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집 수록곡인 '강남스타일'로 전 세계를 미치게 만들어가고 있는 싸이의 성공. TV시리즈 출신 신인 감독의 장편 영화 데뷔작으로, 미국 내에서만 수천억 원을 벌어들인 후 전 세계에서 예상치 못한 수입을 벌어들이고 있는 <19곰 테드>.

이 둘의 성공은 그저 운이 좋아서 일까? 스쳐가는 또 하나의 유행일 뿐일까? 하나는 노래이고 하나는 영화이지만, '강남스타일'과 <19곰 테드>는 분명 하나의 유전자를 공유하고 있다. 그것이 과연 무엇인지를 분석해 보았다.

B급이 B급이던 시절은 지났으니...보라, 어느새 A급이 되었도다

 6집 타이틀곡 <강남스타일>로 전 세계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가수 싸이가 4일 오후 서울 시청 앞 서울광장에서 열린 '서울시와 함께 하는 싸이 글로벌 석권 기념 콘서트'에서 '위아더 원' 노래를 부르며 멋진 공연을 선보이고 있다.

6집 타이틀곡 <강남스타일>로 전 세계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가수 싸이가 4일 오후 서울 시청 앞 서울광장에서 열린 '서울시와 함께 하는 싸이 글로벌 석권 기념 콘서트'에서 '위아더 원' 노래를 부르며 멋진 공연을 선보이고 있다. (<오마이뉴스> 자료사진) ⓒ 유성호


B급이란 표현부터가 A급이 따로 있다는 것인데, 듣는 B급은 얼마나 기분이 나빴을까. 하지만 이제 그러지 않아도 된다. 세상은 바뀌었다. 요즘 세상에서는 B급이 A급을 넘나드는 경우가 많다. 하늘 아래에 두 개의 해가 있을 순 없을지 몰라도, 두 개의 A급이 있을 순 있다. 아니, 앞으로 더더욱 B급과 A급의 경계가 희미해질 것이다. 그러다가 완전히 둘은 하나가 될 것이다. 아니, 이미 됐다.

싸이가 '새'로 데뷔한 후 방송에 출연할 때마다 그를 진심으로 괜찮다고 여긴 사람은 많지 않았다. 그는 그저 소수가 열광하는, 소위 말하는 '마니아층 가수'였다. <19곰 테드>의 섹스 코미디나 화장실 유머도 마찬가지다. 과거에 한참 <덤앤더머> 패럴리 형제의 화장실 유머들이 사람들을 즐겁게 했지만, 그것이 A급으로 인정받은 적은 없었다. 그러나 이제 새로운 시대다.

그럼 어떻게 B급이 A급이 됐을까? 간단하다. B급보다 나은 A급이 시중에 없기 때문이다. A급이 사라져 버렸다. 왜 사라졌을까. 그전부터 모호한 개념이었기 때문이다. A급 문화란, 진정성 없는 그저 말하기 좋은 개념에 불과했다. 그러니 솔직한 이 시대에 더 이상 존재할 수 없는 것이다.

그리고 한때 B급처럼 여겨졌던 문화가 진정성이라는 매력을 탑재하자, 명실상부한 A급이 될 수밖에 없게 됐다. 싸이의 노래에는 진정성이 있었다. '듣는 이를 즐겁게 하겠다' 내지는 '감동을 주겠다'는 진정성 말이다. '강남스타일'뿐만 아니라 '연예인' '챔피언' '라잇 나우' '내 여자라니까' '신데렐라'…. 그가 만들어온 노래들을 보면 평범한 노래와는 뭔가 다른 어떤 '찐한 느낌'이 있었던 것이다. 게다가 충분히 신나지 않았던가. 바로 그거다.

 <19곰 테드> 스틸. 테드와 마크 월버그.

<19곰 테드> 스틸. 테드와 마크 월버그. ⓒ UPI코리아


<19곰 테드>도 마찬가지다. 진정성이 있다. 9.11 테러로 인해 위축된 미국인들의 상처를 치유하고자 하는 진정성이 그것이다. 이 영화가 저질이라거나, 그렇고 그런 미국 시트콤 같다고 폄하하는 이들은 영화의 겉만 보고 속을 못 본 것이다.

요즘에는 웃기는 영화라도 정말 아무 생각 없이 만들어진 것은 재미와 감동을 주지 못한다. <19곰 테드>를 보며 감동을 느낄 수 있는 이유는, 그 영화가 사람들이 잃어버린 그 무언가를 주워 담으려는 시도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 무언가는 테디베어의 추억일수도 있고, 로맨틱 코미디물에 대한 향수일 수도 있으며, 90년대 대중문화에 대한 그리움일수도 있고, 9.11 테러 이전 평화로웠던 세상의 모습일 수도 있다. 그런 기특한 시도를 하는 영화이기에 B급 문화에 충실한 작품이지만 A급이 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그리고 하나 더, 어쨌든 이것들은 '웃긴다'

그리고 또 한 가지, 어쨌든 '강남스타일'과 <19금 테드>의 공통점은 '웃긴다'는 점이다. 예나 지금이나 사람들은 웃으면서 스트레스를 푼다. 스트레스가 완전히 없는 세상이면 좋겠지만, 안타깝게도 아직까지는 스트레스가 존재하며 그걸 풀어주지 않으면 좋은 삶을 살지 못한다.

그래서 사람들은 자기만의 방식으로 스트레스를 풀고 산다. 그 중 하나가 재미있는 노래를 듣고 영화를 보며 웃고 즐기는 것이다. '비현실을 즐기며 현실의 스트레스를 없애자'. 이것이 요즘 사람들의 생각일 수도 있겠다. 마음껏 웃고 즐김으로써 스트레스를 날린다. 단지 그뿐이다. 스트레스는 없는 게 좋으니까.

싸이 19곰 테드 강남스타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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