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한남자> 16회에서 서은기가 사건의 기억을 떠올리는 장면

<착한남자> 16회에서 서은기가 사건의 기억을 떠올리는 장면 ⓒ KBS


KBS 2TV 수목드라마 <착한남자>가 보여주는 파격에는 극점으로 치닫는 강마루(송중기 분)의 행동과 균형추를 맞추며 동시에 그를 능가하는 행동으로서 급격한 사랑을 폭발시키는 서은기(문채원 분)가 있다. 

서은기는 터널 안에서 마주 오는 강마루의 차를 향해 돌진하는데, 이는 강마루가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다는 것을 듣고 죽음을 결심하는 장면이다. 이 장면은 사실상 <착한남자>의 절정이자 결말이다. 이 사고로 기억을 잃은 서은기는 강마루의 보살핌을 통해 조금씩 기억을 되찾아간다. 서은기의 기억상실, 그 중심에는 터널에서의 기억이 있다. 사랑을 짓밟은 강마루를 죽이고, 자신도 죽고자 했던 극단적인 순간의 기억 말이다.

서은기의 모습은 비운의 독일 작가 하인리히 폰 클라이스트의 <펜테질리아>를 연상케 한다. <펜테질리아>는 트로이 전쟁을 배경으로 아마존 여왕 펜테질리아와 적장 아킬레우스의 사랑을 그린 작품이다. 펜테질레아는 자신이 아킬레우스에게 배반당한 것으로 오인하고 그를 처참하게 살해하는데, 이후 자신의 실수를 깨닫고 아킬레우스의 뒤를 따른다.

시청자는 서은기의 기억이 다시 돌아와 두 사람이 사랑할 수 있는 순간이 오길 기다리지만, 이런 삶은 실현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죽음을 외면하는 강마루와 사랑의 상처 후 곧바로 죽음을 향해 돌진한 서은기의 극단적인 모습에 이미 결말의 징후가 드러났기 때문이다. 또 서은기의 기억이 깨어난다는 것은 사랑하던 사람을 죽이고자 하는 분노의 감정 또한 다시 시작된다는 것을 뜻하기에.

ⓒ KBS


<착한남자>의 매력은 또 다른 존재를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버리며 극점으로 치닫는 착한 남자 강마루와 재수 없지만 매력적인 여자 서은기에 있다. 특히 서은기는 '신데렐라와 왕자'라는 도식 하에 진행되던 이전의 한국 드라마에서 스스로를 개척해가며 남의 이목에 크게 구애받지 않는 주체적인 캐릭터다.

서은기는 남자 주인공과 여자 주인공이 '사랑을 이룬다'는 하나의 결합 지점으로 소급되지 않는, 전반적으로 비극적 사랑의 과정에서도 스스로 선택하고 나아가는 매우 흥미로운 인물이라는 점에서 한국 드라마의 새로운 여성 캐릭터의 발굴이라고 볼 수 있다. 여기에는 물오른 연기로 호평받는 문채원이라는 연기자의 힘 역시 크게 작용했다고 할 수 있겠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아트신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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