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일일드라마 <오자룡이 간다>에서 나공주(배우 오연서)의 바람둥이 남자친구 민우 역의 배우 김민수가 30일 오전 서울 상암동 오마이스타 사무실에서 인터뷰를 마친 뒤 미소를 짓고 있다.

MBC 일일드라마 <오자룡이 간다>에서 나공주(배우 오연서)의 바람둥이 남자친구 민우 역의 배우 김민수가 30일 오전 서울 상암동 오마이스타 사무실에서 인터뷰를 마친 뒤 미소를 짓고 있다. ⓒ 이정민


'나 갖긴 싫고, 그렇다고 남 주기는 싫다'는 말처럼 참 얄미운 것도 없는 것 같다. 하물며 사람에게 그런 태도를 보이는 사람에게야, '얄밉다'는 말이 절로 나올 법하다. 최근 브라운관에서 이를 톡톡히 보여준 배우는 바로 김민수다. MBC 일일드라마 <오자룡이 간다>에서 공주(오연서 분)를 무참히 버렸다가, 자룡(이장우 분)과의 관계를 보고는 폭풍 질투에 빠지는 '구남친' 민우가 최근 그가 연기한 역할.

그러고 보면 이 배우의 필모그래피, 심상치 않다. 본격적으로 존재감을 알렸던 김기덕 제작 영화 <아름답다>(2007)에서 그가 맡았던 역할은 여주인공 은영(차수연 분)을 성폭행하고도 "당신이 아름다워서 그랬다"고 외치며 은영의 트라우마를 만들어내는 스토커. MBC <나도 꽃!>(2011)에서는 허영 가득한 김달(서효림 분)에게 일침을 놓는 옛 남자친구를 연기했다. 올해 방송됐던 채널 A <굿바이 마눌>에서의 마음 착한 변호사 현철을 제외하고는 나쁜, 혹은 찌질한 남자로 점철된 셈이다.

알고 보면 나쁜 남자? '엉뚱하고 무모한 남자!'

짓궂게 "실제로도 나쁜 남자가 아니냐"고 물었더니, 김민수는 단박에 손사래를 친다. "누구나 마음속에는 여러 가지 생각이 있을 수 있지 않으냐"며 "그 중 하나를 뽑아내서 크고 섬세하게 만든 것뿐,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차근차근 "같이 있을 때는 아쉽지 않다가, 헤어지고 나니 '남의 떡이 더 커 보인다'는 생각으로 조금씩 집착하고 괜히 붙잡게 되는 것 아니겠나"라며 "얘(민우)가 유별난 건 아닌 것 같다"는 말까지 덧붙이니 더 '추궁'할 수 없어질 정도다.

"지금도 약간 얄밉고 재수 없는 역할이 재밌어요. 저는 그렇게 살지 않거든요. 또 다른 사람이 되어야 하니까 너무 편하게 평소에 내가 하지 않는 행동이나 말투를 하고. 평소에 하지 않는 재수 없는 표정을 지을 수 있잖아요. <아름답다>에서 노출도 있었고, (역할 때문에) 이미지가 안 좋아진 부분도 있지만 지금도 스토커나 살인범처럼 나쁘고 못된 역할이 와도 이미지를 생각하면서 연기하고 싶은 마음은 없어요.(웃음)"


 MBC 일일드라마 <오자룡이 간다>에서 나공주(배우 오연서)의 바람둥이 남자친구 민우 역의 배우 김민수가 30일 오전 서울 상암동 오마이스타 사무실에서 인터뷰를 마친 뒤 포즈를 취하고 있다.

실제론 '나쁜 남자'가 아닌 배우 김민수의 캐릭터 잡는 방법은 '친구 따라하기'라고. "처음에는 어떤 느낌으로 잡아야 할 지를 생각해야 하잖아요. 그래서 그런 성향을 가진 친구를 연구하고, 당시의 표정이나 제스처, 말투들을 생각해 보려고 해요. 또 영화도 여러 가지 보고 제 몸에 맞춰서 그 옷을 입고 연기하죠." ⓒ 이정민


'이미지에 연연하지 않고 연기하고 싶다'는 소신 탓에 가려져 있던 그의 진면목은 인터뷰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고등학교 때부터 패션쇼 모델을 하다 우연히 배우로 변신한 차승원을 보고 '따라 하고 싶다'는 마음에 연극영화과 지원을 시작했다는 말부터, 제대 후 달랑 12만 원만 들고 부산 전역을 걸어 다니며 하루에 한 끼를 먹고 노숙을 불사했던 여행담을 듣고 있자니 이렇게 엉뚱하고도 무모한 사람이 있나 싶다.

"비슷한 꿈을 꾸는 친구들이 모여 있으니 얼마나 재미있었겠나"라는 말과 함께 시작된 대학 시절의 추억담도 빼놓을 수 없다. 특히 올해 <건축학개론>과 <더킹 투하츠>로 스타덤에 오른 배우 조정석은 그와 대학 동기다. <굿바이 마눌>으로 처음 큰 배역을 맡아 연기하게 됐을 때도 대본 분석하는 법 등을 조언해 준 '고마운 형'이라고. "오리엔테이션 때 교수님께서 정석이 형을 불러 기타 연주와 노래를 시켰다"며 "형은 교수님께 예쁨 받는 학생이었다"는 말과 함께, 한동안 이야기는 계속됐다.

"부모님껜 죄송하지만 솔직히 대학교에서는 놀았어요.(웃음) 날씨 좋으면 수업도 안 나가고, 학교에 잔디밭이 없어서 대신 자갈밭에서 광합성하고, 막걸리 마시고. 김광석을 좋아해서 노래도 듣고 했죠. 그러다 졸업 작품을 할 즈음 한 선생님을 만나 집중하는 법과 캐릭터에 다가가는 법을 배웠던 것 같아요. 그때부터 진지하게 연기에 관심을 갖게 됐죠. 그렇다고 저희 집이 부유해서 그랬던 건 아녜요. 그냥 즐긴 거죠. 그런데 저는 그 시간이 아깝지 않아요. 연기하는 데 도움이 될 경험을 많이 했거든요."

고단하고 외로운 작업이지만..."연기하는 이유? 재밌어서"

벌써 데뷔 6년 차가 된 김민수지만, 아직 그는 스스로 '배우'라고 부르기를 주저한다. "배우라는 직업은 굉장히 섬세하고 예민하고 영리해야 하는 직업이기 때문에, 함부로 이야기할 수는 없는 것 같다"는 것. 스스로를 "이제 걸음마를 뗀 수준"이라고 평가하는 그는 그래서 자신의 이름 앞에 '신인 연기자'라는 말을 붙였다. 때문에 아직 겪고 있는 고충도 있다.

"<오자룡이 간다>에 들어가기 전에 친구와 같이 건설 관련 전단지 붙이는 아르바이트를 했어요. 일당이 5만 원인데 당장 필요했거든요. 술도 마셔야 하고 쌀도 떨어지고 하니까…그러면서 오디션을 볼 수 있고 연기할 기회가 생기면 했던 거죠. 역할을 떠나서 그런 기회가 오면 너무 좋아요. 현장에서 감독님과 상황에 대해 의견을 주고받는 과정이 좋고, 캐릭터를 맡고 나서 그 역할에 접근해나가는 게 재밌거든요. 연기 말고 다른 것도 할 수 있겠지만, 지금 연기하는 이유는 간단해요. 재밌거든요."


 MBC 일일드라마 <오자룡이 간다>에서 나공주(배우 오연서)의 바람둥이 남자친구 민우 역의 배우 김민수가 30일 오전 서울 상암동 오마이스타 사무실에서 인터뷰를 마친 뒤 매력적인 미소를 짓고 있다.

서울예술대학 연극학과를 나온 김민수는 현장에서 종종 선배들을 만나게 된다. "<오자룡이 간다> 팀만 해도 선배님들이 너무 많아요. 특히 류담 선배는 학교를 같이 다녔는데, 당시에 좀 무서우셨거든요.(웃음) 조심스럽게 가서 인사드렸더니 '선배들께 인사드렸냐'고 물어 보시더라고요. 정말 인사를 드려야 하는데, 워낙 대선배들이라 쉽지가 않네요." ⓒ 이정민


뿐만 아니라 타인의 인생을 연기한다는 것은 답도 없고, 평가도 엄격한 작업이다. 그에 따른 책임도 온전히 연기자 개인이 짊어져야 하고, 가족보다 더 함께했던 이들과 짧은 작업 후 헤어짐을 반복해야 한다는 점에서 참 외로운 작업일 수밖에 없다. 김민수 역시 "항상 외로운 직업인 것 같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작품 수가 많지는 않지만, <굿바이 마눌> 촬영이 딱 끝나고 '김민수씨 수고했습니다!' 하는데 눈물이 막 나더라고요. 이제 이 사람들도 못 보고, 현철이가 끝났다는 여러 가지 생각에 속상했어요. 처음엔 현철이가 너무 힘들었고, 가혹한 평가도 받았거든요. 후반부로 갈수록 익숙해지면서 현철이와 친해지고, '이제 좀 내 안에 들어왔다' 싶었는데 끝나버려서 굉장히 먹먹하더라고요."

대신 나이를 먹어가면서 그 외로움을 채우는 방법을 찾는 중이라고 했다. 지금도 김민수는 '아지트'를 따로 만들어 두고, 그곳에서 책과 대본도 읽으며 시간을 보낸다. 그림 그리기와 운동도 좋아해서 거르지 않는다. "예전에는 무조건 연기를 잘하고 싶다는 마음에 '어떻게 하면 연기를 잘할까'하는 생각만 했다"는 그는 "시간이 지나면서 그 생각을 내려놓고 또 다른 걸 하면서 재미를 붙이니 연기를 하면서도 자유로워진다"고 말했다. 그렇게, 엉뚱하고 무모했던 청년은 부담감을 비우고 여유를 채운 연기자로 진화하는 중이다. 

"연기를 하겠다고 생각했을 때부터 생긴 꿈이 하나 있어요. 대중이 '김민수가 하는 작품이다'하면 보게 하는 거예요. 그만큼 인정받는다는 뜻이기도 하고, 호기심을 불러일으킨다는 뜻이기도 하거든요. 저도 이병헌 선배님이나 마리옹 꼬띠아르(영화 <라비앙 로즈> 등에서 연기한 프랑스의 여배우)가 연기한다고 하면 무조건 챙겨보거든요. 그런 배우가 되고 싶어요.

그리고 예전에 아버지께 이런 이야기를 했다가 '언제 정신 차릴 거냐'며 혼난 적이 있는데…(웃음) 이 우주에서, 이 지구에, 대한민국에 제가 태어났잖아요. 그런데 그냥 살다가 없어진다면 안타까울 것 같더라고요. 그래서 세상을 다 돌아다니고 싶어요. 싸이는 온 세상을 돌아다니면서 사람들에게 좋은 기운을 주고, 자신의 노래를 알리고, 웃음을 주잖아요. 그분처럼 많은 사람에게 나를 알리면서 좋은 기운을 주고 싶어요."

 MBC 일일드라마 <오자룡이 간다>에서 나공주(배우 오연서)의 바람둥이 남자친구 민우 역의 배우 김민수가 30일 오전 서울 상암동 오마이스타 사무실에서 인터뷰를 마친 뒤 미소짓고 있다.

잠시 <오자룡이 간다>에서 모습을 비추지 않는 김민수지만, 극 중후반에 또 한 번 등장할 가능성도 높다고. 한 관계자는 "작가님께서 좋게 봐 주신 덕에 극 전개 도중 또 한 번 나올 것 같다"며 기대를 당부했다. ⓒ 이정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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