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의 추억 <트루맛쇼>를 선보인 김재환 감독의 신작 <MB의 추억>을 이렇게 타임슬립 효과로 감상코자 한다면 ‘부메랑 효과’로 바라보아야만 한다. 5년 전 그의 공약이, 고 노무현 대통령을 향해 던진 날선 비판이 지금 MB에게 어떠한 방식으로 되돌아오는지를 관객은 전지적 시점 아래서 판단할 수 있기에 말이다.

▲ MB의 추억 MB 정부 5년을 정산한 다큐멘터리 'MB의 추억' ⓒ B2E


MB 정부 5년을 정산한 다큐멘터리 < MB의 추억 >의 입소문이 심상치 않다. 18일에 개봉당시에는 4개관에서 출발하더니 개봉 2주차를 지나면서 12개관으로 확대되었다.

이 다큐멘터리는 국내 최초로 현직 대통령을 주연으로 한 작품으로, 2007년 대통령 선거 당시 이명박 후보의 관점에서 유권자를 바라봤다. 영화는 2011년 <트루맛쇼>로 요식업계의 파란을 일으켰던 김재환 감독이 연출을 맡았다. <오마이스타>에서 김재환 감독을 만나 이 영화를 만든 이유에 대해 들어봤다. 

"'트루맛쇼'와 'MB의 추억'의 주제는 같다"

- 언제 이 영화를 찍어야겠다고 생각을 하게 됐나요?
"2007년 이명박 대통령이 당선됐을 때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다큐 하나 만들면 좋겠다 싶었죠. <트루맛쇼>를 만들면서부터 시리즈로 다음 프로젝트를 해야겠다고 생각을 한 것 중에 하나입니다."

- 주인공이 MB인데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처음 이 다큐멘터리를 생각했을 때, '선거'에 관련된 것이었어요. 아마 이회창 후보가 당선됐다면 <창의 추억> 정도의 제목이 나올 듯하네요. 근데 당선자가 이명박 대통령이니 자연스럽게 그를 주인공으로 해서 만들게 됐습니다. 당시 선거에서 떨어진 분들은 이 영화에서 조연이 됐고요."

 <MB의 추억> 포스터.

포스터. ⓒ B2E


- MB를 주인공으로 한 이 다큐멘터리에 어떤 메시지를 담고 싶었는지요?   
"이명박 대통령을 공격하거나 그를 반대하는 생각으로 만든 게 아닙니다. 12월 대선에 대해서 생각해보자는 거죠. '이명박 나빠!'라고 말하고 혐오주의에 빠져, 선거에 참여하지 말자는 의도가 아닙니다. 이명박 대통령한테 모든 책임을 다 미루지 말자는 의미가 있어요. 지난 5년의 역사는 유권자인 우리가 만든 역사입니다. 이명박 대통령이 유권자를 바라보는 관점에서의 내레이션입니다. 2012년 유권자의 관점에서 이명박 대통령을 바라보자는 거죠. 그와 더불어 미디어와 이미지에 대해서도 다시 생각하게 되는 계기가 되길 바랍니다."

- 미디어와 이미지라고 하면 구체적으로 어떤 것을 말하는지?
"<트루맛쇼>나 < MB의 추억 >이나 결국 주제는 같아요. 미디어를 통해 보이는 이미지는 환상이라는 것입니다. TV에 나오는 맛집들, 가짜 고객들 동원해서 TV에만 나오면 실시간 검색어 올라가고 맛집 등극하고 대박이 나죠. 그러면 그 옆에서 양심적으로 일을 하는 사람은 피해를 보고 문을 닫습니다. <트루맛쇼>에서 황교익 선생님이 그런 인터뷰를 합니다. "시청자는 천박하다"고. 천박하니까 그런 방송을 보고 그런 음식밖에 못 먹는 것이라고요. 그걸 < MB의 추억 >의 버전으로 바꾸면, 유권자의 수준이 그러하니 그 수준의 대통령을 뽑는 것이죠."

- 시청자들, 유권자들이 올바른 판단을 할 수 있도록 미디어가 제 역할을 해야 한다는 점을 지적하시는 거죠?
"영화를 보면 유세현장이 많이 나오는데, 참 선거라는 것은 쇼입니다. 공약은 어려운 부분인데, 유권자들은 믿을만한 약속보다 '믿고 싶은 약속'에 표를 보냅니다. 믿을 만한 약속과 믿고 싶은 약속과의 싸움일 때, 믿고 싶은 약속이 이길 겁니다. 참 안타깝죠.

그런 부분에서 미디어의 역할이 중요합니다. 믿을만한 약속이 되지 못하고 막 던지는, 탐욕만 자극하는 믿고 싶은 약속에 대해 균형감을 가지고 보도해야합니다. 후보자들에게 공격할 것은 공격하고, '사기치지 마라' '쇼 하지 마라'고 정확하게 말을 해줘야죠. 미디어가 정확하게 균형을 잡고, 문제제기를 하는 게 중요하다고 봅니다."

 다큐멘터리 영화 <MB의 추억> 한 장면

다큐멘터리 영화 'MB의 추억' 한 장면 ⓒ 스튜디오 느림보


"문재인-박근혜-안철수 후보도 기다립니다"

- 영화의 시작과 끝에 "우리가 강제한 게 아니야. 그들이 우리에게 위임했지. 그리고 그들은 지금 그 대가를 치르는 거야."(파울 요제프 괴벨스)의 글귀가 두 번이나 보였는데요.
"말 그대로, MB의 입장에서 '내가 너희들에게 강요했냐? 내가 쿠데타를 했냐? 탱크로 밀어 붙였냐? 나를 찍은 건 당신들이고 당신들이 만든 게 나다'는 것을 말하는 것입니다. '지난 5년 역사는 당신들이 써내려 간 것'이라는 것을 말하고 싶었습니다."

- 굉장히 무거울 수 있는 소재인데도 불구하고 도발적인 전개와 풍자, 허를 찌르는 편집의 묘미로 폭소가 터져 나오는 부분도 있었습니다. 묵직한 소재와는 다른 경쾌한 편집이 인상적이었어요.
"무겁게 다루고 싶지는 않았어요. 또, 어느 한 쪽에서 다른 한 쪽을 공격한다고 생각을 안 했으면 좋겠어요. 오히려 이명박 대통령을 좋아하는 분들이 영화를 보셨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그 분들한테 의미가 있을 것 같아요. 지지했던 사람에 대해서 돌아보는 시간, '나는 왜 지지했을까'를 돌아보는 시간, 그렇다면 '앞으로 나는 누구를 지지할 것인가' 돌아보는 시간이길 바랍니다. 그것이 이명박을 지지하지 않았던 사람이 '그 봐, 내가 그럴 줄 알았잖아'보다 의미가 있을 듯합니다."

- 12월 대선이 다가오고 있는데, 현재 3명의 후보를 이렇게 < MB의 추억 >처럼 만들어서 2017년 임기 말에 개봉해도 재미있을 것 같네요. 그런 계획은 없나요?
"세 분(새누리당 박근혜, 민주통합당 문재인, 무소속 안철수 대선 후보) 모두에게 촬영하고 싶다는 의사를 전달했어요. 밀착해서 개별 인터뷰도 하면 좋으니까요. 그런데 아직 세 분 모두 답이 없네요. 만약 세 분 중에 한 분이 되면, 그 분을 2017년에 주연으로 한 영화를 한 편 만들고 싶기도 합니다. 지금 후보가 되어서 내세우는 정책들이 후에 고스란히 내 뒤통수를 친다는 것을 알면 좋겠어요. '내가 쇼 하면 안 되겠구나'를 알면 좋겠습니다." 

- 마지막으로 관객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제 생각에는 만든 사람 입장에서, 이 영화는 재미도 있고 의미도 있는 것 같아요. 보고 나면 투표하고 싶을 것 같습니다."

 김재환 감독

김재환 감독 ⓒ B2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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