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조건> 여섯 멤버들의 '쓰레기 배출량 줄이기'의 도전이 시작되었다. 이 프로그램은 예능으로서의 재미와 공익적 주제가 맞닿은 좋은 예가 되고 있다.

▲ <인간의 조건> 여섯 멤버들의 '쓰레기 배출량 줄이기'의 도전이 시작되었다. 이 프로그램은 예능으로서의 재미와 공익적 주제가 맞닿은 좋은 예가 되고 있다. ⓒ KBS


각종 예능프로그램들이 연예인들 사담의 장으로 바뀐 지는 꽤 오래전부터의 일이다. 한바탕 웃고 떠들고 나면 그만인 방송에서 가치를 인정할만한 내용물이 만들어질 것을 기대하기는 쉽지 않다.

여론의 뭇매를 맞으면서도 제작진들의 태도는 안일하기 그지없었다. 프로그램 손질은 '게스트 모시기' 경쟁, 녹화 장소 변경, 패널 교체 등 응급처방에 그칠 뿐이었다. 그러한 대처는 개편을 잔뜩 기대한 시청자들에게 실망감과 예능 피로감을 더해왔다.

이런 와중에 시작된 KBS2 <인간의 조건>이 무언가 다른 것들을 찾아 나섰다. 개그맨들이 일주일간 합숙하며 생활하는 동안 무언가 '유의미'한 결과를 도출해 내려는 노력을 시작한 것. 바로 지구촌 '환경 보존'을 위한 자그마한 실천이다. 그들은 지난 첫 과제였던 '휴대전화, TV, 인터넷 없이 살기'에 이어 이제 '쓰레기 배출량 줄이기'의 도전에 나섰다.

멤버들의 예능감이 건설적 방향으로 쓰이는 좋은 예

이 프로그램의 가장 큰 장점은 다분히 공익적 성격을 띠고 있지만 재미 또한 충분히 제공하고 있다는 점이다. 미션의 수행 과정에서 개그맨들은 각자의 개성을 잘 드러내고 있다. 어떤 미션이 주어질까를 추리하는 과정이나, 그것이 주어졌을 때 어떤 식으로 도움이 될 수 있을까를 생각하는 멤버들의 모습은 그 자체로 신선한 광경이다.

첫 날 멤버들의 일상은 평상시와 별다름 없었다. 그러나 무심코 했던 그 행동들의 결과물, 즉 하루 동안 자신들이 버린 각종 쓰레기들이 눈앞에 등장하자 그들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 음식 쓰레기의 양은 상대적으로 소식을 하는 멤버들의 것이 많았고, 일상적 쓰레기들의 양은 별반 차이가 없었다. 이제 그들은 일주일 동안 배출되는 쓰레기의 양을 최소화해야 한다.

일상적으로 나누는 대화와 행동 역시 많은 변화가 생겼다. 하나의 행위가 부르는 결과물에 당황한 멤버들은 작은 소비행위에 있어서도 신중을 기하는 모습이었다. 음식물을 구매하면서 개인의 그릇에 담아달라고 요구하는 멤버도 있었다. 그러나 사용된 플라스틱 용기가 환경호르몬을 배출할 수도 있는 것이므로, 그런 측면까지 세세하게 짚어간다면 프로그램의 방향성은 더욱 빠르게 잡혀갈 수 있을 것이다.

<인간의 조건> 일주일 동안의 미션 수행기간을 마치면 멤버들은 과연 무엇을 얻게 될까. 그리고 시청자들에게는 또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까. '생각 거리'가 있다는 것이 이 프로그램의 가장 큰 장점이다.

▲ <인간의 조건> 일주일 동안의 미션 수행기간을 마치면 멤버들은 과연 무엇을 얻게 될까. 그리고 시청자들에게는 또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까. '생각 거리'가 있다는 것이 이 프로그램의 가장 큰 장점이다. ⓒ KBS


코앞의 미션수행이 전부가 되어선 곤란, 유기적 연관성 알려야

하루 종일 생활쓰레기를 모으고, 땀에 쩐 손수건을 사용하던 한 멤버는 "실천하다 보니 내 자신이 쓰레기가 되는 것 같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그동안 무심코 생성되던 그 쓰레기들은 어딘가에 모여져 환경에 큰 악영향을 미쳐왔을 것이다. 단지 우리의 눈앞에 보이지 않게 처리되었을 뿐이다.

바로 그 점이 중요하다. 우리의 각종 소비활동의 뒤안길에서 어떤 일들이 벌어지고 있는가, 아무 생각 없이 행하는 일들의 결과에는 어떤 것들이 있는가 하는 것들을 함께 고민해 보는 것이다. 실천하고 싶었지만 모르기 때문에 그 심각성을 알지 못하는 것, 그런 점들을 함께 되짚어 보는 것이다.

일회용 종이컵은 사용하지 않으면서 개인용 컵(텀블러)을 사용하는 건 충분히 귀감이 되는 행동이다. 이와 더불어 텀블러를 씻는 수돗물의 양도 함께 고려해주면 좋겠다. 프로그램이 계속되는 동안, 작은 미션들을 수행해 나가면서 유기적 관계에 있는 여러 문제들을 퍼즐을 맞추듯 해나간다면 환경보호 실천에 대해 보다 큰 원을 그릴 수 있지 않을까.

 KBS 2TV <인간의 조건>은 개그맨 6인방의 일주일 체험기를 통해 현대 문명의 이기 속에서 사람이 사람답게 살기 위한 조건에 대해 고민해보는 리얼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이다. 1월 26일부터 매주 토요일 밤 11시 15분 방송으로 정규편성됐다.

KBS 2TV <인간의 조건>은 개그맨 6인방의 일주일 체험기를 통해 현대 문명의 이기 속에서 사람이 사람답게 살기 위한 조건에 대해 고민해보는 리얼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이다. 1월 26일부터 매주 토요일 밤 11시 15분 방송으로 정규편성됐다. ⓒ KBS


미션이 끝난 후, 실천이 일상이 될 수 있는 가능성 보여주는 것이 중요

사실 환경 보호 실천의 문제는 지속적으로 유지하는 게 관건이다. 각 개인의 실천이 당장의 수치로 드러나는 것이 아니며, 얼마만큼 큰 물결이 될 수 있는가를 예견하기도 어렵기 때문이다. 그런 이유로 포기도 빠르게 이루어진다. 이 프로그램이 시청자들에게 보여줘야 할 것은 바로 그것이다. 큰 맘 먹어야 할 수 있는 행동이 아닌 일상의 일이 되게 도와주는 것 말이다.

프로그램의 멤버들과 제작진은 거창한 구호를 내세우지 않는다. 멋진 화면을 위해 어딘가 근사한 장소를 섭외하거나, 크게 판을 벌이지도 않는다. 그저 일상에서 흔히 벌어지는 일에서 소재를 찾았다. 물론 멤버들이 엄숙주의에 빠져 '예능감'을 버린 것도 아니다. 그래서 재미 또한 일정부분 보장된다. 공익과 재미가 맞닿은 좋은 예가 된 것.

<인간의 조건>은 예능이 가진 이미지, 바로 '일회성'의 소비적 프로그램이라는 오명을 벗고, 뭔가 '생산적이고 가치 있는 활동의 주체'가 될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보이고 있다. 모든 프로그램이 다 이와 같은 형태를 띠기를 바라는 시청자들은 많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이 프로그램이 공익적인 문제들을 예능 안으로 끌고 들어와 '생각 거리'를 제시하고 있는 드문 예인 것만은 틀림없다.

<인간의 조건>은 또한 연예인들의 잡담과 자신들의 한풀이 방송으로 그치는 예능, 뛰고 달리며 연예인들이 가진 능력치의 자랑에만 그치던 것에서 한 발 더 치고 나가는 모범을 보여 주고 있다. 한 멤버는 "게으른 행동으론 이런 미션을 수행하기 어렵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 '행동'에 앞서 '생각'이 우선되어야 한다는 점이 이 프로그램이 가진 가장 큰 의의다. 

사실 이전에도 예능에서 이런 시도가 없었던 것은 아니었다. 바로 에너지 무분별한 사용이 부르는 여러 부작용에 대해 다룬 <무한도전>의 '나비효과 특집' 등이다. 비록 단발성 기획이었지만 사회적으로 큰 반향을 일으킨 바 있다. 그러나 이제 <인간의 조건>은 한시적 프로그램이 아닌 정규방송으로 채택됨으로서 앞으로 그 역할에 대해 큰 기대가 모이고 있다.


KBS 인간의 조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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