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만추>의 포스터.

영화 <만추>의 포스터. ⓒ 보람엔터테인먼트


보기만 해도 가슴이 먹먹해지는 사랑이야기가 있다. 하지만 그럼에도 이 영화는 뻔하면서 극적인 내용전개로 관객들의 억지눈물을 짜내려고 하지 않으며, 등장인물들의 감정을 덤덤하면서 담백하게 표현해냈다. 한마디로 깔끔하다. 바로, 현빈과 탕웨이의 출연으로 개봉 당시 화제작이 되었던 영화, <만추>에 대한 이야기다.

현빈의 입대 전 마지막 작품으로도 알려지며 큰 관심을 모았던 이 영화는, 두 배우의 과하지 않은 연기력과 출중한 이목구비로도 주목을 받았다.

미국의 한 도시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두 사람의 짧고도 강렬한 사랑이야기, 과연 어떤 점이 관객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던걸까?

비와 안개의 도시 시애틀, 그 곳에서 우연히 만난 두 사람

 영화 <만추>의 한 장면.

영화 <만추>의 한 장면. ⓒ 보람엔터테인먼트


영화는 어머니의 장례식에 참석하기 위해서 살인죄로 수감된지 7년 만에 특별외출을 허가받아 세상으로 나온 여자 '애나(탕웨이 분)'가 한국남자 '훈(현빈 분)'을 만나게 되면서 시작하게 된다.

애나는 장례식장으로 향하기 위해 시애틀로 가는 버스에 오르는데, 마침 같은 버스에 동행한 훈이 버스티켓을 위한 30달러를 그녀로부터 빌리면서 둘은 인연을 맺게 된다.

단 며칠간의 외출. 애나에게 있어 되돌아가야 하는 삶이란 마치 안개가 자욱한 시애틀의 날씨와도 같았다. 비가 자주 내려서 춥고, 언제나 흐린 하늘처럼. 한치 앞도 제대로 볼 수 없는 막막함이 존재했던 것이다.

마음 속에 상처를 입은 채로, 그렇게 삶을 포기하고 살아가는 애나. 그녀에게 다가가는 훈 역시도 그리 인생이 밝아보이지는 않는다. 자신이 만난 여자의 남편으로부터 쫓기고 있으며, 여자들과의 관계로 수입을 얻는 처지인 남자. 두 사람의 만남은, 처음부터 그리 잘 어울릴 것 같지 않아보인다.

늦가을처럼 외로움 가득했던 그들의 삶, 그리고 짧고 강렬한 사랑

 영화 <만추>의 한 장면.

영화 <만추>의 한 장면. ⓒ 보람엔터테인먼트


제목인 <만추>처럼, 두 사람의 삶은 외로움으로 가득찬 늦가을같은 분위기였다. 현재 아무도 진정으로 사랑하고 있지 않고, 철저하게 고독한 삶을 살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살인죄로 수감되어 죄수의 삶을 살아가던 애나, 여인에게 애정을 제공하면서 돈을 버는 훈은 어느 쪽도 누구에게 진심을 열어보일 것 같지 않았다.

그런 두 사람은, 훈이 애나로부터 30달러를 빌리면서 맡긴 손목시계를 사이에 두고 시애틀에서 며칠 간의 짧은 만남을 이어간다. 하지만 그들은 설명하지 못할 이유로 서로에게 조금씩 끌리게 되고, 감정은 사랑으로 커져가며 강렬해진다.

처음엔 단순한 호기심과 외로움으로 첫발을 내디딘 관계였지만, 둘은 한정된 시간이 허락된 상황에서도 서두르지 않고 천천히 함께 하루를 보내며 서로를 이해하기 시작한다. 두 사람은 각자가 느끼는 것과 생각을 천천히 열어보이기 시작하는데, 그 중 가장 관객을 설레이게 만들만한 장면은 놀이동산에서의 데이트 중, 범퍼카를 타고 헤어지는 연인을 바라보며 그들이 했을법한 말을 주고받는 부분이다.

그렇게 그들의 사랑은 깊어지고, 헤어져야할 시간이 다가올수록 마음은 더욱 애틋해진다. 다시 교도소로 돌아가기 위해 버스에 올라타는 애나. 과연 이들의 만남과 사랑은 계속 이어질 수 있는 것일까?

사랑하세요, 사랑할 수 있을 때에...

 영화 <만추>의 한 장면.

영화 <만추>의 한 장면. ⓒ 보람엔터테인먼트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핵심은, 두 사람이 수륙양용 미니여객선을 타고 시애틀 투어를 하던 도중, 배를 운전하던 기사가 손님들에게 하던 말에서 찾을 수 있다.

"이맘때 시애틀은 늘 안개가 많고 비가 오는데, 보세요! 지금은 해가 떴네요. 여러분들이 햇살을 몰고온 건지도 모르죠. 지금 햇빛을 즐기세요. 곧 안개가 몰려올 테니까요."

안개가 자욱한 시애틀의 비오는 날과도 같은 외로웠던 삶에서, 애나와 훈은 서로를 만남으로써 길었던 가을-혹은 겨울 이후 짧은 봄을 겪게된 건지도 모른다. 영화는 열린 결말로 막을 내리고, 두 사람이 보여주는 사랑이야기는 관객들의 가슴에 작은 울림을 주기에 충분해보인다.

늘 흐린 날씨의 시애틀에 찾아온 맑은 날처럼, 사랑은 그렇게 느닷없이 찾아오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러므로 놓치지 말고 그 날의 화창함을 즐겨야만 하듯이, 어쩌면 긴 외로움 끝에 찾아오는 설레이는 감정도 마찬가지인 것은 아닐까. 영화 <만추>는, 두 주인공이 보여주는 이야기처럼 외로운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짧고도 강렬한 메시지를 전해주고 있다.

사랑하자, 사랑할 수 있을 때에.

만추 탕웨이 현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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