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호빗 : 뜻밖의 여정>의 포스터

영화 <호빗 : 뜻밖의 여정>의 포스터 ⓒ 워너브라더스코리아(주)


<반지의 제왕>의 주인공들이 다시 돌아왔다. 이번에는 <반지의 제왕>의 이전의 내용들을 소재로 한 이야기다. 톨킨의 동명소설을 원작으로 한 것으로, 전작과 마찬가지로 피터 잭슨이 감독을 맡았다.

판타지의 전설이자 아버지로 불리는 톨킨이 쓴 소설 <반지의 제왕>을 이미 10여년 전에 3부작의 시리즈로 영화화하여 호평을 받았던 피터잭슨 감독. 그가 톨킨의 다른 소설 <호빗>을 영화화한다는 소식이 전해지고 전 세계의 팬들은 기대감을 감추지 않았다. 영화화되기 힘든 소설이라는 이야기를 들어왔던 <반지의 제왕>을 통해서, 원작의 거대한 스토리와 세계관을 사실적으로 구현해내는 실력은 이미 충분히 증명되었기 때문이다.

피터 잭슨은 원작을 충실하게 스크린으로 옮기면서, 그 자체로 자신만의 새로운 작품을 만들어낸 듯 하다. 올 겨울, 그가 들려주는 어느 호빗의 예상하지 못한 모험의 이야기 속으로 떠나보자.

빌보 배긴스의 모험, 또 다른 원정대의 출발

 영화 <호빗 : 뜻밖의 여정>의 한 장면.

영화 <호빗 : 뜻밖의 여정>의 한 장면. ⓒ 워너브러더스코리아(주)


<호빗>은 <반지의 제왕>과 마찬가지로, 호빗이라는 키 작은 종족 중 한 명이 탐험에 참여하게 되면서 시작한다. 두 작품 모두, 정작 호빗 본인은 그런 모험을 원하지 않았다는 점도 흥미롭다. 전작의 '프로도'와 이번작의 '빌보 배긴스'는 삼촌과 조카의 사이로, 긴 세월에 걸쳐 '절대반지'라는 매개체를 두고 이어지는 이야기의 주인공이다.

평화로운 호빗 마을에 살던 빌보 배긴스는, 느닷없이 찾아온 인간계 마법사 '간달프'의 방문으로 전혀 새로운 일을 겪게 된다. 강력하고 거대한 용의 침입으로 오래전에 삶의 터전을 빼앗기고 뿔뿔이 흩어진 종족 드워프들의 '고향 되찾기'를 위한 원정대에 합류해줄 것을 제안받게 된 것.

평화를 추구하며 느긋한 삶을 즐기는게 일상인 호빗 빌보 배긴스는 이들을 따라서 거친 모험을 떠나는 것을 쉽게 결정하지 못하고 망설이지만, 집을 잃은 드워프들을 돕기 위해서 결국 함께 길을 떠나게 된다.

그리하여 회색의 마법사 간달프, 용감한 전사들인 13명의 드워프, 그리고 1명의 작고 날쌘 호빗 배긴스는 '외로운 산'으로 길고도 험난한 여정을 시작한다. 과연 이들은 무사히 그들이 살던 땅에 도착하여 원하던 대로 다시 평화를 찾을 수 있을까?

3부작의 도입부, 다음 시리즈가 기대된다

 영화 <호빗 : 뜻밖의 여정>의 한 장면.

영화 <호빗 : 뜻밖의 여정>의 한 장면. ⓒ 워너브러더스코리아(주)


<반지의 제왕>이 그랬듯이, <호빗> 역시도 3부작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번에 개봉한 <호빗 : 뜻밖의 여정>은 그 중 이야기의 도입부에 해당하는 1편이다. 때문에 스케일이 큰 액션씬이 등장하지는 않지만, 이야기의 흐름에 있어 몰입을 도우면서 다음편에 대한 기대감을 갖기에 충분히 좋았다고 생각한다.

호빗, 드워프, 엘프, 마법사들로 등장하는 인간, 그리고 오크 등 각 종족들의 특징과 개성이 생생하게 전해질 정도로 잘 표현되어 있다. 그리고 따스한 분위기의 호빗마을에서부터 신비함이 느껴지는 엘프들의 성, 오크와 트롤같은 괴물들이 뿜어내는 음산한 기운들까지 각각의 장소와 상황들이 비추는 분위기들도 영화는 실감나게 보여준다.

거대한 괴물늑대에 올라탄 오크부대와의 전투, 도망치던 도중 거대한 바위산들 간의 대결, 동굴안에서의 박진감 넘치는 탈출장면들까지 관객들의 눈을 즐겁게 하기에 충분한 장면들이 영화 중반부 이후 가득하다. 내용전개 과정을 위해 살짝 지루한 감이 있는 초반부를 잘 참아낸 관객이라면, 한껏 몰입된 상태로 판타지 영화의 묘미를 즐길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백미는 <반지의 제왕>을 통해 관객들에게 각인된 캐릭터인 '골룸'의 재등장이라고 할 수 있겠다. 전편보다도 더욱 기괴한 행동패턴을 보여주는 골룸은, 주인공 빌보 배긴스를 상대로 '순간적으로 장르가 스릴러로 바뀐건가' 싶을 정도의 소름끼치는 상황을 연출해낸다. 뿐만 아니라, 이야기의 흐름에 있어서 <반지의 제왕>에서와 마찬가지로 내용전개에 있어서 큰 역할을 해내며 영화의 긴장감을 높인다.

작고 평범한 사람들의 연대가 큰 힘을 낳는다

 영화 <호빗 : 뜻밖의 여정> 중 한 장면.

영화 <호빗 : 뜻밖의 여정> 중 한 장면. ⓒ 워너브러더스코리아(주)


<호빗 : 뜻밖의 여정>에서 주인공 빌보 배긴스는, <반지의 제왕>에서 프로도가 그랬듯이 겁이 많고 싸움을 두려워한다. 누가 보더라도 영웅은 커녕, 용감히 싸우는 전사가 될만한 인물이 아니다.

단지 빌보 배긴스 뿐만이 아니다. 전투에 능한 종족인 드워프들도 모두 용감하거나 싸움을 좋아하지는 않는다. 강력한 마법사인 간달프는 위력적인 힘을 발휘하지만, 그 역시도 혼자서 모든 일을 다 해낼만큼 전지전능하지는 않다.

어쩌면, 영화는 이런 점을 말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이들 중 누구도 혼자서 세상을 구해내거나, 악한 괴물들에 맞서서 빼앗긴 도시를 되찾아올 수 없다. 간달프를 제외하고는 모두 덩치가 왜소하고 나약한 존재에 불과하지만, 그럼에도 열다섯명이 뭉쳐서 각자의 역할을 해내면서 위기를 벗어나고 천천히 앞으로 나아간다.

누군가는 이 영화의 내용을 두고 "용이라는 거대한 괴물 때문에 집을 잃고 살아가다가 이를 되찾기 위해서 싸우는 드워프들의 모험을 보고 있으면, 철거민들의 아픔을 표현해낸 것 같다. 간달프가 이들을 규합하는 지도자 역할이고, 드워프는 연대하는 철거민들, 호빗인 배긴스는 이를 역사에 기록해내는 역할 같다"고 우스갯소리처럼 표현하기도 했다.

우리 중 누구도 처음부터 영웅은 아닐 것이다. 평범한 우리 중에는 빌보 배긴스처럼 겁많은 사람도 있고, 간달프처럼 지혜로운 이도 있으며, 소린처럼 용감한 사람도 있다. 그리고 그들 중 누구도 혼자서 세상을 바꿀 수는 없을 것이다. 우리 모두가 더 나은 세상을 위해서는, 함께 어깨를 나란히 하고 한발 더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 빌보 배긴스가 적어내려간 모험담처럼, 역사에 남을 이야기는 그렇게 만들어지는 것 아닐까.

호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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