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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일로 정부가 강정마을 제주해군기지 건설을 강행하며 구럼비를 봉쇄한 지 1년이 되었습니다. <오마이뉴스>는 '구럼비 봉쇄 1년'을 맞아 제주군사기지 문제 등에 대한 기획기사를 차례로 보도할 예정입니다. [편집자말]
세계자연보존총회 개막 기자회견을 하고 있는 IUCN과 한국 정부, 지자체 관계자들.
 세계자연보존총회 개막 기자회견을 하고 있는 IUCN과 한국 정부, 지자체 관계자들.
ⓒ 이주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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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환경올림픽'을 자처하는 '세계자연보전총회(이하 WCC)'가 6일 제주도 서귀포 국제컨벤션센터에서 개막했다. 주최 측인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은 180개국 1만320명이 참석해 역대 최고 참여율을 기록했다고 자랑했다. 그러나 그들의 자랑은 억지춘향 격이 되고 말았다. 유네스코가 지정한 생물권보전지역인 강정마을의 부스조차 불허하는 '반쪽' 행사를 자처했기 때문이다.

특히 개막을 앞두고 주최 측인 세계자연보전연맹(IUCN)과 한국의 국방부가 각각 기자회견을 갖는 진풍경이 벌어졌다. 모두 '강정마을'이 주요이슈로 다뤄졌다. 역설적으로 두 기자회견은 한국에서 치러지는 이번 세계자연보존총회의 성격을 그대로 드러내고 말았다.

줄리아 마르통 르페브르(Julia Marton-Lefevre) 세계자연보전연맹(IUCN) 사무총장은 개막 기자회견에서 "한국의 4대강과 강정마을 문제에 대해 어떤 회원국도 발의하지 않았기 때문에 이번 총회 의제로 다루지 않았다"며 "물론 이런 이슈도 논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IUCN은 기자회견 전까지 강정마을 해군기지 문제 등을 의제로 검토하기는커녕 강정마을회가 신청한 부스조차도 특별한 이유 없이 불허해 빈축을 사고 있다. 사무총장의 기자회견은 쏟아지는 비판을 모면하기 위한 구실 찾기로 보이지만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강정마을은 유네스코가 지정한 생물권보전지역(2002년)이다. 심지어 한국의 국토해양부조차 절대보전연안(2008년)으로 지정했고, 제주도는 절대보전지역(2007년)으로 지정해 일체의 개발행위를 제한했던 곳이다.

총회 개최국 환경 이슈 다뤄온 IUCN... 강정마을만은 '예외'

세계자연보전총회 개막식이 열린 6일 한국환경회의와 제주해군기지건설저지대책위 등 시민사회단체들이 기자회견을 열고 "제주해군기지와 4대강 사업 등에 대해 주최 측의 관심을 촉구했다.
 세계자연보전총회 개막식이 열린 6일 한국환경회의와 제주해군기지건설저지대책위 등 시민사회단체들이 기자회견을 열고 "제주해군기지와 4대강 사업 등에 대해 주최 측의 관심을 촉구했다.
ⓒ 이주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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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UCN은 세계 최대 규모의 환경보호 관련 국제기구로, 이 조직에는 비정부기구(NGO)와 정부기구(GO) 모두 참여할 수 있다. 또 IUCN은 WCC의 주관기관이다. 지난 22회까지의 총회에서는 총회가 치러지는 국가의 국내 환경 이슈가 소개되고, 또 새로운 국제 환경 이슈로 떠오르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나라 안팎에서 공히 인정받은 가장 환경적인 마을이, 군사기지 건설이라는 가장 반환경적인 사건을 당해, 해당 지역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이 문제를 알리겠다고 하는데 '세계 환경올림픽' 주최 측이 거부한 것이다.

제주환경연합 이영웅 사무국장은 "IUCN의 이 같은 결정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일"이라며 "주최 기구가 스스로 WCC의 원래 취지와 의미를 퇴색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환경회의와 강정마을회, 제주해군기지건설저지전국대책위 등도 오후 2시 제주평화센터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IUCN이 강정마을 전시 부스를 불허한 것을 목격했다"며 "우리는 이 결정이 이번 총회가 한국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과 삼성전자의 지원을 받고 있기 때문이 아니길 기대한다"고 꼬집었다.

이에 앞서 오전 11시엔 국방부 김민석 대변인이 나서 제주국제컨벤션센터 프레스 컨퍼런스 홀에서 외신기자들을 상대로 제주해군기지에 대한 브리핑을 실시했다. 김 대변인은 "현재 제주에 건설되는 민군복합형 관광미항은 민과 군이 함께 사용할 수 있는 형태로 건설되고 있다"며 "이번 항구는 무엇보다 그린베이스를 지향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제주해군기지 공사와 관련) 환경법규를 철저히 지키고 있고 필요한 제반조치를 취하고 있고 친환경 공법으로 항구가 건설되고 있다"며 "항구가 완공되면 15만t급 크루즈선이 세계를 돌며 제주를 방문하고 아름다운 제주와 어울리는 관광미항이 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국방부, 외신기자 앞 이례적 브리핑... 강정마을회 "어처구니 없다"

오키나와에서 세계자연보존총회에 참가하기 위해 온 이들이 제주해군기지를 반대하는 펼침막을 들어보이고 있다.
 오키나와에서 세계자연보존총회에 참가하기 위해 온 이들이 제주해군기지를 반대하는 펼침막을 들어보이고 있다.
ⓒ 김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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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부의 이례적인 제주 브리핑에 '제주 군사기지 저지와 평화의 섬 실현을 위한 범도민대책위(이하 범대위)'와 강정마을회가 발끈하며 반박했다. 

이들은 "제주해군기지 공사과정에서 환경영향평가법과 문화재보호법을 위반해 사업부지 내 지하수 오염, 멸종위기종 폐사, 오염원 해안유출, 저감시설 부재한 해상공사 등 수많은 법규 위반사항이 제주도 감독과정과 도의회의 행정사무조사 결과 드러났다"며 "엄연한 사실이 이러함에도 국방부는 외신기자들에게 버젓이 거짓말과 다름없는 브리핑을 했다"고 비판했다.

특히 강정마을회는 "15만톤 크루즈 선박의 자유로운 입출항이 어렵다는 것은 다른 곳도 아닌 국방부가 실시한 시뮬레이션 결과"라며 "국방부 대변인이 나서서 외신기자 앞에서 아전인수 격인 해석으로 일관하니 어처구니가 없다"고 지적했다.

범대위도 "세계인이 모이는 국제환경회의장에서 부끄러운 국가사업에 대해 변명과 거짓 해명으로 일관하는 정부의 모습에 참담하다"며 "현 정부에게 더 이상 해군기지 문제 해결을 기대할 수는 없다는 것을 다시 확인한 만큼 우리는 강정의 생명과 평화를 염원하는 이들과 함께 반드시 해군기지 사업의 백지화를 이룰 것"이라고 밝혔다.

강정마을회는 특히 국방부가 "제주해군기지를 친환경 공법으로 건설하고 있다"고 주장한 것에 대해 "시쳇말로 '헐!'이라는 표현이 절로 나온다"며 "세상 어떤 군사기지가 친환경적이고 친생태적인가, 이번 태풍에 파손된 케이슨이 얼마나 큰 환경피해를 줄지 조사나 끝내고 말하라"고 면박을 줬다.

한편 WCC 총회 개막식에 참석한 이명박 대통령은 "자연환경의 보전과 복원을 통한 생물의 서식환경 보호 및 국토 가치 극대화가 우선돼야 한다"면서 "이를 위해 전 국토면적의 10%에 머무르는 한반도 자연생태 보호지역을 지속적으로 확대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태그:#강정마을, #제주해군기지, #WCC, #국방부, #태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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