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문자의 처음과 두 번째 글자인 알파와 베타를 합쳐 알파벳이라는 이름이 됐다는 설을 새삼 기억해본다. 또한, 상징적으로 알파는 '처음'이며 오메가는 '끝'을 뜻하기도 한다. 그럼 베타는? 잘 모르겠다. 하여튼 인터뷰를 통해 스타의 처음과 끝을 다 알 수는 없다. 사실 영화 얘기만 하기에도 빠듯한 시간이고, 새로울 게 없기도 하다. 그래서 스타의 주변 이야기를 하고자 했다. 오해는 말자. 배타적이 아닌 베타적이다. 스타에 대한 남다른 애정을 담았다는 말이기도 하다. 물론 영화 이야기도 등장하긴 한다. - 편집자 주

 영화<반창꼬>에서 미수 역의 배우 한효주가 12일 오전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인터뷰를 마친 뒤 포즈를 취하며 미소짓고 있다.

영화<반창꼬>에서 미수 역의 배우 한효주가 12일 오전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인터뷰를 마친 뒤 포즈를 취하며 미소짓고 있다. ⓒ 이정민


1년 만에 또 다시 사랑이었다. 하지만 보다 편해졌고 유쾌해진 사랑을 품었다. 대략 1년 전 소지섭과 <오직 그대만>을 통해 진한 멜로의 여운을 전했던 한효주가 레몬 100개는 한꺼번에 씹어야 만끽할만한 상큼함을 안고 돌아왔다. 바로 <반창꼬>에서 말이다.

<반창꼬>에서 한효주가 맡은 미수는 실력과 외모를 갖춘 의사, 그러니까 남부럽지 않으며 콧대가 하늘까지 치솟은 이 시대 슈퍼우먼이었다. 자신의 감정에 솔직하며 활달한 인물이다. 그렇다고 안하무인은 아니다. 어릴 적 아픈 과거로 의사가 되고자 했던 이유가 뚜렷하기에 타인에 대한 남다른 애정도 갖고 있는 이 시대 따도녀(따뜻한 도시 여자)기도 하다.

<반창꼬>를 통해 배우 한효주가 얻은 것은?

한창 영화 <광해, 왕이 된 남자>와 여러 광고를 함께 하고 있을 때 <반창꼬>를 만났다. 비교적 자신이 맡은 캐릭터에 영향을 받는 것 같다며 한효주는 당시를 회상했다. 친한 사이가 아니면 비교적 자신의 생각과 감정을 표현하지 않는 성격이라 했지만, 카메라 광고와 <반창꼬>에선 갖가지 표정을 보이며 스스로도 많이 밝아졌던 때였다.

연기의 즐거움을 느꼈던 때 같다는 질문에 한효주는 특유의 미소를 보이며 "그게 다 영화에 담긴 것 같다"며 반가움을 표했다. '마치 자기 몸에 꼭 맞는 옷을 입은 느낌?'이라고 비유 아닌 비유를 던지며 물었다. 영화 <반창꼬>를 통해 한효주에게 무슨 일이 일어난 걸까.

"이렇게 편하고 즐겁게 연기한 적은 없는 거 같아요. 촬영하면서도 엠티를 가는 느낌이었죠. 감독님이 그런 분위기 만들어 주시기도 했고요. 제가 평소에 연기 욕심이 많고 잘해야 한다는 부담감을 갖고 있다는 걸 보신 거 같아요. 감독님은 제게 아무것도 안 해도 된다고 걱정할 거 없다고 말씀하셨거든요. 처음엔 '뭐지? 저 끝도 없는 자신감은' 이렇게 생각하기도 했는데(웃음) 감독님이 편하게 하시니까 스텝 분들과도 친구처럼 지내게 됐죠."

촬영 현장에서 이런 적은 처음이었다고 했다. 사람들과 섞이며 스스럼없이 지내는 법을 터득하며 연기에 대한 부담감도 떨칠 수 있게 됐다고. 그래서 편한 마음으로 연인 연기 또한 할 수 있었다.

 영화 <반창꼬>의 한 장면.

영화 <반창꼬>의 한 장면. ⓒ ORM 픽처스


배우니까 늘 이미지 변신?..."그럴 필요 없잖아!?"

한효주는 라이징 스타에서 명실 공히 스타 여배우로 성장하는 중이었다. 2003년 데뷔 이후 물론 더욱 커가야 할 위치지만 대중성 면에서 충분히 인지도를 쌓고 있는 여배우 중 한 명이다. 이런 시선을 의식해서였을까. 한효주는 그간 스스로 자신을 괴롭히는 시간이 많았음을 털어놓았다.

"연기욕심이라 한다면 이전까지 엄청 많았던 거 같아요. 제가 할 수 있는 거보다 더 큰 욕심을 냈었죠. 스스로에 대한 기준이 높아서 그것만큼 결과가 나오지 않으면 속상하고 그랬어요. 사실 못하는 건 못하는 건데 자책하고 그러다 보니 슬럼프가 오고 힘들어 했죠.

이번 작품을 통해 즐겁게 하는 법을 배웠어요. 되게 편해졌어요! 사람들 시선도 편해지고 연기를 잘한다는 말? 그 기준도 명확치 않잖아요. 불안해하기 보단 즐기는 게 최고구나를 느꼈죠. 영화든 드라마든 촬영시간은 참 짧아요. 길어야 3, 4개월? 이 시간을 어떤 식으로 임하느냐 따라서 제게 추억이 될 수도 아닐 수도 있더라고요.

제가 지나는 시간들을 값지게 보내는 법을 좀 알았다고 할까? 배우라고 늘 이미지 변신을 해야 할 필요는 없다는 걸 알았어요. 잘할 수 있는 부분을 정교하게 다듬고 표현하는 게 좋을 때도 있더라고요."

같은 사랑이야기라지만 그래서 <반창꼬>보단 <오직 그대만> 때가 매우 아쉬웠다던 한효주였다. 스스로 예민하기도 했던 시기였단다. 촬영장에선 혼자 숨어있기도 했고 연기를 할 때면 처음 연기를 하는 것처럼 이상하게 떨리고 긴장했다고. 즐기면서 하는 법을 그때부터 알았다면 어땠을까. 물론 시각 장애인 역에 마음에 상처를 입는 여자인 만큼 쉽진 않았을 거다. 그러고 보면 깨달음 역시 자연스럽게 다가온다. 지금의 모습 역시 가장 적절한 한효주의 모습이지 않을까.


한효주의 행복추구권을 배우자, "매일 감사하다고 말해요"

인터뷰의 상당 시간을 연기 얘기를 할 만큼 한효주는 일에 대해 열정적이었다. 이제 진한 사랑도 좀 해봐야 하지 않을지 물으니 "일단 그런 사람이 나타났으면 좋겠네!"라며 웃던 그녀였다.

"미수처럼 제가 적극적으로 변할 수 있는 사람이면 좋겠죠? 전 좀 소극적인 거 같아요. 겁이 많아서인 거 같기도 하고 그리고 일이 많으니까. 항상 뭔가 일을 했고, 진짜 열심히 하는 거 같아요. 사랑에 대해선 그만큼 열심일 수 있을까라는 생각도 들더라고요."

물론 사랑엔 때가 없다는 사실을 한효주 역시 알고 있었다. 시간이 생긴다고 할 수 있는 게 아니라지만 "이미 결혼을 빨리 하기엔 늦었다"며 "자아를 찾고, 많은 경험을 해보고 사랑을 하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는 생각이었다. 여기서 참고로 한효주의 이상형? 이상형이라 하기엔 좀 거창하지만 "첫인상에서 확 끌리는 사람보다 시간이 지날수록 뭔가 끌리고 좋아지는 사람이 더 좋은 거 같다"며 생각을 드러냈다. 이 대목에서 '혹시 나?'를 외치니 "이성이든 동성이든 상관없다"며 선을 긋는 재치를 발휘했다.

일과 자기 자신 돌아보기. 한효주의 요즘 화두였다. 사랑이라고 하지만 여기엔 타인과 함께 자신에 대한 사랑도 포함돼 있었다. 누구나 그렇듯 자신을 사랑할 줄 알아야 타인도 사랑할 수 있지 않나.

"예전엔 뭔가 마음이 불편해도 그냥 넘기곤 했는데 요즘은 자세히 절 들여다봐요. '불편해? 뭐가 불편해? 불편하면 굳이 안 해도 되지 않니?' 이러면서요. 일정이 많고 피곤한 요즘이지만 하루하루 감사하다는 생각이 많이 우러나요. 그동안은 늘 칭찬받고 싶었고, 잘하고 싶어했죠. 그게 마음대로 안 되면 자학하기도 하고요. 사실 요즘 사회 분위기가 그런 걸 조장하기도 하잖아요. 사실 그렇지 않아도 되는데, 본인들이 원하는 걸 하게끔 하면 되는데 모든 걸 경쟁구도로 만들어버리니까요."



행복. 한효주는 이 화두에 대해 "지금 이 순간이 행복하다 말하는 건 사치 같고, 그냥 지금이 좋고 감사하다"고 답했다. 굉장히 평범해 보이지만 실은 이 말, 마음속에서 느끼지 못하면 하기 힘든 말이기도 하다. 한창 내면 성장 중인 한효주에게 배워야 할 건 이것이다. 감사하는 법 말이다.

"눈 감을 때 세 번 감사, 자고 일어나 눈뜨면 세 번 감사하다고 말해요. 정말 작은 행동이지만 그렇게 시작하면 하루가 다른 거 같아요(웃음)."



한효주 반창꼬 고수 소지섭 오직 그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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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메가3같은 글을 쓰고 싶다. 될까? 결국 세상을 바꾸는 건 보통의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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