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데미지>(1992)의 무삭제 디지털 리마스터링 '완전판'이 1일 전 세계 최초로 국내에서 개봉했다.

영화 <데미지>(1992)의 무삭제 디지털 리마스터링 '완전판'이 1일 전 세계 최초로 국내에서 개봉했다. ⓒ Studio Canal


상처를 뜻하는 영화 제목과 첫 장면만 봐도 <데미지>에서 어둠이 느껴졌다. 파티에서 스티븐(제레미 아이언스 분)이 동료를 두고 먼저 집에 갔더라면, 그곳에서 안나(줄리엣 비노쉬 분)와 눈을 맞추지 않았더라면 모두가 불행하지 않을 수 있었을까. 그랬더라도 스티븐과 안나는 만나게 되었을 것이다.

안나는 스티븐의 아들, 마틴의 여자 친구다. 그것도 서로 많이 사랑하는 사이. 그런 걸 알 리 없는 스티븐을 안나는 지긋이 바라본다. 스티븐과 안나의 밀회가 이어지며, 안나와 마틴 사이도 점점 가까워진다. 영화의 서스펜스는 절정에서 나타나지만, 그전부터 차곡차곡 쌓아가는 복선들이 짜임새 있다. 특히 여러 번 보이는 스티븐과 안나의 정사신은 도저히 폄하할 수 없게 연출되어 있다.

"헤어지면 금방 보고 싶어져"
"많이 안 봐서 그래요"

 <데미지>는 아들의 연인을 사랑하게 된다는 파격적인 소재를 담고 있다.

<데미지>는 아들의 연인을 사랑하게 된다는 파격적인 소재를 담고 있다. ⓒ Studio Canal


서로의 몸을 느끼는 두 사람에게서 진심어린 무언가가 납득되기 때문이다. 제레미 아이언스와 줄리엣 비노쉬의 호연을 다시금 칭찬할 수밖에 없다. 두 사람은 연애하며 있을 수 있는 관념적인 감정들을 몸으로 충분히 표현해냈다. 본능적이고, 현명하게 해석된 정사신은 감탄을 자아낼 정도다.

비록 두 사람의 진심이 납득되지 않는 시점부터 정사신의 아름다움은 줄어들지만, 멜로 영화에서의 정사신은 몸의 움직임 하나하나에도 스토리와 감정이 묻어나야 한다는 걸 보여준다. 

이 영화는 연인과 그에 관계된 가족의 이야기까지 부족함 없이 존재하는 잘 만든 멜로드라마다. 스티븐과 스티븐의 가족들, 그리고 마틴과 안나의 관계들이 서로 유기적이라 관객으로서 흡족하게 영화를 볼 수 있었다.

또한 적당한 유머가 삽입되어 있다. 스티븐이 안나와 단둘이 만나는 걸 어린 딸에게 들킨 후에 변명을 늘어놓는 장면이 특히 재밌다. 딸은 그저 남자친구와 잘 안 풀려서 마음이 상했던 것뿐인데.

 <데미지>에서는 앳된 모습의 줄리엣 비노쉬를 볼 수 있다.

<데미지>에서는 앳된 모습의 줄리엣 비노쉬를 볼 수 있다. ⓒ Studio Canal


20년 전 영화 <데미지>(1992)는 다소 지루한 감이 있지만, 요즘 나오는 그저 그런 멜로 영화보다 못하지 않다. 각본과 연출, 연기에 깊이가 있기 때문이다. 스티븐이 "사랑이란 알 수 없는 무언가를 깨닫게 해주고, 그래서 굴복하게 된다"고 말했듯이 이 영화가 지닌 알 수 없는 매력은 영화를 이해할 수 있게 해준다.

이번에 개봉한 <데미지> 완전판은 20주년을 맞이해 무삭제 디지털 리마스터링 버전으로 제작됐다. 아들의 연인을 사랑하게 된다는 파격적인 소재를 담고 있다.

덧붙이는 글 영화 <데미지> 상영시간 111분. 11월 1일 개봉. 청소년 관람불가.
데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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