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루이비통 인천공항 면세점 매장
 루이비통 인천공항 면세점 매장
ⓒ 루이비통 코리아

관련사진보기


최근 프랑스 사회당 정부의 부자증세를 피하기 위해 프랑스에서 가장 재산이 많은 루이비통 그룹의 회장이 벨기에 국적을 신청해 파문이 일었다. 베르나르 아르노 회장의 국적변경 목적은 현 사회당 정부의 부자증세안에 반발한 세금회피 목적이었다. 아르노 회장의 재산은 410억달러, 우리 돈으로는 약 46조원으로, 프랑스 1위라고 한다.

다행히 우리나라 재벌들은 아직 국적변경 신청을 하지는 않고 있다. 우리 나라는 부자증세는커녕 부자감세의 국가이기 때문에 해외로 도피할 이유가 없어서일 것이다.

루이비통 매장 오픈 1주년을 축하합니다

루이비통 그룹의 아르노 회장은 왜 이렇게 부자일까? 베인앤컴퍼니 발표에 따르면 대한민국의 명품시장 규모는 약 5조원 규모라고 한다. 매출도 해마다 성장하고 있다. 유명 명품인 루이비통과 에르메스의 지역별 매출에서 아시아지역 비중은 2009년에 루이비통이 35%, 에르메스가 43.4%로 나타나고 있다.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시장이 세계 명품시장을 먹여 살리고 있는 셈이다.

한국에서 루이비통 매출신장의 견인차 역할을 하는 것은 단연 신라면세점이다. 신라가 지난해 9월 10일 세계 공항 최초로 인천공항에서 오픈한 루이비통 매장은 최근 기사들에 따르면 연매출 1080억원을 기록했다고 한다. 금년에는 인천공항 루이비통 매장의 월 평균 매출이 약 90억원, 연매출 약 1100억원을 무난히 달성할 것으로 전망된다.

신라는 '승객이 몰리는 대기 공간을 허문다'는 비판에도 아랑곳없이, '루이비통에 대한 영업료 특혜시비'까지도 불사하고, '롯데와의 법정시비'까지 벌여가며 루이비통을 인천공항에 입점시키는 데 성공했다. 당시 루이비통 입점 당위성에 대한 이유로 '중국인이 가장 선호하는 명품 브랜드로서 구매력이 큰 중국인 관광객 유치를 위한 국가별 경쟁에서 획기적으로 정부 관광객 유치 정책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다소 장황하게 보도된 바 있다.

매장 오픈 1년이 된 현재 과연 그럴까? 구매고객을 국적별로 분류해보자. 이미경 민주통합당 의원실에 따르면 내국인이 약 54%, 외국인이 약 46%를 차지한다고 한다. 획기적으로 외국 관광객 유치 정책에 기여할 것이라는 본래 기대와는 거리가 있는 수치다.

2011년 국정감사시 발표된 인천공항내 면세상품들에 대한 영업요율표
 2011년 국정감사시 발표된 인천공항내 면세상품들에 대한 영업요율표
ⓒ 오현재

관련사진보기


루이비통 입점당시 명품사들끼리 시비가 붙었다는 사실을 기억하고 있는 사람들은 별로 없다. 현재 인천공항에 세들어 있는 면세점들은 판매되는 제품들에 대한 영업료로 판매가의 평균 20% 정도를 인천공항에 지불하고 있다. 그런데 외국인 관광객 유치 명분으로 인천공항 내에서 최고의 노른자위 자리에 배치된 루이비통의 영업요율은 약 7%에 10년간의 영업권이 주어졌다. 이 점 때문에 작년에 롯데와 신라는 루이비통을 둘러싼 특혜시비로 법원까지 가는 전쟁을 치른 바 있다.

영업료 7% 특혜에 빈정이 상한 것은 롯데만은 아니었다. 신라면세점에 입점해 있던 샤넬은 영업료로 20%를 냈는데, 경쟁사인 루이비통에 영업료로 7% 특혜가 주어지자 반발하고 나섰다. 결국 작년 9월 인천공항 신라면세점에서 샤넬이 스스로 철수해 버린 것이다. 2등은 기억하지 않고 1등만 기억하는 삼성가의 DNA가 명품사들끼리의 분쟁도 유발시킨 것이다.

재벌가 딸들만 '대박만세'?

인천공항면세점에서 루이비통이 대박이 나면 우리 나라 국민경제에는 과연 도움이 될까?

이미경 의원실에 따르면 인천공항면세점에서 판매한 루이비통의 매출원가는 매출액의 88%라고 한다. 루이비통을 수입하기 위해서 지난 1년간 상품대금으로 엄청난 금액이 해외로 지급되었을 것으로 추정해 볼 수 있는 대목이다. 루이비통과 인천공항 신라면세점은 연간 매출 '1080억원 대박만세'를 외치겠지만 그만큼 뭉텅이 돈이 수입대금으로 해외로 빠져나간 것이다.

8월 15일자 <재벌닷컴> 발표에 따르면 국내에 진출한 외국 명품업체들이 최근 명품 열풍에 따라 '대박'을 터뜨리고 있지만 정작 수익의 절반 가까이는 본국으로 보내고 있다고 한다. 명품을 수입하는 자회사를 운영하는 일부 업체는 순이익의 90% 정도를 본사에 배당하고 사회 공헌은 안중에도 없는 등 국내에서 '단물'만 빼먹고 있다는 것이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딸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딸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 유성호

관련사진보기

그런데도 일부에서는 재벌가 딸의 탁월한 국부유출 능력과 루이비통 매출대박에 대한 찬양기사를 다루었다. '루이비통 효과, 인천공항면세점 대박',  '삼성家 DNA, 이부진의 루이비통 연 1000억 첫 기록' 등등 이런 찬양기사들을 읽으면서 얼굴이 다 화끈거려 왔다. 재벌가 딸에게 형광등 100개를 켜 놓은 듯한 아우라를 부여하고 싶었던 것일까?

루이비통 매출원가가 매출액의 약 88%로 조사되었다고 말한 바 있다. 그럼 인천공항 전체 면세시장에서 외산수입품을 위해 해외상품 대금으로 작년 한해 빠져나간 금액은 얼마나 될까?

이미경 의원실에 따르면 현재 면세점에서 판매되고 있는 유명 명품의 매출원가율이 약 64%라고 한다. 보수적으로 잡아도 현재 면세점에서 판매되고 있는 외산수입품들의 평균 매출원가율은 최소한 약 50%는 될 것으로 추정해 볼 수 있다.

인천국제공항 면세점들의 2011년 총 매출중 외산수입품 매출은 1조 3800억원이라고 한다. 이 금액중 약 50%를 수입대금으로 대입할 경우 약 6900억원이 수입을 위한 해외상품 대금으로 지급됐을 것으로 추정해 볼 수 있다.

시야를 넓혀 대한민국 전체 면세시장을 살펴보자. 한국면세점협회에 따르면 2011년 대한민국 전체 면세시장에서 판매된 외산수입품 매출액은 약 4조4천억원이었다. 이중 약 50%를 평균 매출원가율이라고 가정해 보면 약 2조 2천억원이 외산품 수입을 위한 해외상품 대금으로 빠져 나갔을 것으로 생각해 볼 수 있다. 면세로 인해 국가가 징수하는 세금이 줄어드는 반면에, 막대한 국부유출이 이루어지고 있는 셈이다.

면세점에서 외산수입품을 팔지 말라거나 사지 말라는 이야기가 아니다. 대한민국도 이제 명품 한 두개쯤은 즐길 수 있는 경제력에는 도달했다. 재벌들의 명품사랑으로 매년 막대한 금액이 해외로 빠져나가고 재벌들이 그 수익을 챙기고 있다면 이에 상응하는 경제행위를 하라는 말이다.

면세점 운영은 말 그대로 국가가 세금을 징수할 권리를 포기하고 운영업자에게 면세라는 권리를 준 특혜사업이다. 국가가 허가해주고 통제하고 있는 특혜사업들을 보자. 복권사업의 경우 이익금 전액을 국민복지 증진에 사용하고 있다. 경마도 매출액의 16%를 레저세로 내고 있다. 카지노 사업의 경우 매출액의 10%를 관광진흥기금으로 사용하고 있다. 그런데 유독 면세사업의 경우 매출액이나 수익금중 일부를 공적기금으로 출연하도록 하는 법령이 없다.

재벌면세점들도 특혜사업을 운영하는 대가로 이익을 대한민국 사회와 공유해야 한다. 재벌들도 특혜사업에서 받는 특혜의 단 일부라도 관광진흥개발기금 등 공적기금 형태로 사회에 환원시키는 법적 시스템이 만들어져야 한다. 이 경우 국민부담없이 정부의 추가적인 세수확보가 가능하다. 아울러 재벌면세점들에게 우수 국산품 발굴에 좀 더 노력하여 줄 것을 당부하고 싶다. 수익창출이 민간기업의 숙명이기는 하지만 외국 명품사들만 배불리고 국산품 제조 영세업체들의 배를 곯리는 것은 중단해야 한다.

인천공항에서 국산품들이 고전하는 이유

외산품과 국산품 가격 산정 기준 비교
 외산품과 국산품 가격 산정 기준 비교
ⓒ 오현재

관련사진보기


아울러 대한민국 면세시장 넘버원인 인천공항면세점에서 국산품들의 가격경쟁력이 회복되어야 한다. 국산품들이 가격경쟁력을 상실하고 있는 핵심적인 원인은 인천국제공항공사에 납부하는 '최소보장액(임대료와 같은 의미)'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인천공항내 면세점별로 차이가 있긴 하지만 총 매출의 약 35% 정도가 최소보장액 금액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문제는 이 최소보장액을 내기 위해서 국산품들의 가격이 인상될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면세점 수입 외산품들의 경우 관세나 개별소비세(구 특소세), 부가세 등을 면세받게 됨에 따라 시중 백화점 상품들과 비교하여 가격경쟁력이 충분하다. 반면에 국산품들은 부가세 정도가 면세되는 수준에 그치다보니 시중 상품들보다 조금 싼 수준에서 가격이 책정될 수 밖에 없어 가격경쟁력이 떨어진다. 여기다가 최소보장액을 감당하려면 가격을 올리는 악순환이 거듭된다. 시중제품보다 싸고 우수한 제품을 구매할 수 있다는 것이 면세점 이용의 주된 이유 중 하나라고 봤을 때, 이미 국산품은 외산수입품과의 경쟁에 있어 무거운 짐을 지고 달리고 있는 셈이다.

국내면세시장 국산품 매출과 점유율 (2011년)
 국내면세시장 국산품 매출과 점유율 (2011년)
ⓒ 오현재

관련사진보기

인천공항에서 국산품들에 부과하는 영업료를 인하시켜 주거나 또는 최소보장액(임대료)을 국산품 판매공간에 대해서만 면제시켜 주는 조치가 필요하다. 현재 인천공항내 면세매장 전체 면적은 4734평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미경 의원실에 따르면 이중 국산품 매장면적은 전체 매장의 약 20% 내외인 약 950평으로 추정된다고 한다.

면세사업은 특혜사업인 만큼 필요시 국가에서 특단의 보호조치를 취할 수 있는 분야다. 국산품 판매공간(약 950평)에 대해 최소보장액을 면제시켜 줄 경우에 국산품들의 가격경쟁력이 회복되어 가격인하 효과에 따라 판매가 증가할 것이다. 국산품들의 가격을 잘 알고 있는 내국인 출국객들 대상으로 큰 폭의 판매증가를 예상해 볼 수 있다.

이는 국내 면세시장에서의 국산품 비율을 중장기적으로 40%로 끌어 올릴 수 있는 단초가 될 수 있다. 면세시장에서 국산품 판매비율을 현재 18% 수준에서 2~3년내 40%로 끌어올릴 경우 이를 면세시장 매출로 환산할 경우 면세시장의 국산품 수출을 연간 9700억원에서 2조 1000억원으로 200%가 넘는 급성장과 아울러 내수시장 활성화에도 크게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덧붙이는 글 | 필자는 한국관광공사 노조위원장입니다.



태그:#루이뷔통
댓글
이 기사의 좋은기사 원고료 6,000
응원글보기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