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박근혜, 민주통합당 문재인, 통합진보당 이정희 대선후보가 4일 서울 여의도 문화방송 스튜디오에서 방송토론을 앞두고 사진촬영를 하기위해 앞으로 나서고 있다.

새누리당 박근혜, 민주통합당 문재인, 통합진보당 이정희 대선후보가 4일 서울 여의도 문화방송 스튜디오에서 방송토론을 앞두고 사진촬영를 하기위해 앞으로 나서고 있다. ⓒ 사진공동취재단


이선필 (이하 '필') : 선배 지난 4일 대선후보토론회 봤어요? 정말 흥미진진했지요.
조경이 (이하 '조') : 봤어. 월드컵보다 박진감 넘치고 재미있더라. 이정희 후보의 날카롭고도 숨 쉴 틈 없는 박근혜 후보 몰아붙이기. 대박. 놀라웠어.
필 : 나라를 책임지겠다고 거품 물고 다들 나서는데, 이거 뭐 투표만 하는 것도 영 심심해요. 마침 요즘 개봉한 영화들 보면 단순한 재미만 추구하기보다 의미도 챙긴 작품들이 꽤 많은데 선거 전에 이런 영화들 보면서 뒤 좀 돌아보는 건 어떨까요?
조 : 그런 의미에서 우리가 '대선 전에 챙겨봐야 할 영화'를 지금 하고 있는 거 아니겠니? 영화도 보면서, 대선 후보들의 과거사를 다시 곱씹어볼 기회도 얻고 두루두루 좋은 듯하다.

 영화 <26년>에서 '그 사람'을 연기한 배우 장광

영화 <26년>에서 '그 사람'을 연기한 배우 장광 ⓒ 청어람


필 : 후후후. 전, 선배가 어떤 영화를 꼽을지 몹시 궁금하네요. 올해 감독으로 데뷔한 선배. 베니스 영화제와 부산국제영화제 등 두루 출품하신 안목으로 영화 하나 꼽아주시죠.
조 : 갑자기 뜬금없는 소개가 당황스럽구나. 난 월요일에 관객들과 함께 본 영화 <26년>을 꼽고 싶어. 영화의 메시지뿐만 아니라 배우들의 진심이 담긴 연기가 와 닿았어. 가슴 속에 다들 한가득 불꽃을 담고 있는 것 같은 진심이 스크린을 뚫고 나오더라고.
필 : 폭풍 눈물 쏟았나요?
조 : 눈물은 쏟지 않았는데, 당시에 직접 겪지 않아 무심했던 사건들에 '피해자는 평생 가슴에 한으로 남았고, 가해자는 그걸 또 모른 채 살아가는구나'를 느꼈지. 과거사는 과거로 끝나는 게 아니라 지금까지 이어져 내려오고 있는 거였어. 또 청산해야만 하는 일들은 청산해야겠다는 등 그런 여러 감정과 생각들이 들었어. 아직 살아 있는 사람들이 계속되는 역사 한가운데 있는 거였지. 무심했던 부분들을 다시 깨닫고 반성도 하고….

 영화 <26년>

영화 <26년> ⓒ 청어람


필 : 출연 배우들이 '기억에 대한 영화'라고 입을 모았고, <26년>의 제작과정 자체가 또 한 편의 영화잖아요. 4년간 여러 압력을 받기도 했고. 재미와 의미 면에서 둘 다 놓치지 않으려는 작품이기에 저도 공감합니다.
조 : 진구와 한혜진한테 박수를 보내주고 싶어. 특히 진구는 꽤 많은 작품을 했지만, 빛을 보지 못한 작품이 많은데 이 영화에서 그동안의 부진함을 싹 쓸어버린 거 같아. 열정과 진심이 버무려져서 정말 속 시원하게 연기를 펼쳤어. 한혜진은 <용서는 없다> 이후 2년 만에 주연을 맡았고 스크린에 잘 보이지 않았던 배우인데, 너무 똑 부러지게 잘 해내서 놀라웠어.

필 : 그렇군요. 두 분 다 호감! 전 보다 진중했던 <남영동 1985>를 꼽겠습니다. 개봉 이후에 상영관이 많이 줄어 아쉽긴 한데, 이것 역시 의미만 강조한 게 아닌 영화적 재미도 쏠쏠하거든요.
조 : <남영동>은 <부러진 화살>의 정지영 감독과 박원상 씨가 함께 했는데, 전작보다 더 임팩트와 전개가 좋았던 것 같아. <돈크라이 마미><MB의 추억><두개의 문> 등의 작품도 많은데 <남영동>을 특별히  꼽은 이유는 뭐야?

 <남영동1985> 스틸.

<남영동1985> 스틸. ⓒ 아우라 픽쳐스


필 : 우선 가장 최근 개봉작이기도 하고요. 동시에 그만큼 우리 사회에서 청산하지 못한 해묵은 과제를 짚고 있기도 하고요. 다른 영화들은 비교적 논의가 활발하게 일어났고, 일어나는 과정인데 1980년대 우리 사회의 또 다른 폭력에 대해선 케케묵은 이야기라며 꺼리잖아요. 영화적 재미, 그러니까 배우들의 연기와 장면 구성도 좋았고 의미 역시 둘 수 있는 작품이기에 추천!
조 : 그러게 말이야. 영화 속에서 고문기술자가 나오잖아. 그 고문기술자도 문제지만 그런 괴물을 만들어낸 정부가 더 지독한 거 같아. 박원상씨 연기를 보면서도, 끔찍한 고문을 어떻게 견뎌낼 수 있을까? 말로만 고문당했다가 아니라 수십 시간의 고문을 적나라하게 보여줘서 힘들기도 했어. 하지만 이것 역시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역사인 것은 분명한 듯해.

 <남영동1985> 스틸.

<남영동1985> 스틸. ⓒ 아우라 픽쳐스


필 : 보이지 않는 권력 앞에선 우리는 모두 그냥 사람일 뿐이니까요. 4억 5천만 원이라는 저예산으로 이런 영화를 만들어 낸 정지영 감독님의 뚝심도 인정해야 한다고 봐요. 대규모 자본이 들어간 상업영화들의 흥행과 함께 국내 영화를 힘 있게 하는 건 이런 저예산 영화들의 부활이니까요. 영화를 보면서 <패닉룸> <폰부스> 등 할리우드 영화와 비교해보는 재미도 있어요. 제한된 공간에서 매우 다양한 앵글로 상황을 담아낸 정지영 감독의 연출력에 감탄할 수 있는 부분이죠.
조 : 그러게 한정된 공간에서 2시간 동안 쉼 없이 관객들에게 충격을 전하니까요. 이번 영화로 박원상이라는 배우도 다시 날개를 달아 더 인정받고 비상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필 : 선거 전 볼 영화를 얘기하느라 그런지 저희 얘기도 진지해져 가네요. 영화보고 투표하면 딱이겠습니다. 개표방송 보면서 막걸리라도 한 잔 하실까요?
조 : 치사하자(치킨+사이다). 알면서 놀리냐?! '대선 전에 봐야할 영화'는 여기까지! '대선 후에 봐야 할 상콤한 영화'는 이언혁과 다음 주말에 맞춰서 써주도록!

26년 남영동 남영동 1985 한혜진 박원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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