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앳된 얼굴이었지만 연기만큼은 꽉 차 있었다. 1년에 10센티씩 커왔다고 말하던 배우 서영주는 큰 키만큼 연기 또한 무럭무럭 커 있었다.

영화 <쌍화점> 드라마 <패션왕> <가족사진> 등에서 서영주는 누군가의 아역이었다. 나이에 비해 성숙한 연기로 일찌감치 관계자들의 눈도장을 받아 여러 작품에 출연해왔던 그였다. 이런 가운데 영화 <범죄소년>은 서영주에겐 누군가의 아역이 아닌 말 그대로 서영주로서 영화를 끌고 나갔다. 그에겐 첫 주연작품이 된 셈이었다.

<범죄소년>이 무거운 영화? 오히려 따뜻한 영화다

우선 그에게 축하의 말을 건넸다. 마침 지난 10월 28일에 열렸던 제25회 도쿄국제영화제에서 최우수남우상을 받았기 때문이었다. 첫 주연작으로 국제영화제 상을 받은 데에 대해 그는 "지금껏 해왔던 작품들이 생각해서 울컥했다"는 소회를 전했다. 상을 받고 내려오면서 그만큼 여러 감정들이 교차했다고.

600대 1이라는 경쟁을 뚫고 영화에 합류하게 된 데에 서영주는 "이정현 누나가 절 계속 지지해주셨다고 들었다"며 연출을 맡은 강이관 감독에게 자신을 끊임없이 증명해 보이려 했던 당시를 전했다.

"감독님이 원했던 게 평범한 연기였어요. 제가 맡은 지구라는 학생이 불우한 환경에 여러 범죄를 저지르지만 결국 평범해지고 싶은 학생이었거든요. 그런데 어느 순간 제 자신이 스스로 특별해지려고 하는 거예요. 그걸 조절하는 게 가장 어려웠죠.

감독님 말씀도 주의했어요. 영화를 위해 실제로 소년원에 일주일 정도 있었거든요. 감독님이 잘 관찰해보라고 했어요. 흔히 불량학생이라 불리는 그들을 보면서 평소에 무얼 하고 노는지, 특징은 뭔지 말투까지도 일일이 적었죠. 근데 아무리 봐도 그냥 평범한 거예요. 제게 와서는 '우리도 영화에 나와요?, '무슨 영화에요? 우리도 보러 갈수도 있나요'라고 묻기도 했고요. 처음에 무서웠지만 알고 보니 그들 역시 굉장히 순수했어요."

 영화 <범죄소년>의 한 장면.

영화 <범죄소년>의 한 장면. ⓒ 영화사 남원


미혼모인 효승(이정현 분)이 자신이 버렸던 지구를 만나게 되면서 <범죄소년>은 진짜로 관객들에게 하고 싶었던 얘기를 전한다. 애초에 제목처럼 범죄만 일삼는 소년의 어두운 단면만 그리는 게 아니다. 제목을 보면 자칫 우리 사회의 우울한 단면을 그대로 보여주는 심각한 드라마로 생각하기 십상이다.

"전 이 영화가 무겁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소년에게 안 좋은 일 있어도 결국엔 엄마가 따뜻한 벽이 되잖아요. 수 없이 버려지는 경험을 한 소년이지만 결국은 희망을 안고 살아가요. 시나리오를 보면서도 만약 제가 부모님이 없는 학생이었다면 충분히 저지를 수도 있는 일들이었어요. 그래서 그만큼 더 영화에 출연을 하고 싶었죠."

 영화<범죄소년>에서 보호관찰중인 범죄소년 장지구 역의 배우 서영주가 14일 오후 서울 팔판동의 한 카페에서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영화<범죄소년>에서 보호관찰중인 범죄소년 장지구 역의 배우 서영주가 14일 오후 서울 팔판동의 한 카페에서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이정민


사춘기와 맞물렸던 촬영, "그래서 오히려 더 도움이 됐다"

영화 속 지구는 평소엔 순한 모습에 심성도 착하지만 자신이 분노하는 대상에 대해선 철저하게 베타적이다. 흔히 말하는 사춘기 소년의 전형을 보여준다. 그를 돌봐주는 부모가 없다는 게 유일한 차이점이다. 서영주 또래의 학생들이 자주 보이는 행동방식이기도 하다.

"처음엔 표현하기가 어려웠는데 지구 모습에 제 성격이 들어가니까. 맞는 거 같더라고요. 아 지구가 이런 상황에선 그런 감정이구나를 느껴갔죠. 제 성격하고 지구라는 캐릭터와 섞인 거죠. 제 입으로 이런 말하는 게 오글거리는데 (웃음) 뭔가에 책임을 지려는 모습과 의리 있는 모습이 영화 속 지구와 제 공통점인 거 같아요. 있는 거 같다. 

부모가 버리고 할아버지를 보살펴야 하니까 어쩔 수 없이 어른스러울 수밖에 없잖아요. 하지만 가끔은 애이고 싶었던 거예요. 사고를 치는 것도 그런 마음에서 나온 거라고 생각했고요. 사춘기요? 아마 이 캐릭터를 할 때. 사춘기였던 거 같아요. 영화 촬영이 끝나고 마음이 힘들었어요. 아무도 내게 관심을 안 가져주는 거 같아 서운했죠.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데 언젠가 촬영 팀에서 연락이 와서 함께 만나 뵈었어요. 그래서 꿍한 마음을 풀었죠(웃음)."

또래의 친구들처럼 서영주 역시 평소에 운동을 즐기는 학생이었다. 스트레스는 친구들과 축구를 하며 푼단다. 50미터를 6초대에 돌파할 만큼 준족이기도 하다. 놀 땐 여지없는 청소년이지만 함께 연기 호흡을 맞춘 배우 이정현에 대해 말할 땐 영락없는 주연배우였다.

"영화에서 저를 손으로 마구 때리는 장면 있죠? 그때 물론 저야 아팠죠. 근데 정현 선배님도 굉장히 아팠을 거예요. 그때 촬영이 한 번에 안 끝나고 여러 번 했어요. 정현 선배가 중국에 가서 사진을 보냈었는데 팔에 큰 멍이 들었고 부었더라고요. 전 진짜 놀랐어요. 온 힘을 다해 연기를 하신 거죠."


더 많은 사람들과 함께 호흡하고 싶다

한창 학교 수업으로 정신이 없을 서영주는 학교에 동아리 활동이 없어서 가장 아쉬워하는 학생 중 한 명이었다. 시간이 나는 날엔 친구들과 영화를 보러 다니거나 먹을 걸 먹으러 다닌다지만 정작 연극을 해보고 싶은 마음이 큰 경우였다. 서영주는 주 5일 수업이다 보니까 동아리 활동 시간이 줄었다며 요즘 학교 교육의 아쉬운 면을 꼬집기도 했다. 교육 당국은 학생들의 배울 권리를 여러 면으로 좀 고려해야겠다.

함께 연기하며 사람들과 호흡할 때 행복하다는 서영주는 이번 영화에서도 선배 배우인 이정현과 강이관 감독과의 호흡이 좋았다며 당시를 회상했다. 특히 촬영 중 강이관 감독이 그에게 남긴 말이 큰 자극이 되었다며 즉석에서 읊어보였다.

"감독님이 제게 하신 말이 이거였어요. '어떤 한 장면을 위해서라면 내 의견과 네 의견이 다르더라도 잘 조합을 해서 한 장면을 만들어야 한다. 그 한 장면이 사람을 울리거나 웃길 수 있기 때문이다'라고요. 다른 감독님들은 당신께서 원하시는 장면만 생각하시는데 강이관 감독님은 배우들의 의견을 들으면서 조합을 하셨어요. 그게 제겐 참 좋았어요.

서영주라는 배우를 관객들이 봤을 때 공감이 가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제가 웃으면 사람들도 웃고, 제가 울면 사람들도 우는 그런 배우요. 그러면서 좋은 분들과 계속 오래오래 경험을 만들고 싶어요."

제법 의젓하게 말하던 서영주는 "많은 사람들이 <범죄소년>을 꼭 봤으면 좋겠다"며 주연배우다운 멘트 또한 잊지 않았다. <범죄소년>을 우린 또 하나의 될 성 부른 나무를 얻었다.

 영화<범죄소년>에서 보호관찰중인 범죄소년 장지구 역의 배우 서영주가 14일 오후 서울 팔판동의 한 카페에서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영화<범죄소년>에서 보호관찰중인 범죄소년 장지구 역의 배우 서영주가 14일 오후 서울 팔판동의 한 카페에서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이정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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