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릎팍도사>에 출연한 영화 <매트릭스>의 감독 워쇼스키 남매 - 좌 앤디 워쇼스키, 우 라나 워쇼스키

<무릎팍도사>에 출연한 영화 <매트릭스>의 감독 워쇼스키 남매 - 좌 앤디 워쇼스키, 우 라나 워쇼스키 ⓒ MBC


'정말 워쇼스키 남매야?'

3일 MBC <무릎팍도사>에는 시청자의 눈을 휘둥그레 만든 손님이 찾아왔다. 할리우드의 세계적인 거장 워쇼스키 남매였다. 영화 <매트릭스>(1999년)로 세계적인 히트를 기록한 그들 남매가 대한민국 예능의 문을 두드린 것이다. 빅 뉴스였다.

지난 12일, 신작 <클라우드 아틀라스> 홍보차 한국을 찾은 워쇼스키 남매, 하지만 두 사람의 예능 출연은 상상도 못할 일이었다. 라나 워쇼스키(47)와 앤디 워쇼스키(45)  남매는 미디어와 거리를 두는 것으로 유명했기 때문이다.

워쇼스키 남매는 이번 방한 일정 중 깜짝 선택을 했다. 예능 <무릎팍도사>에 출연해 진솔히 '자신의 민낯'을 드러낸 것이다. <무릎팍도사>의 호기 넘치는 MC 강호동조차 그들의 출연이 믿기지 않는지, 연신 놀란 눈으로 출연 배경을 물었다.

그런 <무릎팍도사>의 호들갑이 이해가 같다. 워쇼스키 남매의 토크쇼 출연은 그들 남매 생애에서 처음 있는 일이었기 때문이다. 가히 파격 행보라 할 만했다. 그런 기대만큼 이날 <무릎팍도사>에서 워쇼스키 남매가 전한 울림은 컸다.

요즘 방송가에 흔한 '스타들의 홍보용 토크쇼 출연'과는 근본적인 궤가 달랐다. 남매는 진정성 어린 모습으로 자신의 실제 모습을 공개했다. 라나 워쇼스키가 그 이유에 대해 답했다.

"저의 이야기가 누군가에게 희망이 되었으면 해서요"

 지난 3일 방영한 MBC <천기누설 무릎팍도사-워쇼스키 남매 편> 한 장면

지난 3일 방영한 MBC <천기누설 무릎팍도사-워쇼스키 남매 편> 한 장면 ⓒ MBC


<무릎팍도사>의 워쇼스키 남매…편견은 눈 녹듯

 '워쇼스키 남매는 이상한 사람들 아닐까?'

고백건대 <무릎팍도사> 방송 전, 기자는 워쇼스키 남매에 대한 약간의 편견이 있었다. 라나 워쇼스키의 성전환 수술, 앤디 워쇼스키의 강인한 인상. 여기에 일반 대중의 상식을 뛰어넘는 파격적인 그들 남매의 발상까지, 지레 '워쇼스키 남매는 이상한 사람들 아닐까?'라는 생각을 했던 것 같다.

하지만 이런 편견은 <무릎팍도사>을 시청한 후, 눈 녹듯 사라졌다. 거장의 진솔한 고백을 듣고 난 후에는, 도리어 미안함이 들었다. 깊이 있는 고민을 한 할리우드 거장을 그동안 너무 쉽게 생각하지는 않았나 하는 생각 때문이다. 한 감독이 지닌 고민과 아픔, 그리고 이를 극복하고 용기있는 결정을 그저 한낱 가십거리로 치부한 것이 정말 미안했다.

"어린 시절, 성적 정체성이 남들과 다르다는 것을 분명히 느꼈습니다. 그 때문에 암울한 10대를 보냈어요. 많이 괴로웠고 내가 속할 수 있는 곳을 찾았지만 결국 찾지 못했습니다."

이날, 라나 워쇼스키는 청소년 시절 자신을 자살까지 고민하게 한 괴로움에 대해 말했다. 괴로움을 견디다 못해 자살이란 극단적인 선택을 앞뒀던 순간, 그녀를 다시 삶으로 이끈 것이 있었다  바로 소통이었다.

"긴 유서를 쓰고 인적이 드문 기차역에 갔습니다. 그곳엔 사람이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낯선 사람이 저를 바라봤습니다. 안경을 쓰고 있었는데 할머니가 생각났어요. (중략) 차마 자살할 수 없었습니다. 그분 덕분에 오늘 이 자리에 제가 있는 것 같아요."

괴로워하는 라나 워쇼스키를 놓지 않았던 타인의 관심, 끝까지 소통을 게을리하지 않은 한 사람의 관심과 노력이 생을 포기하려던 그녀를 살린 것이다. 만약 그때 타인의 시선이 없었다면 라나는 어떻게 됐을까. 과연 그녀는 멋진 영화감독으로 성장할 수 있었을까?

이제 할리우드 거장으로 성장해 영화로 자신의 세계관을 전하는 워쇼스키 남매,
'자신의 이야기가 누군가에게 희망 되었으면 좋겠다.'는 이들 남매의 말이 진정성 있게 다가왔던 이유, 그들 역시 누군가의 소통으로 힘을 얻고 용기를 얻었다는 사실을 알았기 때문이다.

이날 방송에서 워쇼스키 남매는 대한민국 기자들에도 뼈있는 한마디를 남겼다. 남매는 인터뷰원과 시선을 맞추는 대신 노트북만 보고 기사를 쓰는 대한민국 기자들이 신기하다고 말했다. 워쇼스키 남매는 에둘러 말했지만, 그 말은 듣는 측면에서 보면 조금은 부끄러운 말이었다.

어쩌면 대한민국 기자들, 나아가 대한민국 사회는 '사람과 사람 사이의 소통'을 잃은 채, 빠르게 앞만 보고 달려가는 것은 아닐까. 그래서 가장 중요한 무엇을 잃고 살아가고 있는 것은 아닌지 돌이켜 본다. 이날 워쇼스키 남매가 전한 한 마디는 우리 사회의 소통의 의미에 대해 한번쯤 생각해 보게 했다.

"인터넷이 가장 발달한 한국이지만 언론매체와 인터뷰할 때 저희들의 얼굴은 보지 않고 목소리만 들으며 타이핑을 해요. 그런 기자의 모습에서 오히려 소통의 단절을 느꼈어요"

무릎팍도사 워쇼시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잊지말아요. 내일은 어제보다 나을 거라는 믿음. 그래서 저널리스트는 오늘과 함께 뜁니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