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에 대한 대중문화의 관점 '팩션'과 '판타지'...그리고 역사왜곡

팩션. 댄 브라운의 <다빈치코드>가 문학계에 센세이션을 일으키면서 팩션이라는 말이 떠오르기 시작했습니다. 당시 '성역'을 건드렸다는 종교계와 창작의 자유를 억압하지 말라는 문학계의 충돌은 우리사회에 팩션을 어떻게 바라봐야할지 화두들 던졌습니다. 그 후 팩션은 빠르게 장르화되고 단순한 상상력을 넘어 판타지를 첨가합니다.

우리나라 역시 <뿌리깊은 나무>, <왕의 남자>, <허준>처럼 단순히 작가적 상상력을 첨가하는 것을 넘어 <태왕사신기>, <신의>, <닥터진>처럼 판타지를 첨가합니다. <원티드> 연출로 유명한 티무르 베크맘토브의 신작 <링컨 : 뱀파이어헌터>는 미국 제 16대 대통령인 에이브람 링컨의 연대기에 뱀파이어 판타지를 첨가한 팩션입니다.

노예해방선언문으로 유명한 링컨은 수많은 미국인들이 귀감으로 삼는 인물입니다. 마틴 루터킹 목사는 'I haver a dream'으로 유명한 연설문을 링컨기념관에서 했으며 미국의 버락 오마바 대통령은 공식적으로 링컨을 롤모델로 삼았습니다.

하지만 반대 입장도 있습니다. 흑인 노예 해방을 주도한 링컨이 사실은 백인 우월주의자였으며, 남북전쟁당시 언론탄압을 일삼았습니다. 뿐만 아니라 노예해방선언문은 인류애적 행위가 아닌 중앙집권적 연방주의를 위한 정치적 정당성확보를 위함이었습니다. 그 상흔으로 미국 북부와 남부의 지역감정이 생기고 아직도 미국을 분열시키는 요소로 남아있습니다.

링컨, 특히 남북전쟁은 아직도 논란거리가 될 수 있는 민감한 부분입니다. 그런데 영화는 남부군들이 뱀파이어와 결탁해 흑인 노예를 착취하려는 설정을 바탕으로 남북전쟁을 악마를 처치하려는 북부군의 정의로운 투쟁으로 그립니다. 선은 북부요, 악은 남부가 되는 셈입니다. 그런데 과연 <링컨 : 뱀파이어헌터>라는 팩션이 역사왜곡으로 건들면 안 되는 '성역'을 건든 것일까요?

팩션은 역사적 사실을 모티프로 작가의 상상력을 불어넣는 장르입니다. 팩션은 우리가 알고 있는 사실을 가정법으로 역사왜곡하며 이야기를 만들어냅니다. 그런데 팩션과 역사왜곡을 분리시킴으로써 이 영화를 팩션과 역사왜곡 사이의 위태로운 줄타기에서 넘어져 팩션이 아니라 '역사왜곡'에 가까운 실소라고 말한다면 텍스트에서 팩션과 역사왜곡의 차이점이 뭔지 궁금합니다.

뿐만 아니라 아직도 껄끄러운 남부인들의 민감한 정서를 건드렸지만, 그렇다고 그것이 '성역'을 건든 것이라 말할 수 있을까 싶습니다. 역사적 사실에 '반감'을 부추길만한 상상력, 또는 민감해서 건들지 말아야할 '성역'은 이언령비언령일 뿐입니다. 역사란 죽은 것이 아닙니다. 끊임없이 재평가 되고 역사를 해석하는 과정에서 저마다 입장들이 존재합니다.

링컨 :뱀파이어헌터 커티즈버그 연설

▲ 링컨 :뱀파이어헌터 커티즈버그 연설 ⓒ 이십세기폭스코리아


상대적인 것을 '성역'으로 절대화시키면 그것은 곧바로 '권력'

조선사 가장 위대한 왕으로 평가받는 세종대왕이 육두문자로 욕을 하는 것에 분개하기보다는 신선하다고 평가하는 마당에 이순신 장군이 입에 육두문자를 달고 다니고 왜장에게 포로가 되는 것 자체가 무슨 문제이며, 계백 장군이 개고기를 즐겨먹는 인물로 그리는 것이 성역을 건들만한 문제가 되는지 의아합니다. 이렇게 상대적인 것을 '성역'이라는 말로 절대화 시켜버리면 그것은 권력이며. <다빈치코드>가 출판되었던 당시 종교계의 입장으로 돌아가는 상황입니다.

물론 팩션은 쉽게 민족주의와 야합하여 다른 민족을 깎아내릴 수 있고, 정치적 목적을 위해 나팔수가 될 수 있습니다. 분명 아주 위험한 상상이 존재합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건들 수 없는 것'을 만들어 제작단계에서부터 막아야할 이유는 없습니다.

가령 친일행위를 옹호하는 텍스트가 나온다고 할 때 그것을 만들면 안 되는 것이 아니라, 그 상상력이 만들어내는 '반감'에 수용자들이 철저하게 외면함으로써 제작자 스스로가 지양하는 것이지 성역이라는 말로 건들 수 없는 존재를 만들 필요까지는 없습니다. 그것은 오히려 창작의 자유를 억압할 수 있습니다. 수용자에게 기대는 자정작용만으로도 충분히 양질의 팩션을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덧붙이는 글 이기사는 개인 블로그(http:/blog.naver.com/hoohoots)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링컨 : 뱀파이어헌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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