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뷔 10주년을 맞아 네번째 앨범 < Time for Love >를 선보인 4인조 보컬그룹 노을이 22일 저녁 서울 서교동의 한 카페에서 오마이스타와 만났다. 이상곤, 나성호, 강균성, 전우성(왼쪽부터)이 건배를 하며 포즈를 취하고 있다.

데뷔 10주년을 맞아 네번째 앨범 < Time for Love >를 선보인 4인조 보컬그룹 노을이 22일 저녁 서울 서교동의 한 카페에서 오마이스타와 만났다. 이상곤, 나성호, 강균성, 전우성(왼쪽부터)이 건배를 하며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이정민


살면서 온전한 '내 편' 세 사람만 있으면 그 인생은 성공한 것이라는 말이 있다. 적어도 이 척도에 따른다면 네 남자의 인생은 성공한 셈이다. 든든한 벗이자 동료인 서로가 있기 때문이다. 하루도 빠짐없이 함께였던 것은 아니다. 그러나 5년의 공백기는 이들을 더욱 끈끈하게 했다. 2012년, 데뷔 10주년을 맞은 보컬그룹 노을(이상곤·전우성·나성호·강균성)을 만났다.

인터뷰에 앞서 콘셉트를 정했다. "데뷔 10년을 맞았지만 쑥스러워서 아직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는 이야기를 듣고 '10주년 서프라이즈 파티'를 기획한 것. 특별한 것은 없었다. 주인공인 네 사람이 특별했기 때문이다. 아늑한 카페에서 환하게 촛불을 밝힌 케이크와 함께 유쾌한 수다가 이어졌다. 2011년 오랜만에 돌아온 노을을 만난 적이 있지만, 네 남자가 이토록 즐거운 사람인 줄 그때는 미처 몰랐다. 덕분에 '광대 승천'할 뻔했다.

 데뷔 10주년을 맞아 네번째 앨범 < Time for Love >를 선보인 4인조 보컬그룹 노을이 22일 저녁 서울 서교동의 한 카페에서 오마이스타와 만났다. 이상곤, 나성호, 강균성, 전우성(왼쪽부터)이 10주년 기념 케이크 촛불을 끄고 있다.

데뷔 10주년을 맞아 네번째 앨범 < Time for Love >를 선보인 4인조 보컬그룹 노을이 22일 저녁 서울 서교동의 한 카페에서 오마이스타와 만났다. 이상곤, 나성호, 강균성, 전우성(왼쪽부터)이 10주년 기념 케이크 촛불을 끄고 있다. ⓒ 이정민


'희'-국외 촬영까지 가고도 재킷은 왜 흑백이었나

노을은 모바일 CF로 데뷔했다. 데뷔에 앞서 CF 촬영장으로 향했던 그들은 "벽을 타고 점프하느라 힘들었다. 밤샘 촬영도 처음이었다. 고생을 많이 했다"면서도 "되돌아보면 마냥 즐거웠던 것 같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첫 번째 키워드 '희'. 지난 10년 동안 가장 기뻤던 순간은 언제일까.

"데뷔 앨범을 낼 당시 재킷 사진을 촬영하러 보라카이에 갔었다. 비행기를 처음 타봤다.(웃음) 일하러 가지만 여행 같다는 느낌에 굉장히 설렜다. 밤에 물속에서 얼음땡도 하고."(전우성)

"감독님 중 한 분이 바다에서 안경을 잃어버렸다. 스태프와 우리가 밤바다를 뒤져서 결국 안경을 찾았다. 참 아이러니했던 것은 김중만 선생님이 '태양광 때문에 국외에서 찍는 게 더 좋을 것 같다'고 해서 거기까지 갔는데 다 흑백사진으로 찍었다. 심지어 표지는 청담동 스튜디오에서 찍은 걸로 나갔다. 그 이후로는 재킷 사진을 찍으러 국외에 간 적이 없다."(이상곤)

"난 다른 회사에서 2년 정도 연습생 생활을 하다 JYP엔터테인먼트 연습생 오디션을 봤다. 사실 그런 회사가 있는지도 몰랐는데 뭔가 느낌이 오더라. 그래서 노을의 마지막 멤버로 합류했다. 다른 곳에서는 내가 메인 보컬이었는데 노을은 한 명 한 명 색깔이 뚜렷하면서 노래를 잘하더라. 그런 멤버들을 보고 가장 기뻤다."(강균성)

"우리가 비주얼적으로 강하지 않아서 얼굴이 좀 잘생긴 멤버로 뽑으려 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래서 노래는 별로이겠거니 생각했는데 (강)균성이는 얼굴도 잘생기고 노래도 잘하더라. 균성이가 기뻤던 것처럼 우리도 기뻤다. 사실 잘생겼는데 노래까지 잘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이상곤)

 데뷔 10주년을 맞아 네번째 앨범 < Time for Love >를 선보인 4인조 보컬그룹 노을이 22일 저녁 서울 서교동의 한 카페에서 오마이스타와 만났다. 강균성이 질문에 답하며 자신의 음악세계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노을의 강균성 ⓒ 이정민


'로'-당사자도 몰랐던 해체설, 진원지는 어디였을까

앞서 언급했던 국외 재킷 촬영에서 전우성은 물갈이를 단단히 했다. 망고 주스를 마시고 며칠 동안 고열과 배탈에 시달린 것. "촌병"이라고 너스레를 떤 전우성은 "선천적으로 장이 안 좋은 편인데 이제는 국외를 좀 다녀서 괜찮다"고 전했다. 지난 10년 동안 노을이 가장 노여웠던 순간은 언제였을까.

"3집 활동을 끝내고 해체라는 소식을 기사로 접했다. 당사자인데 우리도 모르게 '해체'라고 알려졌을 때, 사실 조금은 부글부글했다. 이후 2007년에 내가 솔로 앨범을 내고 많이 해명했다. '언제 앨범을 다시 선보일지 정확히 모르겠지만 해체는 아니'라고 말했다. 다행히 그때 팬들이 힘을 얻었던 것 같다. 2008년 솔로 콘서트에 멤버들이 게스트로 와서 노래를 함께하기도 했고."(강균성)

"해체 선언을 한 적도 없고, 나와 (전)우성이는 영장이 나와 입대해야 하는 상황에서 추측 기사가 나간 것 같다. 해체라는 언급 자체는 회사에서 한 것이 아니고 우리가 한 것도 아니라서 싫었다. 그때 성호가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을 거다. 뮤지컬을 하고 싶어서 다른 회사와 계약해서 준비했는데 '나성호가 뮤지컬 하려고 팀을 이탈했다'는 소문이 잠깐 돌아서. 많이 안타까웠다."(이상곤)

"솔직히 스트레스받았다. 사실이 아니니까. 황당했다. '전부 너였다' 활동이 끝날 때쯤 뮤지컬을 하고 싶어서 직접 원서를 쓰고 오디션을 봐 역할을 따냈다. 혼자 뭔가를 하는 게 처음이라서 그랬나 보다. 그때는 미래를 기약할 수 없는 상황이었으니까 답답하긴 하지만 나중에 얘기하려고 했다. 만약 그때 꾸준히 활동했다면 일본 진출도 했을 텐데. 사실 그게 가장 속상했다."(나성호)

"균성이 솔로 콘서트에서 했던 얘기가 기억난다. '4명이다 각자 1명씩이 됐으니 25%가 됐다고 생각한다. 나중에 시간이 흘러서 개인 활동을 하면서 100%가 되었을 때 다시 뭉치면 400%가 될 것이다. 그 모습으로 다시 서겠다'고. 지금 우리가 400%라고 말하긴 뭐하지만 그 바람이 어느 정도는 이뤄지지 않았나 생각한다."(이상곤)

 데뷔 10주년을 맞아 네번째 앨범 < Time for Love >를 선보인 4인조 보컬그룹 노을이 22일 저녁 서울 서교동의 한 카페에서 오마이스타와 만났다. 이상곤이 질문에 답하며 자신들의 음악세계를 이야기해주고 있다.

노을의 이상곤 ⓒ 이정민


'애'-후배 가수들과 유대관계 있었으면 좋겠다

억지로 붙잡을 수 없는 게 바로 시간이다. 그렇기 때문에 가는 세월을 한탄하기보다 어차피 흐르는 시간을 어떻게 하면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을지 고민하는 게 더욱 현명한 행보다. 네 사람이 처음부터 끈끈했던 건 아니다. 시간이 쌓이고 경험과 추억이 쌓이면서 더욱 단단해졌다. 데뷔 11년 차를 바라보는 선배 가수 노을은 함께 활동하는 후배들에 대한 우려를 나타내기도 했다.

"요즘 아이돌 분들을 보면 각자 의견이 다 다르다. 마음에 맞는 이들을 직접 택하는 게 아니라 회사에서 만들어주는 거니까 활동하면서 많이 부딪힐 것 같다. 다른 그룹이었던 적은 없지만 때론 아이돌 분들이 걱정되기도 한다. 멤버가 많으면 추구하는 방향이 다 같을 수 없을 테니 장수하긴 힘들지 않을까 싶다."(이상곤)

"이제는 인간적인 유대 관계가 생겼지만, 우리는 처음부터 노래라는 방향을 갖고 만났다. 그리는 모습이 같다 보니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노래다. 그래서 다른 모습은 부차적인 게 되었다. 구심점 자체가 뮤지션으로 노래하는 사람으로서의 뿌리가 있으니까. 나중에 뭘 하더라도 기본적으로 노래하면서 다른 것도 할 수 있는 거다. 그게 다 맞아서 시작했고."(나성호)

"난 연습생 때 다른 팀에 있었다. 사람이기 때문에 이기적일 수밖에 없는데 끊임없이 배려해야 하는 것 같다. 난 후배 가수들과 연결고리가 좀 있었으면 좋겠다. 유대관계랄까. 후배들이 고충을 털어놓으면 선배로서 도움이 될만한 것을 얘기해주고 싶다. 그래서 대기실에서 만나면 최대한 친근하게 다가가려고 한다. 하지만 그 친구들이 바빠서…"(강균성)

"지난해부터 다시 활동을 시작한 지 딱 1년인데 그때 등장했던 신인이 요즘은 안 보인다. 그런 팀이 엄청나게 많더라. 잘되면 계속 가겠지만 일회성으로 끝나는 게 안타깝다."(이상곤)

"우리는 H.O.T, S.E.S, 핑클 세대다. 하지만 요즘 아이돌은 정말 많다. 숫자가 많아지니까 개성을 찾는 데도 한계가 있다. 한 그룹이 잘되면 비슷한 장르의 신인이 많아졌다 금세 사라지고. 잘나가던 연예인들도 인기가 떨어지면 우울증에 걸린다는데 진로를 잘 선택해야 할 10대 사춘기 시기에 저걸 감당할 수 있을까 싶기도 하다. 내 조카 정도 나이라 남 일 같지 않다."(나성호)

 데뷔 10주년을 맞아 네번째 앨범 < Time for Love >를 선보인 4인조 보컬그룹 노을이 22일 저녁 서울 서교동의 한 카페에서 오마이스타와 만났다. 나성호가 질문에 답하며 10주년을 맞은 소감을 전하고 있다.

노을의 나성호 ⓒ 이정민


'락'-5년 공백 딛고 돌아오기까지...'평생 노래하라'

노을은 카투사로 군 복무하며 영어를, 아침마다 학원에 다니며 일본어를 마스터했다는 나성호를 필두로 활발한 국외 활동을 꿈꾼다. "공연을 위해 태어나서 두 번째로 일본에 갔는데 현지인 같아 관객들이 깜짝 놀라더라"는 멤버들의 '자랑'도 이어졌다. 반면 멤버들은 "강균성이 일상에서는 조권 곱하기 100만큼 웃긴데, 카메라 앞에 서면 착해진다"고 폭로하기도 했다. 마지막으로 노을에게 물었다. 가장 즐거운 순간은 언제였느냐고.

"2011년 다시 앨범을 냈을 때. 4년 활동하고 5년을 쉬었다. '컴백하면 누가 우리를 알까' 싶었다. 활동을 쉰 2007년부터 가요계 판도가 아이돌 중심이 되어서 어떻게 다시 시작해야 하나 걱정이 많았다. 하지만 '그리워 그리워'가 처음으로 음원차트 1위를 했다. 데뷔해서 지금까지 가장 성적이 좋았다. 진심으로 감사했다. 같은 시기에 데뷔했던 가수들은 이미 전성기를 지났는데 우리는 처음으로 시상식에 갔고, 상도 받았고. 무려 '올해의 발견'이었다."(이상곤)

"작년에 오랜만에 했던 콘서트도 좋았다. 멤버들도 그렇겠지만 난 공연할 때 정말 즐겁다. 관객과 직접 눈을 마주치고 호흡하면서 기를 받고 전달하는 게 정말 좋다. 슬픈 노래를 부르며 교감을 주고받을 때도 좋지만 내 안에 흥이 되게 많다. 뛰고 미치는 시간이 항상 있는데 정말 행복하다."(강균성)

"그러고 보니 2집 마무리할 때 대학로에서 처음으로 열었던 콘서트도 기억난다. 그때의 즐거움을 잊을 수가 없다. 200여 석 되는 자리에 300명 정도가 비집고 들어와서 계단에도 앉았다. 뛰어다니기도 힘들 정도였다. 우리는 항상 발라드만 부르니까 관객과 뛰면서 호흡할 기회가 많지 않다. 하지만 그때는 객석을 마구 파헤쳤다. 모든 공연이 즐겁지만, 가장 잊을 수 없는 공연이었던 것 같다."(이상곤)

 데뷔 10주년을 맞아 네번째 앨범 < Time for Love >를 선보인 4인조 보컬그룹 노을이 22일 저녁 서울 서교동의 한 카페에서 오마이스타와 만났다. 전우성이 10주년을 맞은 자신들의 이야기를 해주며 질문에 답하고 있다.

노을의 전우성 ⓒ 이정민


"난 주어진 삶에서 최대한 즐거움을 느끼려는 스타일이다. 멤버들과 같이 노래하고, 이렇게 인터뷰하는 게 좋다. 오랜 시간이 지나도 지금처럼 활동하고 싶다. 어떤 인기를 어떻게 얻을지는 모르겠지만 노래하고 있었으면 좋겠다."(전우성)

인생 전체를 놓고 보면 짧을 수 있지만, 유독 변화가 빠른 가요계임을 고려한다면 노을의 '데뷔 10주년'은 큰 의미가 있다. '10년의 희로애락'을 되짚은 이 인터뷰는 일종의 '중간 점검'이다. 지난 시간을 되돌아봤으니 이젠 앞으로 10년을 계획할 일만 남았다. 그게 노을이라서, 대중을 웃고 울게 하는 네 남자라서 더욱 기대된다.

노을 강균성 나성호 이상곤 전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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