것은 '<그 겨울>과 원작은 다른 점이 많다'는 것. 먼저 노희경 작가는 "사실 (집필을) 제안받았을 땐 좋지 않았다"며 작품과의 첫 인상을 전했다.

"관계나 인물설정 같은 것들이 너무 일본적이라 이해할 수 없었어요. '살 가치가 없는 이 남자가 도대체 왜 이렇게 살려고 하나'하는 질문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고, 시각장애인인 여자를 사랑하게 되는 과정도 없었는데 저는 궁금했어요. 그래서 '동생이 아니라 여자로 사랑할 순 없었나, 오빠가 아니라 남자로 사랑할 순 없었나'하는 의문이 들었죠. '안 한다'고 결정을 내리고도 (의문이) 떠나질 않아 하게 됐어요."

그래서 노희경 작가는 또다른 이야기를 쓰기로 마음먹었다고 했다. "상처만 주는 것 같은 이 관계에서 상처를 주는 목적이 뭔가 하는 고민이 들었고, 여태까지 내가 해왔던 이야기들을 편하게 사람들에게 전달할 수 있겠다 싶었다"고 했다. 노희경 작가는 "일본적인 원작을 한국적으로 고치면 어떨까 싶었다"며 "원작의 제목은 <사랑따윈 필요없어, 여름>인데 시니컬하고 추운 느낌이다. 우리는 겨울임에도 뜨겁게 간다"고 전했다.

  31일 오후 서울 한남동의 한 극장에서 열린 SBS드라마스페셜 <그겨울 바람이 분다>제작발표회에서 오수 역의 배우 조인성이 노희경 작가를 무대 중앙으로 안내하고 있다.

31일 오후 서울 한남동의 한 극장에서 열린 SBS드라마스페셜 <그겨울 바람이 분다>제작발표회에서 오수 역의 배우 조인성이 노희경 작가를 무대 중앙으로 안내하고 있다. ⓒ 이정민


"많은 분들로부터 '이미 다 아는 이야기를 왜 하느냐'는 질문을 많이 받았어요. 다 아는 이야기라면 제가 나서지 않았을 겁니다. 이들이 왜 이렇게 아등바등 살려고 하는지, 시각장애인인 여자가 여자로 살아간다는 게 뭔지 하는 질문 때문에 이 드라마를 쓰는 내내 마음이 참 아팠어요. (원작과는 다른) 새로운 인물 관계를 보시게 될 겁니다."

마지막으로 노희경 작가는 "인간이 살아갈 때 필요한 것들에 대해 끊임없이 질문하고 답을 찾아가는 과정을 보면서 '세상이 살 만하다'는 걸 느꼈으면 좋겠다"며 "저도 열심히 답을 찾아가고 있다"는 말로 시청자들의 기대를 당부했다.

조인성의 자신감..."확실한 건 내가 '재연배우'는 아니라는 것"

주연 배우 조인성 역시 "원작에서는 호스트로 나오지만 여기에선 갬블러(도박사)"라며 "원작 캐릭터와는 많이 다를 거라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이어 "굳이 (원작과) 비교를 할 수도 있겠지만, 확실한 건 내가 '재연배우'는 아니라는 것"이라며 "나로 인해 다른 모습으로 탄생할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조인성이 <그 겨울>에서 맡은 역할은 나무 밑에 버려져 홀로 자라온 '오수'. 포커 전문 도박사로 과거도, 미래도 없이 살아오던 그는 돈을 위해 가짜로 대기업 상속녀이자 시작장애인인 오영(송혜교 분)의 오빠 행세를 하고 그 과정에서 오영과 사랑에 빠지게 된다.

  31일 오후 서울 한남동의 한 극장에서 열린 SBS드라마스페셜 <그겨울 바람이 분다>제작발표회에서 오수 역의 배우 조인성과 오영 역의 배우 송혜교가 포즈를 취하고 있다.

31일 오후 서울 한남동의 한 극장에서 열린 SBS드라마스페셜 <그겨울 바람이 분다>제작발표회에서 오수 역의 배우 조인성과 오영 역의 배우 송혜교가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이정민


이를 위해 조인성은 무엇보다 캐릭터 그 자체에 집중하고 있다고. 조인성은 "선과 악, 거짓과 진실을 왔다갔다 해야 하는 감정 표현을 중심으로 연구를 계속 하고 있다"며 "그 결과가 화면 안에 드러나기 때문에 (시청자가) 평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도 "대본의 틀이 튼튼하면 배우의 고민이 적어지는 것 같다"는 말로 노희경 작가에 대한 굳은 신뢰를 드러냈다.

"워낙 구조가 튼튼해서 그 안에서 신의 목적만 확실히 표현하면, 배우가 연기를 더 잘하는 것처럼 보이는 것 같아요. 그래서 일단은 한 신 한 신 최선을 다해서, 그 신의 목적을 표현하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벽돌이 한 장씩 쌓여 성이 완성되듯, 저에게도 그런 결과물이 있지 않을까 싶어요."

한편 조인성·송혜교·김범·정은지 주연의 <그 겨울 바람이 분다>는 오는 2월 13일 오후 9시 55분에 첫 방송될 예정이다.

  31일 오후 서울 한남동의 한 극장에서 열린 SBS드라마스페셜 <그겨울 바람이 분다>제작발표회에서 오수 역의 배우 조인성, 김규태 PD, 오영 역의 배우 송혜교, 노희경 작가, 문희선 역의 배우 정은지, 박진성 역의 배우 김범이 아자를 외치고 있다.

31일 오후 서울 한남동의 한 극장에서 열린 SBS드라마스페셜 <그겨울 바람이 분다>제작발표회에서 오수 역의 배우 조인성, 김규태 PD, 오영 역의 배우 송혜교, 노희경 작가, 문희선 역의 배우 정은지, 박진성 역의 배우 김범이 아자를 외치고 있다. ⓒ 이정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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