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년간 화요일 밤을 책임져 온 KBS 2TV <김승우의 승승장구>

지난 3년간 화요일 밤을 책임져 온 KBS 2TV <김승우의 승승장구> ⓒ KBS


KBS 2TV <김승우의 승승장구>(이하 승승장구)가 1월 15일 방송을 끝으로 대단원의 막을 내린다. 2010년 2월 첫 방송 이 후, 3년이란 짧지 않은 시간동안 화요일 밤을 책임져 온 <승승장구>는 경쟁작 SBS <강심장>과 달리 편안하고 부드러운 토크쇼로 주목할만한 성공을 거둔 프로그램이다. 그리고 이 중심에는 <승승장구>의 메인 MC 김승우가 자리하고 있다.

쉽지 않았던 도전, 그러나 초심 지켰다

물론 처음부터 쉽지는 않았다. 김승우가 메인 MC를 맡고 최화정, 태연, 우영, 김신영 등이 출연을 결정했지만 대중의 반응은 시큰둥했다. 오히려 비슷한 포맷인 <박중훈 쇼>가 시청률 저조로 불명예 퇴장을 당한 전례에 비춰 <승승장구>의 실패를 예견하는 사람들이 더 많았을 정도였다. 호스트로 나선 김승우가 제대로 된 검증을 받지 않았다는 것 역시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게다가 <승승장구> 출범 당시 경쟁작은 20%에 육박하는 시청률을 기록하고 있던 SBS <강심장>이었다. '황금콤비' 강호동-이승기가 진행하고 대규모 톱스타 군단이 게스트로 출연하는 <강심장>에 비한다면 <승승장구>의 규모는 소박하다 못해 초라한 지경이었다. 김승우로선 안팎의 상황이 그리 낙관적이지 못했던 셈이다.

아니나 다를까, <승승장구>의 시청률은 오랜 시간 기대치를 밑돌았다. 첫 방송 시청률 10.0%(AGB닐슨 전국기준, 이하동일)로 시작했지만 한 주 만에 7%대로 추락했고, 한 때는 5%대까지 떨어져 '이러다 조기종영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 섞인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여기에 시청률 회복을 위한 MC 교체카드는 혼란을 가중시켰다. 우영, 태연을 시작으로 김성수, 정재용, 이기광 등이 수시로 투입되면서 프로그램의 안정적 운영이 힘들어진 것이다.

그러나 이런 혼란 속에서도 메인 MC 김승우는 흔들리지 않았다. 특유의 부드럽고 진솔한 진행은 회를 거듭할수록 원숙해졌고, 나름의 인맥을 동원해 게스트를 초청하는 등 호스트로서도 제 역할을 다했다. 시청률은 <강심장>에 밀리고 있었지만 상황을 만회하기 위해 섣불리 자극적인 토크를 추구하는 꼼수 역시 부리지 않았다. 미련스러울 만큼의 뚝심이었지만 <승승장구>의 성공은 바로 여기서부터 시작됐다.

강호동이 불미스러운 일로 갑작스럽게 하차하고 시청자들이 슬슬 <강심장>의 '폭로토크'에 질려갈 무렵, 각계각층 저명인사들의 삶과 철학을 진솔히 담아냈던 <승승장구>가 상대적으로 주목 받기 시작한 것이다. 그 결과 2011년 7월 5일, <승승장구>(김정태 편)는 방송 이래 최초로 <강심장>을 누르며 동시간대 1위에 올라서는 기염을 토하기에 이른다. 방송 1년 5개월 만에 이뤄낸 쾌거였다.

<강심장>과 치열한 시청률 경쟁을 벌이기 시작한 <승승장구>는 2012년 7월 10일(김준현·신보라 편)에는 13.7%의 시청률로 6.8%에 머무른 <강심장>을 더블스코어 차로 이기며 확실한 우위를 점하기 시작했다. 이에 대해 한 연예기자는 "격세지감은 이런 상황을 두고 하는 말일 것"이란 말로 놀라움을 감추지 않았다. 이후 <승승장구>는 장미란, 혜민스님 등 예능에서 보기 힘든 게스트들을 차례로 초대하며 1인 토크쇼로서 탄탄한 입지를 다지기 시작한다. 이름 그대로 '승승장구' 하기 시작한 것이다.

 <승승장구>의 3MC, 김승우-이수근-탁재훈(오른쪽부터)

<승승장구>의 3MC, 김승우-이수근-탁재훈(오른쪽부터) ⓒ KBS


'들어주고 들어주는 MC' 김승우의 정공법

이처럼 희망과 좌절이 교차했던 3년이란 긴 시간동안 메인 MC 김승우가 중심을 잃지 않고 버텨줬다는 건 대단히 놀라운 일이다. 첫 토크쇼 MC라는 중책을 맡았던 그는 누구보다 성실하고 근면하게 자신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했다. 한 눈 팔지 않고 묵묵히 걸어 나간 그 뚝심 덕분에 <승승장구>는 마지막을 웃으면서 맞을 수 있게 됐다.

<승승장구>에 출연했던 신보라는 김승우를 두고 '들어주고, 들어주고, 들어주는 MC'라고 했다. 우스갯소리로 한 말이지만 맞는 말이다. 김승우는 정말 잘 들어주는 MC였다. 화려한 입담이나 순발력 넘치는 재치는 부족했지만 경청하는 자세 하나만으로 이 모든 단점을 상쇄시켰다. 토크쇼 호스트가 집중력을 가지고 게스트의 말을 듣는다는 건 대단한 미덕이다.

이경규의 <힐링캠프>, 강호동의 <무릎팍 도사> 등 비슷한 장르의 1인 토크쇼가 난무하는 가운데 상대적으로 경험이 일천했던 김승우는 철저히 게스트 위주의 진행을 함으로써 나름의 존재감을 드러냈다. 과격한 질문이나 자극적 이야기를 끌어내는 대신 자연스럽게 '묻고 듣는' 가장 기본적인 전략을 사용한 것이다. 이 의외의 정공법 덕에 <승승장구>는 차별화 된 토크쇼로서 프로그램의 정체성을 확립할 수 있었다.

수시로 바뀌는 보조 MC들과 어색함 없이 융합된 것 또한 인상 깊다. 지난 3년간 수시로 패널이 드나드는 와중에도 김승우는 맏형으로서 탄탄한 팀워크를 다져가며 프로그램의 안정적 운영을 도모했다. 때론 망가지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고, 때론 가장 먼저 나서며 솔선수범한 그의 진행은 <승승장구>를 통해 오롯이 빛났다. 뛰어난 친화력과 적극성으로 프로그램의 성공을 견인한 것이다.

물론 김승우가 완벽한 MC였던 것은 아니다. 아쉬운 부분이 없었다면 아마 거짓말일 것이다. 하지만 적어도 그는 실망스런 MC는 아니었다. 게으르지 않았고, 정체하지 않았으며, 자신의 능력으로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 했다. 배우 출신으로서 쉽지 않은 첫 토크쇼 도전에 이 정도면 매우 훌륭하다. 합격점이 아깝지 않은 성과다.

기본에 충실했고 게스트를 배려할 줄 알았던 김승우는 훗날 토크쇼에 도전할 많은 후발주자들에게 좋은 전례를 남겼다. 이것만으로도 그의 '토크쇼 도전기'는 충분한 가치가 있는 것이 아닐까. 그동안 쉽지 않은 환경 속에서도 착한 토크쇼, 들어주는 토크쇼를 만드는데 노력했던 김승우와 제작진의 노고에 찬사의 박수를 보낸다. 굿바이, <승승장구>!

김승우 김승우의 승승장구 탁재훈 이수근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