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승장구> 후속으로 '북토크'를 주제로한 <달빛 프린스>가 지난 화요일 밤 첫 전파를 탔다.

<승승장구> 후속으로 '북토크'를 주제로한 <달빛 프린스>가 지난 화요일 밤 첫 전파를 탔다. ⓒ KBS


첫술에 배부르랴. 하지만 첫술만 맛보고도 계속해서 식사를 할지 말지는 결정할 수 있다.

KBS 2TV 새 예능 프로그램 <달빛 프린스>의 첫 방송은 누군가에게는 '더 지켜볼 만한 프로그램'으로 다가왔고, 누군가에게는 '더 볼 필요도 없는 프로그램'으로 각인되었다. 아마 이러한 차이는 강호동을 비롯한 패널들에 대한 기대가 충족되고 안 되고의 차이이며, '책'이 주연인 줄 알았더니 조연이 되어버린 것에 대한 날 선 비판과 넓은 관용의 차이로부터 비롯된 것으로 볼 수 있다.

다섯 빛깔 '달프'들 MC의 품격 갖춰야

<달빛 프린스>에는 MC 다섯이 있다. 개그맨 출신 방송인 강호동, 가수 출신 방송인 탁재훈, 작곡가 정재형, 작곡가 용감한 형제, 가수 최강창민. 이들의 이름만 들었을 때는 '책'과 '기부'를 주제로 하는 프로그램이라기보다, '음악'과 관련된 프로그램이라면 더 어울린 거란 생각이 들기에 십상이다.

'책'은 '어떤 사람만 읽어야 한다'는 어처구니없는 공식을 갖다 댄 것이냐는 비아냥을 들을 수 있고, 이들이 책을 읽지 말란 법도 없기에 첫 회를 보기 전에는 책과 이들의 조합을 왈가왈부할 수 없었다. 하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이제 충분히 논할 부분이 생겼다.

 강호동에게 <스타킹>, <무릎팍 도사>는 '복귀'의 의미가 크다면 <달빛 프린스>는 '도전'의 의미가 큰 프로그램이다.

강호동에게 <스타킹>, <무릎팍 도사>는 '복귀'의 의미가 크다면 <달빛 프린스>는 '도전'의 의미가 큰 프로그램이다. ⓒ KBS


먼저 책과 재미가 한 데 어울린 프로그램을 만든다면서 MC들이 그날의 선정도서를 다 읽고 오지 않는 것은 분명 문제가 있다. 실제로 탁재훈과 용감한 형제는 책을 거의 읽지 않고 녹화에 참여했다. 이를 두고 '선정도서를 다 읽지 않으면 책에 대해 말할 자격도 없다는 건가'라고 반박할 수도 있다. 그러나 MC가 작품이 그리는 시대와 등장인물에 대해 지극히 개인적인 시각에서 이야기를 그치는 모습은 '겉핥기' 식 독서를 조장할 가능성이 높다.

'북 토크'를 콘셉트로 한 프로그램의 진정성은 과연 어디에서 오는 것인가. 프로그램 성격이 아무리 예능이라 해도 소재에 대한 진지함이 없다면 이는 연예인 사생활을 듣기 위해 책을 이용한 것 밖에 되지 않는 프로그램으로 전락할 수밖에 없다. 책을 소개하기 전에 진정 책 읽기가 주는 즐거움이나 유익함을 MC들부터 느끼고 전달할 수 있어야 한다.

한 줄 명언을 읊기 위해, 시청자 문제를 풀기 위해 보는 책이 과연 시청자와 독자들에게 도움이 될까? 이전 <MBC-느낌표 책을 읽읍시다>와 같이 캠페인성 프로그램을 원하는 게 아니다. 다만 이들의 '읽은 척' 하기가 시청자들의 독서 습관에까지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는 사실이 우려될 뿐이다.

 "책을 읽는 것보다 주워 듣는게 많다" 솔직함은 좋지만 그 솔직함이 미칠 여파가 걱정스럽다.

"책을 읽는 것보다 주워 듣는게 많다" 솔직함은 좋지만 그 솔직함이 미칠 여파가 걱정스럽다. ⓒ KBS


개표방송 급 세트장과 통 큰 기부, 볼거리는 있지만

책 한 권을 선정해 소개하고 그 책으로 이야기를 나누는데 그렇게 화려한 세트가 필요했을까. 세트는 동화 속 한 장면을 연상할 수 있을 정도로 화려했고, 방송국을 대표한다 할 수 있는 개표방송용 CG가 펼쳐졌다. 심지어 메인 MC인 강호동은 피터팬 분장을 하고 나섰다. 하지만 이 모든 방송 상황이 '책'과 관련 있는지, 하물며 방송의 내용에 도움이 되는 요소인지는 의문이다.

이날의 책이었던 황석영의 <개밥바라기별> 한 권 없는 세트장에서 펼쳐지는 토크쇼는 <힐링캠프>나 <승승장구>, <무릎팍 도사>가 주는 단란하고 편안한 이미지마저 연출해 내지 못했다. 드넓은 세트장은 딱지치기 공간으로 사용하기 위해 준비한 것일까.

사람은 책을 만들고, 책은 사람을 만든다. 같은 말로 사람은 공간을 만들고, 공간은 사람을 만든다. 이들이 드넓은 세트장에서 책 일부분만을 이야기하는 방송이 어떤 사람과 어떤 생각을 만들어 낼지 기대하는 마음보다 걱정되는 마음이 앞선다.

<달빛 프린스>는 선정도서와 관련된 퀴즈를 풀고 찬스 게임으로 획득한 상금을 기부하는 부분에서 호평을 받았다. 이번 첫 방송에서는 '사랑의 집짓기 운동'에 600만 원을 기부했다. 게스트로 나온 배우 이서진이 후원하는 단체에 기부한 좋은 사례다. 다만 프로그램이 책을 소재로 했기에 오히려 문화적 혜택이 많이 소외된 곳이나 책을 즐기기 어려운 사람들에게 책을 공급하는 방식이었으면 더 좋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쟁쟁한 출연진과 제작진을 내세우고도 15일 종영한 <승승장구>보다 3.6%나 낮은 5.7%(닐슨코리아, 전국기준)의 시청률밖에 기록하지 못했다. <달빛 프린스>는 각종 오락 프로그램들이 판치는 이 혼탁한 시국에 웃음과 지혜로 천하를 통일하겠다고 나선 프로그램이다. 하지만 이 상태로는 각종 오락 프로그램 중에도 그저 그런 프로그램이 될 가능성이 농후해 보인다. 당장 다음 회에서라도 대대적인 구조조정이 필요하다.


달빛 프린스 강호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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