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장님, 자꾸 말 안 들으면 팬클럽 회원에서 제외시킬 거예요!"
"가만있자…. 네 팬클럽 회원이 딸랑 3명인데 나 자르면 2명밖에 안되는데 괜찮겠어?"
"이거야 원, 자를 수도 없고, 내 팔자야…."

올해 대학 졸업반인 유수란 양(이화여대)은 2012 월드 미스 유니버시티 한국대회에서 화천군 홍보대사상을 받았다. 화천군에서 열리는 각종 행사나 축제를 홍보하는 것이 그의 역할이다.

이 친구가 월드미스 유니버시티에 출전하게 된 인연도 아이러니하다. 지난 봄, 졸업사진을 촬영하고 있는데 어떤 사람이 '월드 미스 유니버시티를 아느냐'고 물었다고 한다. '모른다'고 하자 '한 번 도전하는 것은 어떻겠느냐'고 제안을 받았던 것이 시작이었다.

"실은 (월드 미스 유니버시티 행사가 열리는)그 시기에 대기업인 S사에 입사하기로 되어 있었어요. 그래서 취업을 할까 아니면 대회에 출전할까 고민하다 아빠에게 말씀 드렸더니, '네 스스로 후회하지 않는 결정을 해라'고 하셔서 그 대회에 출전하기로 했죠."

이어 유수란 양은 "화천군 홍보대사상도 받지 못했다면 취업을 포기한 게 후회되었을 것"이라고 너스레를 떤다. 실은 그를 통해 대도시 젊은이들을 대상으로 화천군 산천어축제를 홍보하고 싶었다. 그런데 취업준비 등 공부에 바쁠 거라는 생각에 그런 부탁을 하지 못했다.

그것을 알고 있다는 듯, 유 양은 "나를 홍보대사로 임명했으면 뭔가 시켜야 되는 거 아네요?"라고 말한다. 유수란 양은 수상 이후 그렇게 여러 번 화천을 찾아 축제홍보물이나 자신이 알릴 관광 관련 자료들을 가져갔다.

어떻게 젊은이들이 그런 기특한 생각을 할 수 있을까!


"수란이를 비롯해 월드 미스 유니버시티 행사에 참여했던 몇 명의 아이들이 얼마 전 모 방송국에서 진행하는 퀴즈 프로그램에서 우승해 상금을 1천5백만 원 받았는데, 그걸 화천군에 내겠대요."

지난 10월 월드 미스 유니버시티 관계자로부터 연락이 왔다. 월드 미스 유니버시티 한국 대표 참가자들 중 몇 명이 TV조선 <반지원정대>라는 퀴즈 프로그램에 참여해 우승 상금을 받았는데, 이를 화천군 불우이웃돕기 성금으로 내겠다는 거다.

1천5백만 원이란 돈은 큰 액수다. 또 참가자들의 집안이 이를 쉽게 내놓을 정도로 유복하지 않다는 것도 안다. 그런데 그 큰 돈을 선뜻 불우이웃을 위한 성금으로 내겠다는 것이다.

"이렇게 하고 싶어요. 5백만 원은 화천에 있는 군부대 도서 구입비로 내고, 나머지 1천만 원은 불우이웃 돕기 성금과 위령탑 조성 사업비로 기부하고 싶은데 괜찮을까요?"

이들은 장병들이 군 생활 기간 동안 자칫하면 정서적으로 뒤쳐질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군부대에 도서를 기증하고, 한국전쟁 당시 화천댐 탈환을 위해 숨진 10만 젊은이들의 넋을 위로하기 위한 위령탑 건립에 성의를 보태겠단다.

이런 기특하고 귀여운 행동 때문에 나를 비롯한 직원 3명이 '수란이 팬클럽'을 제안했다. 그런데 자꾸 '말을 안 듣는다'며 팬클럽 회원에서 자르겠다고 엄포를 놓는다. 웃을 일도 별로 없는 요즘, 유수란 양의 엉뚱함과 생기발랄함이 세상을 밝게 만드는 것은 아닌지 모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