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기사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올 겨울을 따뜻한 늑대털로 감싸주는 <늑대소년>의 흥행세가 거침 없다. 특히 수능 이후 예매율이 높아졌을 만큼, 10대와 20대 커플 관객들이 가장 큰 관심을 보이는 영화인 듯하다. 그래서 준비했다. 사귄지 얼마 안 돼 아직 손 한번 못잡아본 초보 커플 관객들을 위해, <늑대소년> 보며 어느 장면에서 손 잡으면 좋은지 귀뜸해 드리겠다.

이 영화의 주제가로, 박보영이 부른 '나의 왕자님' 가사에도 '고마워요 내 손 잡아줘서'라는 대목이 있다. 그렇다. 이 영화는 아예 커플 관객이 손을 잡을 운명에 처해있는 작품인 것이다. 손 잡는 걸 이상하게 생각하지 말자. 물론, 아직 연애 초보라 이 글을 보고서도 다섯번 다 잡을 용기가 안나는 커플들은 무리하지 말고 한 두번만 잡아도 된다. 이미 영화를 보는 내내 손을 잡을 수 있는 관록의 커플이라면, 이 기사를 보며 그저 웃어주시면 된다.

 <늑대소년> 스틸.

<늑대소년> 스틸. ⓒ (주)영화사 비단길


첫 번째 포인트 - 철수의 첫 등장 신 

야밤에 우울하기 짝이 없는 일기를 쓰다 울며 잠드려는 순이(박보영 분). 어디선가 이상한 소리가 들려온다. 사실 대부분은 못 듣는 소린데 밤귀가 밝은 순이는 들었다. (외로워서 들린 것일게다. 불쌍한 순이!) 이어서 동생과 어머니를 깨워보려 하지만 두 사람 다 수면 삼매경에 빠져 있다시피 하다.

결국 집밖으로 혼자 나가는 순이. 여기서부터 커플 관객은 첫 손잡기 준비에 돌입할 수 있다. 어둑어둑한 창고를 무서워 하면서도 찾아 들어가는 순이의 모습은 공포 영화를 방불케 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문이 열리면서 철수(송중기 분)가 처음으로 보여질때. 그때 커플 관객이 손잡기 딱 적당한 타이밍인 것이다.

두 번째 포인트 - 철수의 첫 탈바꿈 신

이후 영화는 연신 밝은 분위기라 손잡기가 좀 어색하다. 그러다 다시 기회는 찾아오게 되는데, 바로 철수의 첫 늑대인간 변신 신이 그것이다. 밤에 갑자기 찾아온 지태(유연석 분)와 그 일당들. 그들이 순이에게 해코지를 하려는 신이기 때문에 커플남의 경우 커플녀의 손을 잡는 명분이 충분하다. 커플녀가 두려움을 느끼는 장면일 수 있기 떄문이다.

또한 철수가 순이에게 발견된 이후 처음으로 늑대인간으로 탈바꿈 되는 신이기 때문에 더욱 손잡기가 필수다. 철수의 탈바꿈된 모습은 꽤나 혐오스럽게 보일수도 있다. 여기서 손을 잡고, 이후 경찰서에 다같이 가는 신에서 손을 살포시 내려놓으면 될 것 같다.

 <늑대소년> 스틸.

<늑대소년> 스틸. ⓒ (주)영화사 비단길


세 번째 포인트 - 지태와 철수가 단둘이 만나는 신 + 지태가 죽는 신

철수가 고초 끝에 독방에 갇힌 뒤, 지태는 철수를 혼자 찾아온다. 그리고는 그동안 자신이 미안했다며 거짓말을 하고, 철수의 편인척 연기를 하는 신이 있다. 이 신 역시 손잡기 나쁘지 않다. 지태의 모습이 꽤나 기분 나쁜 인상을 주기 때문에, 사랑하는 사람이 손을 잡아주면 그만큼 위안이 될 수 있어서다.

이후 철수가 기타를 찾아 헤매다, 결국 그게 지태의 계략임을 알게 된다. 한심한 지태는 철수에게 한번 당한 적이 있음에도 또다시 철수 앞에서 순이에게 폭력을 쓴다. 아예 순이를 여러번 발로 차는 지태. 그런 그를 어찌 그냥 두고 있겠는가. 철수는 또 한 번 늑대인간으로 변한다. 그리고는 지태를 물어뜯는다. 이 신은 마치 흡혈귀가 나오는 호러물 같기 때문에 커플 관객은 다시금 손을 잡을 수 있을 듯하다.

네 번째 포인트 - 순이가 철수의 따귀를 때리는 신

어른들을 피해 둘만의 장소로 도망치는 순이와 철수. 순이는 철수에게 '나는 네가 괴물이어도 괜찮아'고 말하고는 폐병 때문에 잠들게 된다. 여기서부터 워낙 슬픈 정서가 자리잡기 때문에 이때부터 영화가 끝날 때까지 손을 잡고 있어도 되지만, 그 정도까지 못하겠다면 일단 순이가 잠들었다가 깨서 철수와 단둘이 있다가 억지로 이별하는 신에서 손을 잡도록 하자.

<늑대소년>의 가장 슬픈 장면 중 하나인 이 장면에서, 순이는 철수에게 꺼지라는 말과 함께 따귀를 때린다. 물론 순이는 진심으로 철수에게 가버리라고 하는게 아니다. 따귀를 때려놓고도 곧바로 미안하다며 눈물을 흘리는 순이의 모습과 철수가 영화에서 처음으로 제대로 된 대사("가지마..")를 하고, 처음으로 눈물을 '또르르' 흘리는 신. 그 슬픈 분위기엔 적어도 순이가 그 신에서 사라질 때까지는 손을 꼬옥 잡고 있어도 될 것 같다.

 <늑대소년> 스틸.

<늑대소년> 스틸. ⓒ (주)영화사 비단길


다섯 번째 포인트 - 어른 순이와 철수가 만나는 신

결말에서 어른 순이는 철수와 만나게 된다. 이 신이 <늑대소년>을 보는 객석에서 가장 눈물이 많이 터지는 부분이다. 어른 순이는 철수를 끌어안고, 눈물을 흘리며, 미안하다 사과한다.

철수는 어른 순이에게 말한다. 당신은 47년전이나 지금이나 똑같이 예쁘다고. 많이 보고 싶었다고. 조금의 원망도 없는 표정으로 그렇게 순이를 위로하는 철수. 이쯤 되면 영화를 많이 몰입해서 본 일부 관객들은 소리 내어 울기 시작한다. 다른 관객들도 진한 감동과 슬픔을 느끼게 된다. 여기서 커플이라면 손을 안 잡을수 없다.

늑대소년 송중기 박보영 유연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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