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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일로 정부가 강정마을 제주해군기지 건설을 강행하며 구럼비를 봉쇄한 지 1년이 되었습니다. <오마이뉴스>는 '구럼비 봉쇄 1년'을 맞아 제주군사기지 문제 등에 대한 기획기사를 차례로 보도할 예정입니다. [편집자말]
제주해군기지 공사를 위해 강정 앞바다에 투하된 아파트 8층 높이인 약 20미터에 무게만 1개당 8800톤이 나가는 케이슨이 태풍 볼라벤과 덴빈에 의해 7개 모두 파손됐다. 이 가운데 2개는 유실됐다.
 제주해군기지 공사를 위해 강정 앞바다에 투하된 아파트 8층 높이인 약 20미터에 무게만 1개당 8800톤이 나가는 케이슨이 태풍 볼라벤과 덴빈에 의해 7개 모두 파손됐다. 이 가운데 2개는 유실됐다.
ⓒ 강정마을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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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해군기지 건설을 위해 강정바다를 매립하려고 바다 속에 임시로 설치해놓은 구조물(케이슨) 7개가 모두 파손됐다. 태풍 볼라벤과 덴빈이 몰고 온 파도와 유속을 이겨내지 못한 것이다. 주민들은 "기본 지형조차 고려하지 않은 부실 설계가 빚은 인재"라며 "즉각 공사를 중단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지난 8월 27일과 28일, 30일 태풍 볼라벤과 덴빈이 강정바다를 덮쳤다. 초속 50미터가 넘는 강한 바람은 높은 파고와 빠른 유속을 몰고 왔다. 이 영향으로 높이 20미터에, 1개당 무게가 8800톤에 이르는 케이슨 7개가 모두 파손되었다. 특히 이 중 2개는 아예 사라지고 말았다.

"강정 앞바다, 항만 부적합 확인" vs. "불가피하게 부분적 파손"

이와 관련 강정마을회(회장 강동균)는 "바다의 철옹성이랄 수 있는 거대한 케이슨이 파도 때문에 무너진 것은 수심이 깊고 조류가 강한 강정 앞바다가 항만으로서 적합하지 않다는 것을 확인시켜준 것"이라며 "해군기지 부실 설계와 설계 오류가 입증된 만큼 공사를 즉각 중단하라"고 압박했다.

이에 대해 해군과 감리단 측은 "제주해군기지 케이슨은 50년 빈도의 태풍도 견딜 수 있도록 설계됐지만 태풍 볼라벤은 서귀포항의 완성된 방파제도 파손시킬 만큼의 초대형이었다"며 "태풍 내습 시 강한 파도에 의해 불가피하게 부분적인 파손이 발생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해군과 감리단 측은 9월 초에 수중 정밀조사 등을 거친 후 파손된 케이슨 처리방안을 최종 결정할 방침이다.

이 같은 해군의 해명에도 설계공법 자체에 근본적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강하게 일고 있다.

신용인 제주대 로스쿨 교수는 "1997년경 화순항 방파제를 케이슨 공법으로 설계되자 당시 건설교통부 중앙설계심의위원회가 안정성 등에 대한 검증이 필요하다고 이의를 제기해 수리모형 실험을 한 적이 있다"며 "실험 결과 케이슨 공법은 파도가 방파제를 넘는 월파(越波)량이 많아 바다가 거친 제주지역에는 부적합하다는 결과가 나와 공법을 사석경사제 방식으로 설계를 변경한 적이 있다"고 환기시켰다.

즉 제주지역에서는 케이슨 공법이 부적합함에도 해군이 공사기간단축 등의 이유로  무리하게 케이슨공법을 강행하다 재난을 당했다는 것이다.

신 교수는 아울러 "강정 앞바다는 수심이 깊고 조류가 강하여 사석경사제 방식으로 방파제를 만드는 것도 쉽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며 "강정 앞바다가 해군기지 건설이 가능한 지역인지 그 자체를 의심할 수밖에 없다"고 꼬집었다.

태풍에 힘 없이... 수중생태계 파괴 우려도

3일 오후 태풍에 의해 파손된 케이슨을 공사 관계자가 조사하고 있다.
 3일 오후 태풍에 의해 파손된 케이슨을 공사 관계자가 조사하고 있다.
ⓒ 이주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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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풍에 케이슨이 파손되자 설계 부실과 함께 예산낭비를 질타하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케이슨 1개당 제작비용은 약 50억 원. 모두 7개의 케이슨이 파손됐으니 국민의 혈세로 충당한 사업비 약 350억 원이 태풍 하나 때문에 바다 속으로 사라져 버린 셈이다. 물론 이 금액은 케이슨 파손과 유실에 따른 사후 처리비는 계상되지 않은 것이다.

더 큰 문제는 크고 작은 태풍이 제주에 들이닥칠 때마다 방파제용 구조물이 훼손되거나 철제 펜스가 유실되고 오탁수 방지막이 파손되는 일이 반복해서 일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피해를 복구하기 위한 예산이 해마다 추가로 들 수밖에 없어 강정마을회는 "국회가 내년 예산 심의할 때 이 문제를 정확하게 따져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태풍에 파손된 케이슨은 부실설계 논란, 예산낭비 지적과 함께 수중생태계 파괴 우려까지 낳고 있다. 파손되어 무너진 케이슨을 수면 위로 다시 끌어올릴 수 있는 방법은 수중발파를 통해 케이슨을 조각내 회수하는 방법밖에 없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수중발파는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연산호 군락지 등 수중생태계를 심각하게 파괴할 위험이 있다. 강정마을 중덕바다와 범섬 일대에 분포하는 연산호 군락지의 분포 면적은 총 7.5헥타르로 전문가들은 이곳이 세계 최대의 연산호 서식지라고 보고 있다.

강정마을회는 "설계 부실로 만들어진 케이슨은 국민혈세를 축내고 수중생태계를 파괴시키는 수중폐기물이 되고 있다"며 재차 즉각적인 공사중단을 요구했다.

한편 제주해군기지 시공사인 삼성은 2013년 말까지 8800톤급 케이슨 57개를 제작해 강정 앞바다에 투하시킬 예정이다. 2012년 8월 현재까지 강정 앞바다엔 모두 7개의 케이슨이 투하됐지만 태풍 볼라벤과 덴빈의 영향으로 7개 모두 파손되고 이 중 2개는 유실됐다. 모슬포 인근 화순항에선 강정 앞바다에 투하될 10번째 케이슨이 제작되고 있다.


태그:#제주해군기지, #강정마을, #삼성, #케이슨, #천연기념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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