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오후 2시, 수원야구장 증축 및 리모델링 기공식이 열렸다. 염태영 수원시장과 이석채 KT 회장을 비롯한 정계, 언론계, 야구계 인사들은 한목소리로 '10구단은 수원으로'를 외쳤다.

4일 오후 2시, 수원야구장 증축 및 리모델링 기공식이 열렸다. 염태영 수원시장과 이석채 KT 회장을 비롯한 정계, 언론계, 야구계 인사들은 한목소리로 '10구단은 수원으로'를 외쳤다. ⓒ 수원시청


1월 7일, 한국야구위원회(이하 KBO)의 '신규회원가입신청서' 접수가 마감된다. 그리고 그 이틀 뒤인 9일에는 신청서를 제출한 지역과 기업의 경쟁 프레젠테이션이 진행된다. 10번째 프로야구단을 창단하게 될 지역과 기업을 선정하는 절차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것이다.

이미 수원시와 손잡은 통신사 KT, 그리고 전북 4개 시군 연합과 합세한 건설기업 부영이 신청서 제출을 공언하고 유치활동을 전개하고 있으며, 접수마감 당일에 나란히 가입신청서를 접수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심사는 KBO에서 구성한 평가위원회에서 맡게 되며, 평가위원회의 평가는 이사회의 의결과 총회의 승인을 거쳐 확정된다. KBO는 심사 과정을 가급적 빠르게 진행해 신속히 결론내린다는 방침을 세운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빠르면 경쟁 프레젠테이션이 마무리된 9일로부터 1주일 내에, 늦어도 1월을 넘기기 전에는 10구단을 창단할 지역과 기업이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4일 오후 2시, 수원야구장에서는 천여 명의 시민과 관계자들이 모인 가운데 '증축 리모델링 기공식'이 열렸다. 290억 원의 예산을 투입해, 한때 태평양 돌핀스와 현대 유니콘스의 보조구장, 그리고 현대 유니콘스의 임시 홈구장으로 활용되었던 1만 5천여 석 규모의 수원 야구장을 2만 5천석 규모의 초현대식 구장으로 탈바꿈시키는 과정이 시작됨을 알리는 날이었다.

하지만 행사 분위기는 '기공식'보다는 '결의대회'에 가까워보였다. 프로 10구단 창단주체를 자임한 KT의 이석채 회장과 염태영 수원시장을 비롯해 지역 단체장, 국회의원, 언론사 대표 등의 내외빈들은 줄줄이 단상에 올라 식사, 축사, 인사를 통해 '10구단은 수원으로'를 외쳤고, 참석자들 역시 매번 연호하며 환성을 질렀다.

기공식이 끝난 뒤 수원시청에서 염태영 수원시장을 만나 10구단 창단작업에 관한 이야기를 들었다. 대화는 시작부터 후끈 달아올랐다. 염 시장은 얼굴을 붉히고 목소리를 떨어가며 '반칙과 편법, 무원칙이 난무하는' 선정과정을 성토했다. 하지만 대화의 후반부는 차분하게 가라앉았다. 시민운동과 환경운동으로 시작해 시정을 이끄는 위치에 오른 그가 꿈꾸던 '선진도시'의 이상이 프로야구 10구단 창단을 통해 어떻게 가속화될 수 있을지를 설명하며 웃음이 배어나오기 시작했다.

다음은 '반칙에 대한 응징'을 주장하며 흥분하던, 그리고 '도서관 옆 야구장'의 그림을 그리며 미소짓던 그와의 대화 전문이다.

"애매한 기준에 의한 경합... 한국사회의 후진성 보여주는 것"

 염태영 수원시장은 "야구장은 도서관, 공연장, 문화유산과 자연경관과 한데 어우러지는 문화 형성의 중심 키로 기능하게 될 거"이라고 말했다.

염태영 수원시장은 "야구장은 도서관, 공연장, 문화유산과 자연경관과 한데 어우러지는 문화 형성의 중심 키로 기능하게 될 거"이라고 말했다. ⓒ 수원시청


- 10구단 유치에 적극적으로 나서게 된 동기라든가, 앞으로 수원에서 체육문화를 어떻게 발전시키고 전개할지에 대한 구상들, 그런 진솔한 말씀을 좀 듣고 싶습니다.
"예. 좋습니다. 그런데, 우리 수원시와 경합하는 것이 전북입니까? 전주입니까?"

- 일단 전북지역 4개 시군(전주시, 군산시, 익산시, 완주군) 연합으로 신청서를 낼 것으로 알려져있는데요.
"저는 기준을 명확히 해야 한다고 봅니다. KBO 규약에는 인구 100만 이상의 도시를 자격조건으로 제시하고 있는데 전북도가 나설 수 있는지, 또 전북도가 나서는 거라면 우리도 경기도가 나서야 하는지. 야구장이 있는 도시가 연고지가 되는데 전북 4개 시군 연합이라고 한다면 군산이나 익산이나 완주는 야구장이 없는데도 그냥 같이 연고지라고 할 수 있는지. 지금 그걸 용인하고 있는데, 그래서는 안 된다고 봐요. 그렇게 치면 우리도 수원에 야구장을 놓고 용인, 오산, 성남, 이런 인근 도시들이 다 연합해서 해야 하는 게 아니냐는 것이죠.

이렇게 명확한 기준도 없이 애매한 기준에 의해 경합이 된다는 것 자체가 한국사회의 후진성을 보여주는 것 같아서, 저희 입장에서는 여간 불편하지 않아요. 이렇게 무원칙하게 선정작업을 진행해나가다가 이후에 혼란이 초래된다면, 그래서 바람직하지 않은 결과를 낳게 된다면, 그 책임은 전적으로 KBO가 져야 한다고 봅니다."

- 프로야구단 창단 결정을 내리고 유치작업을 시작할 때는 이를 통해 얻을 수 있는 여러 가지 효과들을 검토하셨을 텐데, 가장 중요하게 보는 핵심적인 효과는 어떤 것인가요?
"시장은 시민들의 바라는 일을 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수원시에서 90% 이상의 시민이 프로야구단 유치에 동의하고 적극적으로 나서는데, 시장이 안 하겠다고 버틸 수가 없죠. 원래 우리 수원이 축구도시로 돼있습니다만, 넓게 보면 스포츠의 메카거든요. 더 폭넓게 스포츠를 즐기고 싶다는 바람. 그리고 부수적으로 고용창출유발 효과, 지역브랜드 효과, 문화 효과 등등 여러 가지가 있겠죠."

- 시민의 바람 속에서도 우선순위를 정하고, 그것이 우선순위에 놓여야 하는 이유를 설득하거나 선도하는 역할도 시장의 중요한 몫이 아닌가 싶은데요.
"그렇습니다. 우선 프로야구라는 것이 이미 연인끼리, 가족끼리 같이 즐기는 하나의 레저 문화로 자리를 잡았다는 점이 중요합니다. 가족단위로 향유하는 스포츠고 문화라는 것이죠. 이제 가족의 가치가 중요시되는 시대가 되고 있는데, 그런 가치를 높여줄 수 있는 매개라는 점에서 가족생활, 또 확장해서는 도시생활과 연관이 됩니다. 지역에서의 화합과 단합, 정체성 확립에도 긍정적인 기여를 해줄 수 있고요. 우리 도시가 추구하는 방향과 일치한다고 생각돼서 나서게 됐습니다."

- 조금 더 구체적으로 생각해보자면, 지금 수원시가 안고 있는 문제점이나 아쉬움 같은 것을 해결하고 보충하고 싶다는 현실 인식에서 출발하셨을 것 같은데요.
"음… 우선 수원에 있던 현대(유니콘스)가 떠나간 것에 대한 아쉬움이 있습니다. 저도 계속 야구를 좋아했지만, 그 팀(현대)이 우리 팀이라고 생각해본 적이 없거든요. 서울로 떠난다는 전제 하에 야구장만 빌리다시피 했으니까요. 그런데 그 팀이 떠나고 나서, 프로야구경기가 열리던 야구장에서 더이상 프로경기가 열리지 않는 허전함이 있습니다. 또 우리 시가 스포츠에 대한 투자를 가장 많이 합니다. 저희 시의 직장운동경기선수만 150명이고, 투자만 200억 가까이 해요. 우리 다음이 130억 하는 서울이고, 그 외에는 100억이 넘는 곳도 없어요. 그래서 우리 수원이 스포츠 메카인 것이죠. 이런 진정성을 많은 분들이 모릅니다."

- 스포츠에 대한 투자와 인프라 면에서 경쟁지역인 전북을 비롯한 다른 지자체들보다 우위에 있다?
"예컨대 전북은 우리 시의 절반도 되지 않습니다. 그리고 부영이라는 기업이 그동안 스포츠에 대한 투자를 해온 것이 없지 않습니까? 저는 진정성이라는 측면에서 분명한 차이가 있다고 봅니다. 그럼에도 지역안배라든가, 그런 이야기를 하면… 내가 이 대목에서는 목이 메요. 우리 시에서 무려 250만 제곱미터에 자리 잡고 있던 농촌진흥청과 지방행정연수원 같은 공공기관들이 전북 지역으로 가요. 수원에서 제일 많은 기관들이 그곳으로 갑니다. 지역 균형발전이라는 명분으로 그렇게 많은 것을 얻는 전북이 다시 지역안배를 들고 나와서, 규정마저 위반해가면서 프로야구단을 가져가겠다고 하는 것은…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일입니다. 제대로 된 언론이라면, 이런 구조에 대해 검증을 해줘야 한다고 생각해요."

- 얘기를 조금 돌려보죠. 시장님은 원래 시민운동을 오래 해오신 걸로 알고 있습니다만.
"시민운동을 해온 입장에서 이야기하자면, 프로야구는 당장 가시적인 손해가 나더라도 외적으로 그 이상의 가치를 얻는다고 할 때 할 수 있는 사업입니다. 그런데 어떤 지자체가 그런 가치를 얻을 수 없는 조건인데도 하려고 한다고 할 때는, 그 지역의 시민단체들이 검증하고 파헤쳐야 합니다. 외국 같으면 이미 팬들 다수가 심판했을 거라고 생각해요."

- 시민운동이나 사회운동을 해온 분들이 스포츠나 레저 영역에 대해서는 이해도 적었고 관심도 많지 않았던 것이 사실입니다. 그런데 시장님은 예외적으로 이 프로야구에 주목하시게 된 특별한 계기가 있으신지요?
"경제력이 올라가고, 그래서 생활수준이 일정 선을 넘어가면서 레저, 웰빙, 힐링 같은 것들에 대해 관심이 커지게 되지 않습니까? 그래서 시민운동 할 때도 마찬가지지만, 시장이 된 뒤로도 많은 시민 분들을 만나면 늘 나누는 인사나 이야기가 건강, 행복, 문화적인 만족 같은 것들이었어요. 그런 수많은 관심사들 중에서도 핵심적인 것 하나가 스포츠였죠. 우리 수원시가 그 전통을 가지고 있고, 가장 많은 투자를 하고 있으니까요. 요즘 지방재정이 어려워져서 원래 우리만큼의 투자를 유지하던 성남, 용인 같은 도시들이 다 예산을 줄여나갔어요. 하지만 우리는 그렇게 하지 않았잖습니까?

물론 여건 내에서 엘리트체육에서 생활체육으로 조금씩 이동시켜가면서라도 전체 투자규모를 유지했어요. 시민운동을 할 때는 조기축구 나가고 하는 정도였지만 시장이 된 뒤에는 축구단 명예구단주가 되기도 했고, 또 스포츠라는 것이 시민생활문화, 건강에 핵심적 요소라는 것을 느끼게 됐고, 그래서 더 관심을 가지게 되기도 했죠."

"프로야구가 활성화되면 경기와 함께 즐길 것들 문화적으로 연계"

- 특히 야구에 관심을 가지시게 된 이유가 있을까요?
"우리 수원이 명문 축구팀을 가지고 있고, 또 남녀 배구팀을 다 가지고 있습니다. 4대 스포츠 중에서 남은 게 야구와 농구인데, 농구는 제2 실내체육관 짓고 있기도 하고요. 그리고 야구는 조건 자체가 워낙 까다로웠어요. 기초시로서는 창원이 통합 이후 처음으로 프로야구단을 유치했죠. 사실 우리 시는 처음에는 큰 관심은 없었는데, KBO 쪽에서 조건을 충족하는 게 우리 시 밖에 없다고 권유를 해 와서 관심 갖기 시작했죠. 그렇게 받아들였고, 또 그래서 당연히 돼야 하는 것을, 9구단 창단이 결정된 이후에도 2년간이나 미루면서 KBO가 정상적인 의사결정을 하지 않았어요. 수원의 시민연대분들이 가서 삭발도 하고 별 것 다 했거든요. 나는 수원시가 창단 주체로 선정되지 않으면, 한국사회가 정상화되지 않는다고 봐요. 룰도 기준도 없이, 해괴한 논리로, 반칙으로 룰이 깨지는 사례가 될 수 있어요."

- 10번째 구단 창단을 준비하시는 만큼 기존 9개의 구단을 많이 연구하셨을 것 같습니다. 기업과 지역의 관계에 대해 개선해야할 점이 어떤 것이라고 생각하시는지요?
"프로야구를 성공시키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이 시장성, 접근성, 그리고 연간 300억 이상. 아니 초기에는 천억이 될 수도 있는 투자를 부담해줄 수 있는 안정적인 재무구조를 가진 기업. 그동안 스포츠에 투자해온 사실이 증명하는 적극적인 행정력. 이런 것들을 우리 수원과 KT가 가지고 있습니다. 사실 우리나라에서 도 단위 광역자치단체 중에서 독립적으로 국가를 이룰 수 있는 만큼의 역량을 가진 것은 경기도뿐입니다. 육해공을 다 가지고 있고, 50만 이상 도시가 10개나 있어요. 하다못해 서울만 하더라도 인구는 많지만 자족적인 생활단위 갖춘 곳은 아니죠. '폴리스(polis)'지 '네이션(nation)'은 아닌 거죠.

바로 그래서 경기도가 야구를 하면, 사회인야구 리그를 해도 수준이 다릅니다. 작년만 해도 사회인 야구장을 가장 많이 만든 것이 20개를 만든 경기도였는데, 그 중에 수원도 두 개를 만들었어요. 동호인야구팀이 400개 클럽에 만여 명인데, 이게 급조된 게 아니거든요. 이런 게 경기도의 힘이에요. 여기서부터 저력이 나와요. 이걸 외면하는 것은 복을 걷어차는 거예요. 야구계는 경기도가 자꾸 야구에 신경을 쓰게 만들어야 합니다. 야구의 발전을 위해서도 경기도의 이런 기본 바탕과 저력을 무시해서는 안 됩니다.

그리고 앞으로 KBO의 의사결정구조가 바뀌어야 할 겁니다. 선수, 팬, 연고도시 등 프로야구를 구성하는 기본단위들이 결정구조를 갖거나, 구단주들이 빠진 가운데 독립적으로 KBO가 할 수 있게 가야 한다고 봐요. 뭐 아직 밖에 있는 입장에서 섣부른 얘기라서 조심스럽지만, 야구팬이라면 다 그런 생각 갖고 계시지 않겠어요? 9구단 해놓고 10구단 결정에 2년이 걸리는, 이런 전근대적인 문화는 고쳐져야 합니다."

- 프로야구단 유치에 드는 예산 규모는 어느 정도고, 또 조달은 어떻게 할 계획이십니까?
"기업에서 감당할 것들이 있고, 시에서는 인프라를 지원하는 건데… 특별히 부담스러울 것이 없습니다. 9구단부터는 야구장 무상 임대는 다 같은 조건이니까, 지금 수원구장 리모델링에 들어가는 290억 원 중에서 시비 127억5천만 원이 들어가는데, 이건 10구단 유치와 무관하게 책정되어있던 것이고요. 또 교통인프라가 야구장으로 지하철과 노면전차 노선이 구축되는데, 그것도 야구 때문이 아니라 기존 구상에 있는 것입니다. 수원야구장은 수원시의 중심에 있고, 거기에 또 화성이라는 세계문화유산이 있어요.

야구 끝나면 걸어서 5분, 10분 거리에 장안문이 있고, 행궁이 있어요. 야구도 즐기고, 관광도 하고, 갈비도 먹고. 그게 버스 타고 20~30분 가야 하는 게 아닙니다. 다 걸어서 10분 이내에 해결이 돼요. 그곳이 대한민국 대표경관입니다. 재작년 국토해양부에서 대상 받았죠. 그 다음 신축구장이 있습니다만, 그것 외에는 딱히 프로야구단 창단 때문에 추가적으로 지출해야 할 것이 없어요."

- 혹시 프로야구단 유치에 실패할 경우에는 달라지는 것이 있습니까?
"신축구장 외에는 달라질 것이 없습니다. 이미 계획된 것들이고, 계속 해오던 것들입니다. 무리하게 급조하는 것들이 없습니다. 그리고 그 밖에 월요일에 접수할 신청서에 담을 내용들이 아주 많습니다. 지금 공개할 수는 없지만 야구관련 산업, 야구문화진흥 관련해서 다양한 계획과 제안들이 프레젠테이션 현장에서 공개될 겁니다."

- 그 밖에, 프로야구단 유치와 관계 없이, 또 야구에 국한될 것 없이 수원시의 체육문화 발전을 위해 구상하시는 것들이 있는지요?
"여러가지 있습니다만, 우선 스포츠 여가 레저 타운을 구상하고 있습니다. 도시농업, 레저, 여가, 스포츠가 있는 테마공원이죠. 대략 10만 평 정도의 규모인데,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착수하게 됩니다. 요즘 도심지 사람들이 주말이면 영동고속도로, 서해안고속도로를 통해 나가는데 교통난, 에너지소모가 엄청나거든요. 또 광교산, 칠보산에 주말마다 사람이 미어집니다. 하지만 이제 그렇게 멀리 나가거나 가족 중 몇 사람만 힘들이면서 누리는 그런 것 말고, 가족단위로 모든 구성원들이 편안하게 즐길 수 있는 공간을 만들려고 하는 것이죠. 3개시 통합이 되면 화성에 하려고 했는데, 그것과 무관하게 수원에서 추진할 겁니다."

- 시민을 위해 정부가 해줄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서비스가 도서관과 박물관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합니다. 지난 대선 때도 도서관이나 박물관에 관한 공약이 별로 없어서 아쉬웠는데, 시장님은 선거 과정에서 도서관 관련 공약을 많이 하셨던 걸로 알고 있습니다.
"외국의 선진도시들을 보면서 가장 부러웠던 것이 넓은 공원에 가족단위로 나와 럭비공 갖고 놀고, 캐치볼 하면서 여가를 즐기는 모습이었는데요, 그런 공원을 보면 바로 옆이 도서관이에요. 그러니까 도서관에서 나오면 공원이고, 그 공원에서 운동하고 즐기는 게 선진도시들의 모습이었어요. 우리 수원이 지난 40년간 도서관 9개를 만들었는데, 저는 임기 내에 10개 만들겠다고 공약해서 추진 중입니다. 그 도서관들이 다 공원하고 결합된 것입니다.

프로야구단 창단에 관한 구상도 이런 것과 궤를 같이 합니다. 프로야구가 활성화된다면, 경기와 함께 즐길 것들이 문화적으로 연계되는 것이죠. 도서관과 공원이 이어지고, 야구장과 공원, 또 문화공연장이 연결됩니다. 특히 수원 시립합창단과 교향악단이 전통 있고 수준이 높습니다. 그래서 야구장과 곧바로 연결된 수변공원에서 각종 야외음악당 공연과 분수쇼가 어우러지게 됩니다. 일상적인 축제가 이루어지도록 하고, 야구가 그런 전체적인 문화 형성의 중심키, 혹은 시리즈의 하나의 요소로 들어갈 수 있어요. 프로야구단이 유치되면, 우리 지역에서는 이런 방식으로 삶의 조건을 풍부화시키는 것이 아주 많을 겁니다."

- 시장님 말씀을 들으면서, 오늘 인터뷰 기사의 제목으로 두 가지가 떠오릅니다. 하나는 지금 말씀하신 것을 들으며 생각한 '도서관 옆 야구장'이라는 것인데요, 하지만 오늘 대화의 전반부를 생각하면 '원칙이냐, 반칙이냐' 라는 것으로 잡아야 할 수도 있겠습니다. 시장님 생각에는 둘 중에 어느 것을 제목으로 삼는 게 좋겠습니까?
"하하. 당연히 저는 '도서관 옆 야구장'이 됐으면 좋겠군요. 전반부에 말씀드렸던 것은… 유치작업 과정에서 너무 어처구니 없는 것들을 보고 속이 상해서 한 얘기지요. 한국의 언론들이 너무 반칙이나, 무원칙들을 검증하지도 않고 하는 것에 대해 서운하기도 했구요. 하지만 우리가 지향하는 것은 좀더 풍성하고 선진적인, 이런 삶의 문화를 가꾸는 것입니다."

- 마지막으로, 한 사람의 야구 팬으로서 시장님이 느끼는 야구의 매력은 무엇이고, 또 앞으로 프로야구단을 유치하게 된다면 단체장으로서 어떤 야구가 수원에서 뿌리를 내리기를 바라시는지, 말씀 부탁드립니다.
"야구라는 것이 참 무궁무진한 이야깃거리를 만들어 내더라고요. 여러 가지 경우의 수를 이야기할 수 있고, 또 선수 하나하나에 대한 평가를 다 개별적으로 할 수 있고. 그래서 축구가 집단, 팀에 대한 것을 생각하게 한다면 야구는 개별적 즐거움을 갖게 하는 것 같아요.

저는 야구에서도 이기는 것은 부차적이라고 봅니다. 그래서 선수들 중에서도 많이 이긴 선수가 아니라 최동원 선수같이 근성 있고 혼이 있는 야구를 하는, 그리고 개인적으로 피해를 입더라도 자기 목소리를 낼 때 당당한 선수를 좋아합니다. 우리 시가 야구를 한다면, 즐기는 것 뿐만 아니라 혼이 있는 야구를 해줬으면 좋겠어요. 그건 승패를 떠난 거라고 봐요. 야구가 진정으로 발전하려면 영혼이 있는 야구, 진정성이 있는 야구. 그래서 관객의 수준에 맞는 야구를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야만 건전한 문화로 자리 잡을 수 있습니다.

저는 골프를 못 해요. 그렇게 화려한 것을 좋아하지 않습니다. 시정을 하면서도 밖으로 보이는 것, 화려한 것을 지향하지 않습니다. 야구도 생돈 들여서 해야 한다면 못 했을 겁니다. 그런데 우리는 최소비용으로 가능하니까 하려는 것이죠. 제가 시장에 취임한 후 2년 반 동안 2500억 원 이상의 빚을 갚아서, 이제 재정건전성이 많이 나아졌어요. 이렇게 내실을 다진다는 것이 저에게는 중요합니다. 내실 있는 야구를 하겠습니다.

그리고, 아까 야구장 기공식 때 시민 한 분을 만났어요. 프로야구 10구단 수원 창단 지지 카페를 만들고, 또 음악이나 미술 전공자도 아닌데 로고송이나 엠블럼도 만들고, 여러가지 자료 모아서 홍보 동영상을 만든 분이에요. 전에 우연히 그 영상을 봤는데 우리 담당 공무원도 잘 모르는 자료들까지 모아서 만드셨는데, 감동을 받았어요.

그래서 국장 이상 간부들을 모아서 보여주기도 했는데, 아까 기공식장에서 처음으로 만나고 보니 수원도 아닌 남양주 분이더라고요. 옛날 현대 유니콘스 시절 팬이고, 임도환이라는 분이에요. 그런 분들의 정성과 열기가 모여서, 수원의 10구단은 꼭 성공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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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 역차별 10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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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에 관한 여러가지 글을 쓰고 있다. 오마이뉴스에 연재했던 '맛있는 추억'을 책으로 엮은 <맛있는 추억>(자인)을 비롯해서 청소년용 전기인 <장기려, 우리 곁에 살다 간 성자>, 80,90년대 프로야구 스타들의 이야기 <야구의 추억>등의 책을 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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