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릎팍도사> 게스트 정우성이 자신의 연인이었던 이지아에 대해 조심스레 말을 꺼내고 있다.

배우 정우성이 자신의 연인이었던 이지아에 대해 조심스레 말을 꺼내고 있다. ⓒ MBC


"제발요."

6일, MBC <황금어장-무릎팍도사>(이하 무릎팍도사)에 출연한 배우 정우성은 시청자들에게 자신의 진심 어린 마음을 전했다. 조심스러웠지만 과감했다. 어떻게 보면 바보스러울 정도로 솔직한 발언들이었다. 무모하다는 표현이 어울렸다.

이날, 정우성이 지상파 예능 버라이어티에 출연한 것은 요즘 연예계에서 흔한 영화 홍보나 음반 홍보 같은 차원이 아니었다. 이미지 마케팅 용도 아니었다. 사실 그랬다. 홍보나, 이미지 마케팅 용도였다면 아예 방송에 나오지 않는 편이 더 나았다. 과거 그가 겪었던 논란은 그저 침묵만이 약이었다. 그럼에도 정우성은, <무릎팍도사> 출연을 고집했다. 왜일까.

<무릎팍도사>에서 강호동을 앞에 둔 정우성은 할 말이 있어 보였다. 궁금증은 방송 끝 무렵에 풀렸다. 정우성이 용기를 내 <무릎팍도사>를 찾은 진짜 이유, 한 여자 때문이었다. 진심으로 사랑했던 옛 연인을 위해서였다. 그는 조심스럽게 운을 뗐다.

"이 이야기가 조심스러운 이유는 어떤 한 친구에 대한 오해를 풀어주고 싶은데 그 오해를 현명한 말과 현명한 단어로 잘 풀어드릴 수 있을까? 우려가 있어서 말하기가 어려운 것 같아요."

많은 대중이 알다시피 올해 4월, 정우성은 세상이 들썩거릴 스캔들을 겪었다. 한 여배우와 공개 연애를 했지만, 그 여배우가 과거 모 가수와 부부 관계였다는 사실이 밝혀지며 대중의 입에 오르내렸다. 여기에 여배우가 모 가수와 이혼 소송까지 진행 중이었다는 것이 알려지며 큰 논란으로 번졌다. 이 과정에서 결국 정우성은 연인과 이별을 경험해야 했다.

그로부터 8개월 여뒤, 정우성은 용기 있게 <무릎팍도사>에 모습을 드러냈다. 그런데 그가 가진 고민은 여태까지의 <무릎팍도사>, 혹은 <힐링캠프>나 <승승장구>에서 본 적 없었다. 자신이 아닌, 연인의 상처를 씻어주고 싶은 것이기 때문이다. 정우성은 말했다. '어떤 한 친구에 대한 오해를 풀어 주고 싶다'고.

비단 그 말을 꺼내기까지 얼마나 많이 고민하고, 또 얼마나 많이 갈등했을까. '현명한 단어'와 '현명한 말'을 언급하는 정우성의 말에서 오랜 고민과 갈등의 흔적이 엿보였다. 어쩌면 지난 8개월여 동안 수없이 계속해 왔을 고민일 것이다.

결국, 정우성은 용기를 냈다. 논란 만들기 좋아하는 세상에서, 그 누구도 쉽게 할 수 없는 결정을 했다. 그는 방송에 출연해 솔직한 마음을 전했다. 자신이 사랑했던 사람으로서, 당사자가 상처받았을 오해들을 조심스레 풀어나갔다

"어떤 사람이 과거를 애기 할 때, (연애) 3개월 접어든 상황에서 본인의 모든 걸 시시콜콜 얘기해요? (중략) 기회를 상실한 거죠. 사람 대 사람으로 보면 그 긴박한 상황에서 저에게 할 수 있는 모든 최선의 예절을 다 지킨 거죠.".

그동안 대중은 지레짐작했다. 마치 자신이 연애의 당사자인 양, 여자를 비난하고, 상처를 줬다. 과거가 있다는 이유로, 한 여성을 이 세상에 존재해서는 안 될 괴물로 만들어 버렸다. 이를 지켜보는 연인의 마음은 오죽했을까. 침묵 속에서 사랑하는 사람을 떠나보낸 연인의 상실감은 또 얼마나 컸을까.

한 남자는 결국 무모한 결정을 했다. 침묵이 아닌, 있는 그대로의 사실을 대중에게 전하는 결정이었다. 자신이 원하는 것만 보는 대중에게, 대중이 원하는 것만 쓰는 언론에, 정우성은 말했다.

"그 사람은 세상과 소통하고 싶은 사람이었어요. 너무 많은 것들이 막고 있었죠. (중략) 그 친구 연예계에 별로 친구도 없을걸요. (소문 탓에) 다들 멀리했으니까…. 제가 지금 얘기했던 것들로 오해가 풀리길 바라는데 너무 많은 상상을 하잖아요. (이 이야기들이) 직접 사람들에게 잘 전달이 될까요."

스타를 넘어, 한 명의 사람으로, 누군가의 연인으로 정우성이 전한 말은 듣는이의 고개를 끄덕여지게 했다. 방송을 보며 미안했다. 스타의 상처를 보듬어 주지 못하는 이 사회, 비난과 악플, 루머를 통해 하루가 멀다하고 누군가에게 상처를 주는 우리의 사회가 참 미안했다. '

"(연인과) 에펠탑에서 사진 찍었어요?"
"(에펠탑에서) 사진은 못 찍었어요. 찍어둘걸."

에펠탑에서 사진 찍었냐?'는 유세윤의 질문에, '찍어둘걸'이라고 답한 정우성의 말을 들으며 미안한 마음은 더욱 커졌다. '찍어둘 걸.' 그 말이 오래도록 필자의 가슴에 남았다. 스타의 행복했던 사랑을 과거형으로 만들어 버린 건 누구의 잘못일까? 비단 당사자들 만의 문제일까. 대중과 언론은 그 잘못에서 온전히 벗어날까?

6일, MBC <무릎팍도사> '정우성 편'은 우리 사회 광기에 대한 한 남자의 용기 있는 맞섬이었다. 그리고 상처 입은 연인에 대한 한 남자의 따뜻한 배려였다. 그리고 어쩌면 그것은 타의에 의해 끝나버린 사랑을, 다시 현재로 되돌리기 위한 '발악'인지도 모르겠다.

그 사랑은 참 무모했지만, 아름다웠다. 부디 배우 정우성이 전한 '진심'이, 시청자들에게 통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가진다. 그와 그가 사랑했던 연인을 향했던 대중의 날이 선 비난들이 이제는 응원의 말들로 변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무릎팍도사 정우성 강호동 이지아 유세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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