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럼 다이어리>의 한 장면.

영화 <럼 다이어리>의 한 장면. ⓒ 드림웨스트픽쳐스


"우와 조니 뎁이다!" 이 한 마디로 일단 호감도가 급상승하겠다. 전 세계적으로 두터운 팬층을 확보하고 있는 그의 이름만으로 영화를 찾는 재미도 있겠지만 무엇보다 <럼 다이어리>가 조니 뎁에게 각별한 작품임을 기억하자. 바로 영화의 원작자인 소설가 헌터 S. 톰슨과 조니 뎁이 '절친'이었단 사실. 게다가 영화의 배경 또한 조니 뎁이 열정을 바쳐 헌신한 <캐리비안의 해적>에 등장하는 바로 그 캐리비안 해안이다.

미국 소설가 헌터 S. 톰슨의 동명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 <럼 다이어리>는 제목 그대로 술로 시작해 술로 끝난다. 주요 등장인물들은 영화가 끝날 때까지 멀쩡한 모습을 보이는 일이 거의 없다. 코끝이 빨갛고 눈의 초점은 흐리멍덩하다. 이들의 직업이 기자라는 사실만 제외하곤 영락없는 주정뱅이들의 기이한 행동으로 볼 수밖에 없다.

자칫 코미디 영화로 치부하기 쉽지만 영화에서 코미디의 비중은 미미하다. 오히려 웃어야 할지 진지해져야 할지 모르는 장면들이 종종 나와 당황하게 만들기도 한다. 목적은 다른 곳에 있다. 미국 자치령 푸에르토리코 섬에 자리한 작은 신문사 소속의 주인공들이 섬 구석구석을 파고드는 모습엔 바로 원작자가 추구했던 미국 저널리즘의 새 흐름이 담겨있다.     

'곤조 저널리즘'이라 했던가. 단순한 사실 추구가 미덕이었던 1960, 히피 문화와 마약, 온갖 향락이 공존했던 당시에 헌터 S. 톰슨은 '1인칭 저널리즘'을 제안한 저널리스트기도 했다. 사실을 넘어 진실을 알리기 위해 기자의 또 다른 능력 발휘를 가늠한 셈이다. 

 영화 <럼 다이어리>의 한 장면.

영화 <럼 다이어리>의 한 장면. ⓒ 드림웨스트픽쳐스


그래서 방심하면 안 되겠다. 허술해 보이는 주인공들이지만 영화 말미엔 어느 새 각성한 사람들이 등장하기 때문. 숙취어린 표정에 혀가 꼬인 발음이라도 날카로운 대사와 의식에 깜짝 놀랄 일이다. 여기에 조니 뎁 특유의 익살스런 표정연기는 덤이다.

조니 뎁이 설립한 영화사 인피니티 니힐의 창립 작품이기도 한 <럼 다이어리>는 배우 조니 뎁과 함께 제작자 조니 뎁의 면모도 확인할 수 있다. 원작자인 헌터는 이 영화의 완성을 보지 못하고 2005년 세상을 떴다.

조니 뎁은 친구인 그를 기리기 위해 브루스 로빈슨 감독과 함께 촬영 때마다 헌터의 이름이 새겨진 의자와 평소 즐기던 시바스 리갈과 담배 한 갑을 준비했다고 하니, 정성과 마음이 담긴 작품이라 하겠다. 참고로 조니 뎁의 전 여자친구인 앰버 허드가 상대역으로 나오기도 한다. 여러 모로 조니 뎁에겐 의미가 깊은 작품이다.

한 줄 평 : 주정뱅이라고 방심하지 말 것. 술 취한 육체에 깃든 날카로운 비판의식에 깜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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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메가3같은 글을 쓰고 싶다. 될까? 결국 세상을 바꾸는 건 보통의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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