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그맨 정준하가 20일 오후 서울 장충동 신라호텔에서 4년 동안 교제한 10살 연하 재일교포 신부 '니모'와 결혼식을 올렸다. 녹화 관계로 결혼식에 올 수 없다고 알려진 유재석이 포토월로 들어서며 인사하고 있다.

유재석 ⓒ 이정민


유재석이 현재 대한민국 예능의 일인자라는 데 토를 달 사람은 없을 것이다. 라이벌 강호동의 1년여의 휴식기에도 그의 성장은 멈추지 않았다. 그간 <놀러와>와 <해피투게더>가 약간의 시청률 하락을 맛봤지만, <런닝맨>의 눈부신 성장과 <무한도전>의 여전한 인기는 그 동력이다.

그가 진행하는 프로그램 중 <런닝맨> <해피투게더> <놀러와> 등은 게스트의 비중이 비교적 높은 것들. 반면 <무한도전>은 멤버들만으로 꾸려갈 때가 대부분이다. 유재석은 과연 어떤 경우에 더 빛을 발할까. 또한 그의 캐릭터를 유연하게 할 수 있는 방법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캐릭터의 변화, 유재석처럼 괄목할 만한 경우 드물어

그의 캐릭터 변화를 이해하는 데 여러 자료가 있지만 2008년 박명수와 동반 출연했던 <택시>는 그것을 잘 보여준다. 당시의 그는 뒷좌석에서 매사 참견하는 모습을 보이는데 끝없이 이어지는 추임새는 당시 진행자였던 이영자와 김창렬의 농담 섞인 제지를 받을 정도였다. 지금과는 많이 다른 모습으로 그가 오랜 기간 얼마나 많은 변화를 거쳐 왔는지 알 수 있는 대목.

초창기 그의 '깐족 캐릭터'를 기억하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스스로 인정했듯 그는 신인시절, 자신의 능력을 과시했다고 한다. 오랜 무명을 거치며 '이제 최고의 자리에 오르게 되면 다시는 교만하게 행동하지 않겠다'라는 좌우명을 가지게 되었다고.

그러던 그가 지금은 프로그램 내에서는 온화한 덕장, 현실생활에서는 최고의 매너남으로 등극해 있다. 어디서나 별반 다르지 않은 성실한 이미지는 큰 기복 없이 최고의 자리를 10년 이상 고수할 수 있게 하는 힘이 되고 있다.

 <런닝맨> '8090 특집'에서 유재석이 게임에 임하고 있다.

<런닝맨> '8090 특집'에서 유재석이 게임에 임하고 있다. ⓒ SBS


유재석은 '참모'이자 '사령관' 스타일

프로그램의 분위기가 살기 위해서는 출연자들 개개의 능력도 필요하지만, 진행자나 패널들의 리액션이 그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것에 따라 재미없는 상황도 얼마든지 반전을 이끌어낼 수 있기 때문.

유재석은 리액션이 매우 뛰어난 편에 속하지만, 과장된 몸짓으로 폭소를 터뜨리는 것으로 그치지 않는다. 상대의 액션이나 개그를 한발 빠르게 이해하고, 거기에 자신의 것을 곧바로 이어 붙여 웃음을 점증시키는 것. 포인트를 포착한 다음 분위기를 반전, 고조시키는 데에는 그를 따라갈 사람이 없을 정도다.

또한 그는 자신의 위주가 되어야 펄펄 나는 사람이다. 방송 분량이 많아야 된다는 것이 아니라 프로그램의 중심에 서야 그 존재감이 확실해진다는 뜻. 지난 <무한도전>의 '못친소 특집'과 <런닝맨> '8090 특집'에서의 활약을 생각하면 되겠다.

프로그램 전체를 지배하는 역할이 그에겐 적합하다. 그의 지배력의 가장 큰 장점은 군림하려 하지 않는 것. '못친소 특집'에서 유재석은 멤버들과 게스트들을 조율해가며 뛰어난 진행능력을 선보였다. 반면 '8090 특집'은 그가 구심점이 되지 못했고, 따라서 중심 없이 어수선한 방송이 되고 말았다.

또한 <놀러와>나 <해피투게더>에서도 주변을 받쳐주는 역할에 그치고 있어 그만의 강점이 잘 드러나지 않는다. 온화하고 중도적인 이미지와는 달리 그는 사실 전방위로 종횡무진 끼어들어야 캐릭터가 잘 살아나는 경우다.

 9년째 방송되고 있는 MBC의 장수 예능프로그램 <유재석·김원희의 놀러와>

8년째 방송되고 있는 MBC의 장수 예능프로그램 <유재석·김원희의 놀러와> ⓒ MBC


이미지의 고착화, 반전 이끌어 낼 여력 충분해

지금의 그는 신사적이고 정적인 이미지에 조금 갇혀 있다. 이것은 <런닝맨> 등에서 동적 캐릭터를 연기하고 있는 것과는 다른 의미다. 단순히 '뛰고 달리는 것'이 캐릭터를 규정하지는 않기 때문이다.

얼마 전 <놀러와>에서는 <무한도전> '못친소 특집'의 '외모서열 매기기'를 재탕했다. 그것도 권오중 등을 상대로 말이다. 비록 짧은 시간이었고, 제작진의 문제라 볼 수도 있겠지만 아쉬움이 드는 대목. 또한 게스트들에게 던지는 질문과 리액션들이 너무나 평이하거나 겹치는 질문들이 발견될 때는 바로 '유재석'이기에 실망할 수밖에 없다.

그가 다른 개그맨, 진행자들에 비해 유리한 것이 있다. 신사적이고 유연하며 긍정적 상상을 일으킬 외양을 가지고 있다는 것. '뻔한' 유머가 아닌 '기막힌 반전 개그'를 구사할 수 있게 만드는 무기는 바로 그것이다.

웃음은 일반적이고 평범한 것에서 반전이 일어날 때 촉발된다. 바로 '부조화'에서 유머가 발견되는 것. 상식적이고 일반적인 상황, 인물들에서 생각지도 못했던 엉뚱한 일들이 발견될 때 사람들은 웃게 된다.

유재석은 타고난 강점이 많은 개그맨이다. 호감 주는 외모, 성실성, 순발력 등에 있어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그러나 그것이 틀에 갇히게 되면 심심하고 전형적인 모습이 된다. 그것을 깨는 방법을 가장 잘 알고 있는 이는 사실 유재석, 그 자신일 것이다. 안주하지 않았기에 성장할 수 있었던 그가 이제 더 멀리 도약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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