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반전, 인천 MF 남준재의 오른발 돌려차기가 전남 골문으로 날아가는 순간!

전반전, 인천 MF 남준재의 오른발 돌려차기가 전남 골문으로 날아가는 순간! ⓒ 심재철


강등권을 벗어나기 위한 방문 팀의 몸부림은 처절함이 느껴질 정도였다. 그러나 승점 3점을 따내고자 하는 뜻은 두 팀 모두 이루지 못했다. 비록 득점없이 끝난 경기였지만 보기 드물 정도로 박진감 넘치는 공격 전개가 인상적이었다.

김봉길 감독이 이끌고 있는 인천 유나이티드 FC는 11일 낮 3시 인천 축구전용경기장에서 열린 2012 K리그 39라운드 전남 드래곤즈와의 안방 경기에서 득점 없이 비겼다. 이로써 인천은 15경기 무패(10승 5무) 기록을 이어가며 B그룹 선두(9위) 자리를 굳힐 수 있게 되었다.

골대만 세 차례 흔들려

경기 시작 후 몇 분 동안은 방문 팀의 상징인 노란색 물결이 몰아쳤다. 대전과 강원 사이에서 불안한 13위를 달리고 있는 전남이기에 강등권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한 몸부림이 느껴졌다.

주장으로서 팀의 중원을 책임지고 있는 이현승과 압박 능력이 좋은 박선용이 인천의 가운데를 휘젓고 다닌 것. 성남 천마와의 방문 경기(11월 3일, 성남 1-2 인천)에서 경고 누적 퇴장 징계로 빠진 김남일의 빈 자리가 느껴지는 인천 유나이티드였다.

그러나 인천 유나이티드 선수들은 곧바로 정신을 차리며 침착하게 대응했다. 일찌감치 강등권을 벗어나 스플릿 B그룹 선두를 질주하고 있기 때문에 여유로움마저 느낄 수 있었다. 역시 해법은 측면에서 뛰는 공격형 미드필더를 잘 활용하는 일이었다.

왼쪽에서 주로 움직이는 공격형 미드필더 남준재의 돌려차기(13분)와 오른쪽 측면에서 뛰는 한교원의 헤더(16분)가 경기장 분위기를 뜨겁게 만들기 시작했다. 비가 그친 뒤에 불어오는 매서운 칼바람도 잠시 숨을 죽이는 순간이었다.

 후반전, 인천 FW 설기현의 볼 트래핑 순간

후반전, 인천 FW 설기현의 볼 트래핑 순간 ⓒ 심재철


뜨거워진 경기장 분위기는 골대를 때리는 강슛들로 더욱 달아올랐다. 그 릴레이의 시작은 인천 쪽이었다. 24분, 인천의 멋진 역습 전개가 돋보였다. 그 공은 인천의 오른쪽 미드필더 한교원의 발 앞에 정확하게 떨어졌고 벌칙구역 밖에서 과감한 중거리슛이 터져나왔다. 하지만 한교원의 발끝을 떠난 공은 야속하게도 전남의 골문 오른쪽 기둥을 때리고 나갔다.

후반전이 시작되면서 방문 팀 전남의 하석주 감독은 가운데 수비수 코니를 맨 앞으로 끌어올려 높은 공 싸움을 걸기 시작했다. 그야말로 벼랑끝 전술을 택한 것이었다. 이로 인해 인천의 수비진이 잠시 주춤한 틈을 타 공영선이 뛰는 왼쪽 측면 공격이 먹혀들기 시작했다.

52분, 전남에게 결정적인 득점 기회가 찾아왔다. 왼쪽 측면 공격을 통해 가운데 미드필더 이현승에게 기회가 찾아왔고 그는 달려들며 회심의 왼발 슛을 날렸다. 하지만 운 나쁘게도 공은 크로스바를 때리고 튀어나왔다.

 후반전, 전남 MF 이현승의 받아차기가 인천 골문을 향해 날아가고 있다.

후반전, 전남 MF 이현승의 받아차기가 인천 골문을 향해 날아가고 있다. ⓒ 심재철


이후에도 관중석의 탄식은 더 이어졌다. 반대편 전남의 골문 앞이 어지러운 틈을 타 인천의 간판 골잡이 설기현이 반 박자 빠른 슛을 골문으로 보냈다. 이운재가 지키고 있는 전남의 골문은 이 기습적인 슛에 무방비 상태가 되었지만 이것 역시 아깝게도 왼쪽 기둥을 때리고 나갔다. 축구의 상징인 11이라는 숫자가 겹친 날, 어느 한 쪽으로도 기울지 않는 팽팽한 균형의 추가 느껴질 정도였다.

인천 유나이티드가 이어가는 두 개의 기록

동료들을 믿고 빈 곳을 찾아 부지런히 움직이는 유기적인 조직력은 이제 인천 유나이티드의 팀 컬러로 굳어졌다. 상대 팀의 압박이 거세게 몰려와도 공 간수 능력과 짧은 패스에 대한 자신감은 그리 어렵지 않게 공격 방향을 바꿔주곤 했다. 시즌을 치르는 동안 감독이 갑작스럽게 바뀌는 홍역을 치른 팀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을 정도다. 무패 기록을 신나게 갈아치우고 있는 이유는 바로 동료들을 향한 '믿음'과 개개인의 마음 속에 자리잡은 '자신감'이었다.

후반전 중반, 양 팀 감독은 선수 교체를 통해 짜릿한 결승골을 주문하기 시작했다. 먼저 하석주 감독은 공격수로 변신한 코니와 짝을 이룰 적임자를 이종호에서 심동운으로 바꿨다. 그리고 곧이어 이현승을 빼고 이슬찬을 들여보내며 오른쪽 측면에 서 있던 김영욱을 가운데로 보냈다.

이에 인천의 김봉길 감독은 남준재와 설기현을 차례로 불러들이면서 박준태와 소콜에게 희망을 걸었다. 전반전에 오른쪽 측면에 치중했던 공격의 줄기를 왼쪽으로 바꾸는 시도나 다름없었다. 이 판단은 종료 직전에 거짓말같은 결승골 분위기를 만들어냈다. 선수들이나 관중들이나 모두 놀라서 뒤로 자빠질 뻔했다.

 종료 직전 인천 공격수 소콜이 왼쪽 끝줄 바로 앞에서 결정적인 패스를 이어주고 있다.

종료 직전 인천 공격수 소콜이 왼쪽 끝줄 바로 앞에서 결정적인 패스를 이어주고 있다. ⓒ 심재철


설기현 대신 들어온 알바니아 출신 골잡이 소콜이 왼쪽 끝줄 앞까지 멋지게 파고 들어가 결정적인 패스를 밀어주었다. 후반전 추가 시간이 거의 끝날 순간이었기 때문에 관중들의 엉덩이는 당연히 들썩거릴 수밖에 없었다.

더구나 이 공은 교체로 들어온 박준태와 정혁이 나란히 달려들어가고 있는 곳을 향해 제대로 굴러왔다. 누가 봐도 빈 골문이나 다름없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결과는 뜻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 하필이면 박준태가 발 안쪽으로 밀어찬 공이 왼쪽으로 몸을 내던진 전남 문지기 이운재의 선방에 막힌 것. 결과론이지만 위력적인 인스텝 슛을 왜 시도하지 않았는지 이해하기 힘든 순간이었다.

이후 양 팀 선수들은 지쳐 쓰러졌고 인천의 홈 팬들도 그 아쉬움에 뒤로 자빠질 정도였다. 곧바로 우상일 주심의 종료 휘슬이 울렸다. 최근 2년간 여섯 번의 맞대결에서 겨우 3골(인천 2득점, 전남 1득점)밖에 터지지 않은 이유가 또 한 번 입증된 무득점 경기였다.

 소콜의 패스를 받은 인천 MF 박준태가 전남의 골문을 향해 달려들어가며 슛 동작은 준비하고 있다.

소콜의 패스를 받은 인천 MF 박준태가 전남의 골문을 향해 달려들어가며 슛 동작은 준비하고 있다. ⓒ 심재철


이로써 인천은 최근 15경기 연속 무패(10승 5무) 기록과 안방 경기 15경기 연속 무패(8승 7무) 기록을 힘차게 이어가게 되었다. 아무리 상위 8팀, 하위 8팀의 일정이 나뉜 뒤라지만 59점(15승 14무 10패 39득점 35실점)이라는 승점은 리그 5위 울산과 맞먹는 것이어서 인천 유나이티드 팬들에게 큰 희망가를 들려주고 있는 셈이다.

이제 인천 선수들은 일주일 뒤 시즌 마지막 안방 경기로 대전과의 맞대결을 준비하게 된다. 12위 대전도 강등권 탈출까지 살얼음 위를 걷고 있는 중이어서 양보 없는 한판 승부가 펼쳐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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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2012 K리그 39라운드 인천 경기 결과, 11월 11일 낮 3시 인천 축구전용경기장

★ 인천 유나이티드 FC 0-0 전남 드래곤즈

◎ 인천 선수들
FW : 설기현(75분↔소콜)
AMF : 남준재(71분↔박준태), 이보(89분↔정혁), 한교원
DMF : 문상윤, 구본상
DF : 박태민, 이윤표, 정인환, 이규로
GK : 유현

◎ 전남 선수들
FW : 이종호(63분↔심동운)
AMF : 공영선, 이현승(78분↔이슬찬), 박선용, 김영욱
DMF : 김동철
DF : 홍진기, 정준연, 코니, 이상호
GK : 이운재

◇ 스플릿 B그룹 순위
9위 인천 59점 15승 14무 10패 39득점 35실점 +4
10위 대구 53점 14승 11무 14패 47득점 51실점 -4
11위 성남 49점 13승 10무 16패 42득점 47실점 -5
12위 대전 43점 11승 10무 18패 41득점 62실점 -21
13위 전남 41점 9승 14무 16패 37득점 56실점 -19
14위 강원 39점 11승 6무 22패 48득점 62실점 -14
--------------------------------------------- 강등권 커트 라인
15위 광주 37점 8승 13무 18패 50득점 60실점 -10
16위 상주 27점 7승 6무 26패 29득점 64실점 -35
축구 설기현 박준태 인천 유나이티드 FC K리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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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대인고등학교에서 교사로 일합니다. 축구 이야기, 교육 현장의 이야기를 여러분과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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