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밤 서울 잠실실내체육관에서 생방송으로 진행된 슈퍼스타K4 결승전에서 광고가 나가는 동안 딕펑스와 로이킴이 서로를 격려하며 웃고 있다.

Mnet <슈퍼스타K4> TOP2 딕펑스와 로이킴 ⓒ 이정민


'오디션 공화국'이라는 말도 이제는 식상하다. 한 오디션 프로그램이 우승자를 배출하며 막을 내린대도 채널을 돌릴 다른 오디션은 얼마든지 있다. 게다가 요즘은 단순히 프로그램이 끝났다고 해서 방송 자체를 그만 하는 것도 아니다. 배출한 스타들을 데려다가 '비하인드'나 '토크콘서트 등 새로운 포맷의 특집을 제작한다. 기존 프로그램에 관심을 뒀던 시청자라면 자연스레 시선을 고정하게 된다.

노래로 시작했던 오디션 프로그램은 끼와 재능, 요리 등으로 영역을 넓히더니 점차 세분되고 있다. 똑같은 '노래'지만 슈퍼스타가 되기 위한 오디션, K-POP 스타가 되기 위한 오디션, 위대한 스타가 되기 위한 오디션, 인생의 마지막 도전을 꿈꾸는 오디션 등 제각각이다. '엄마'들을 위한 오디션이 등장하더니 오는 1월에는 아이들을 위한 맞춤형 오디션도 나온다.

오디션 프로그램이 범람하면서 도전자들은 자신의 조건에 맞는 프로그램을 찾아 응시하기 시작했다. 각 프로그램의 캐릭터가 달라지면서 나타나는 현상이다. 심사위원도 중요한 고려 대상이 되었다. 추구하는 바에 걸맞은 심사위원이 나타나는 곳에 도전자도 등장한다. 자신의 가능성을 다른 사람보다 잘 봐줄, 혹은 자신이 꿈꾸는 미래를 그려줄 인물을 택하는 것이다.

 SBS <서바이벌 오디션 K팝스타>가 29일 이하이와 박지민의 파이널 무대만을 앞두고 있다.

SBS <서바이벌 오디션 K팝스타 시즌1>의 준우승을 차지한 이하이(왼쪽)와 우승자 박지민(오른쪽) ⓒ SBS


하지만 여기서 고려해야 할 중요한 것 중 하나는 '오디션 그 후'다. 다른 오디션은 그나마 사정이 나은 쪽에 속하지만 '노래' 오디션은 특히 더하다. 오디션 초기보다 배출자가 많아지면서 한 프로그램에서의 주목이 성공으로 이어지는 일이 드물어졌다. "타 오디션 TOP3까지 갔다"며 자신을 소개하는 도전자가 늘어난 것 또한 이 때문이다. 오디션 프로그램에 참가해 상위권의 성적을 거두는 것이 자신을 소개하는 하나의 방편이 된 셈이다.

이처럼 오디션 프로그램 출신이 점차 늘어나면서 그동안 조금씩 열리는가 싶었던 각 방송사의 '출연자 규제'에도 다시 빗장이 걸리고 있다. 이 때문에 가요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우린 00 전속"이라는 자조 섞인 우스갯소리까지 등장하고 있다. 오디션 프로그램이 진행된 특정 방송사의 프로그램에만 비교적 자유롭게 출연할 수 있는데다 그곳에서 부르면 언제든 가야 한다는 의미에서다.

복수의 가요 관계자들은 "지금까지 KBS가 상대적으로 오디션 프로그램 출연자에게 열려 있었지만 요즘은 아니다"면서 "내부적으로 자사 프로그램인 <내 생애 마지막 오디션>이 끝날 때까지는 타 오디션 프로그램 출연자를 <뮤직뱅크> 무대에 세우지 않겠다고 하더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다른 방송사도 사정은 비슷하다. 자사의 오디션 프로그램이 방송을 시작하면 타사 오디션 출신 가수들의 출연을 자제시키는 게 현실이다.

 30일 MBC <위대한 탄생2> 파이널 무대에 선 구자명과 배수정

MBC <스타 오디션 위대한 탄생 시즌2> 준우승자 배수정(왼쪽)과 우승자 구자명(오른쪽) ⓒ MBC


재능 있는 이들에게 기회를 주는 것도 중요하다.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이들이 어떤 미래를 맞이하느냐다. < 슈퍼스타K > 출신 가수가 < K-POP 스타 >와 <내 생애 마지막 오디션>에서 두각을 나타낸 이들과 그룹을 결성해 <스타 오디션 위대한 탄생>이 방송되는 MBC에 출연하는 모습을 볼 수는 없을까.


슈퍼스타K 위대한탄생 보이스 코리아 K팝스타 내 생애 마지막 오디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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